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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순 칼럼] 권력주의와 민영화를 반대하며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장 · 목사

입력 May 07, 2012 06:39 PM KST

요즈음 이해할 수 없는 일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통합진보당이 선거과정에서 총체적 부정을 저지르고도 책임 있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격렬한 당파싸움에 빠졌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회사가 서울시의 반대에도 요금을 50% 인상하기로 고시한 것이다. 요금 인상의 명분은 큰 폭의 적자였다. 2011년도 감사보고에 따르면 서울시가 운임 보조명목으로 326억원을 보조했는데도 순손실이 446억원이 났다고 한다. 이렇게 손실이 난 까닭은 대주주들에게 이자로 461억원을 지급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중의 정의와 평등과 복지를 내세우는 진보당이 어쩌다 저지경이 되었을까? 어쩌면 이번에 진보당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상식도 없고 양심도 없는 집단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 선거과정에서 저질렀다는 부정행위와 행태들을 보면 도대체 요즈음 사람들 같지가 않다. 너무 낡고 후진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진보당이라는 이름이 부끄럽다. 진보당은 큰 위기를 맞았는데도 격렬한 당파싸움에 빠져들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도 못하고 있다. 진보당은 성숙한 정치인들이 모인 공당이 아니라 유치한 패거리 집단으로 보인다.

진보당이 왜 저럴까?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권력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자기가 또는 자기 집단이 권력을 잡아야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선거부정을 저지르고 당이 망하는데도 당파싸움에만 매달린다. 권력에 대한 집착과 강박관념을 버리지 않으면 성숙한 진보정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독단적인 권력과 권위에 매이지 않고 자유와 평등,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자유 민주주의 시대에, 세계화 시대에 권력이 있고 권위가 있다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과 권위가 있을 뿐이다. 권위도 권력도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다.

지하철 9호선의 문제도 국민의 자리에서 보면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주주들에게 비상식적인 높은 이율의 이자를 461억원이나 주면서 적자를 핑계로 요금을 50%나 인상하는 것은 나라의 재정과 국민의 돈을 강탈하는 것과 같다. 국민의 발 노릇을 하는 지하철을 이윤추구가 목적인 사기업에게 팔아넘긴 정부가 잘못한 것이다.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전기, 가스, 교통, 토지, 도로, 수도, 공항, 항만 등과 관련된 사업은 어떤 경우에도 민영화해서는 안 된다. 자본의 탐욕과 이윤추구가 국민의 생활을 직접 위협하게 해서는 안 된다.

세계화의 큰 흐름으로 보아서 국경이 낮아지고 관세를 철폐하고 무역장벽을 제거해 가는 것이 당연한 추세인지 모르겠다. 유럽,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중국과도 FTA를 체결하려고 한다. 이것은 자본의 세계화다. 자본의 세계화에 모든 것을 맡겨 버리면 국민의 삶, 특히 농민의 삶은 파괴된다. 복지를 포함한 공공의 영역을 강화함으로써 국민의 생활과 농촌을 지키지 않으면 아무리 경제가 발달하고 수출이 늘어나도 나라의 토대가 무너지고 뿌리가 뽑힌다.

세계화의 큰 흐름 속에서 국민의 생활을 지키고 나라의 토대를 든든히 세우는 일은 일차적으로 정치인들에게 맡겨졌다. 정치인들은 권력을 추구하되 공정하고 떳떳한 방식으로 추구해야 한다. 나와 우리 집단을 위해 권력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해 정의와 평화, 자유와 평등을 위해 권력을 추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같은 당의 다른 동지들이 권력을 잡을 수 있도록 기꺼이 양보하고 도울 수 있어야 한다. 권력을 잡을 기회를 양보하고 다른 정파가 권력을 잡도록 돕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정치인으로서 기본이 닦여지지 않은 사람은 정치판을 떠나야 한다.

국민들은 자본과 권력에 휘둘리지 말고 검소하고 실속 있게 살면서 생활공동체의 영역을 확대해 가야 한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자치생활 공동체와 공공성의 영역이 확장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확립해 가야 한다. 정치인들의 사명과 목적은 국민을 섬기고 받드는데 있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정치인의 목적은 국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자본의 유혹에 빠진 정치인은 국민의 삶을 자본가들에게 팔아넘긴다. 권력과 자본의 유혹을 단호히 뿌리칠 수 있는 정치인만이 세계화의 높은 파도 속에서 국민의 생활을 지키고 나라를 바르게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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