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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순 칼럼] 상식파 안철수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장 · 목사

입력 Aug 20, 2012 12:25 PM KST

1년 전만 해도 안철수는 정치와는 무관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런 안철수가 갑자기 국민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것은 정치권 특히 야당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반영한다. 안철수는 좋고 미더운데 정치인들은 싫고 미덥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국민여론이 야당 정치인들에게는 매우 당혹스러울 것이다.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 이르렀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안철수와 기존 정치인들을 비교해 보자. 우선 안철수는 직업적인 정치인이 아니다. 성공적인 벤처사업가로서 자기 일과 삶에 충실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이른 바 진보나 보수의 정치적인 이념과 목적의식이 뚜렷하지 않다. 그래서 스스로 진보파도 보수파도 아니고 상식파라고 하였다. 안철수가 말하는 상식이란 무엇인가? 이 나라 국민이 마땅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다. 상식파는 국민이 공감하는 생각과 정서를 가진 사람이다.

진보파나 보수파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해 대단한 일을 했고 앞으로 할 것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국민이 보기에 기존의 정치인들은 말만 그럴 듯하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 사람들이다. 지난 수 십 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정치인들은 국민에게 얼마나 많은 말을 하고 얼마나 많은 약속을 했고 얼마나 아름답고 큰 꿈을 꾸게 했던가!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대표적 인물들인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이 세 차례나 정권을 잡고 대통령이 되었다. 역사와 사회의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민이 실망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민주정부들은 초라한 성과를 내었다.

국민을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말을 입에 담고 살고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겠다고 다짐했으면서 정권을 잡기 전후에 보여준 행태는 너무나 이기적이고 당파적이어서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국민들이 전두환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화의 길을 열어놓았으나 민주화운동의 대표자였던 김영삼, 김대중이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군사정권을 연장시키고 말았다. 국민으로부터 그렇게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김대중, 김영삼 두 사람이 서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민주화운동의 대의를 그르치는 것을 보고 국민들이 얼마나 실망하고 환멸을 느꼈던가! 민주정부로 자처하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세 정부들도 모두 부정과 부패로 얼룩지고 무능한 정부로 낙인이 찍혀서 정권 말기에는 국민이 등을 돌리고 말았다. 이른 바 민주정부들이 국민의 상식에도 한참 못 미치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실망하고 환멸을 느낀 국민들이 민주화세력과는 거리가 먼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택하고 말았다. 

국민을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정치인들은 국민을 정치의 주체로 보기보다는 정치의 대상으로 여기기 쉽다. 자신들이 국민을 위해 대단한 일을 해주겠다는 의식에 사무쳐 있는 사람은 국민보다는 자기를 더 대단하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자기가 중심에서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빠져서 자기중심적으로 처신하면서도 그런 처신이 옳다고 확신한다. 그런 사람들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과 주체라는 생각을 잊기 쉽고 그런 사람들에게 국민은 정치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민을 중심에 두고 민을 사랑한다는 맹자의 민본애민사상은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봉건왕조의 사상이지 민을 주체로 보는 민주사상이 될 수 없다.

국민을 위해 대단한 세상을 가져다 줄 것처럼 주장하고 행동하는 진보파도 국민의 상식을 크게 벗어난 생각과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진보통합당의 구당권파의 비상식적인 생각과 행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보수파 정치인들의 주장과 행태도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의 권익을 해칠 뿐 아니라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성추행을 일삼고 공천을 얻기 위해 돈을 뿌리는 인간들을 누가 믿고 존경하겠는가? 이처럼 국민의 상식적인 생각과 정서에서 동떨어진 주장과 행태를 일삼으면서도 정치권은 서로 파당을 지어 싸우는 데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거품을 물고 나선다. 서로 다른 계파와 당파 사이에 소통과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고 갈등과 충돌만이 난무한다. 정치적인 대립과 갈등은 이기적인 당파심을 드러낼 뿐 국민을 위한 충정을 느끼기 어렵다. 말과 행실이 다를 뿐 아니라 국민을 무시하고 욕보이는 정치권을 누가 존경하고 신뢰하겠는가? 

안철수는 국민을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 같지 않다. 그는 국민의 심정과 생각에 충실하게 생각하고 말하고 처신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기 생각과 판단을 말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이런 안철수의 말과 행동이 국민을 주인과 주체로 존중하는 민주적인 자세가 아닐까? 국민들은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안철수에게 진정성과 신뢰를 느꼈던 것이다. 지난 해 서울 시장 후보로 물망에 오를 때 50%의 지지를 받은 안철수가 5%의 지지를 받은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박원순이 가까운 선배 친구일 뿐 아니라 서울 시장의 자격과 역량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50%의 지지를 받은 사람이 5%의 지지를 받은 사람에게 양보하는 것이 정치권에서는 비상식일지 모르나 국민의 심정과 정서로는 충분히 상식적이고 아름답고 마땅한 일이다.

안철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학생으로서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 많은 데 사회에 갚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서 산골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의료봉사 활동을 했다. 또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V3를 개발해서 큰 돈을 벌 수 있었는데 그것을 한국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였다. 컴퓨터를 쓰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V3를 고맙게 쓰고 있다. 자기 재산의 절반을 국민을 위해 내놓는 것도 아름답고 고마운 일이다. 이런 일이 한국의 정치인들, 기업인들, 기득권층에 속하는 이들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어려울 때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 국민의 심정과 처지에서 보면 안철수가 하는 일은 모두 마땅하고 상식적인 일이다. 한국의 대다수 가난한 국민들이 안철수의 처지에 있다면 안철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기존의 정치인들로서는 서울 시장 후보의 자리를 남에게 양보하는 것이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안철수나 보통 국민들로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있어야 할 일이다. 나보다 더 일을 잘 할 수 있고 나보다 더 간절히 그 일을 원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 일을 친구에게 양보하는 것이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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