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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순 칼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장 · 목사

입력 Aug 28, 2012 05:17 AM KST

기업은 좋은 제품을 만들고 높은 이윤을 창출하면 된다는 논리가 아직도 세력을 떨치고 있다. 이런 논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속에서 기업이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성공하면 된다는 것이고, 기업과 기업인에게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런 논리는 시장만능을 내세우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위세를 떨치던 시대에는 통했을는지 모르지만 세계경제 위기를 겪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자체에 대한 반성과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는 오늘날에는 더 이상 통할 수 없는 낡은 이론이다. 이것은 시장과 기업의 본질과 목적에 대한 성찰 없이 시장과 기업의 기능과 기능적 논리에만 집착하는 천박한 주장이다.

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 높은 이윤을 얻는 것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높이 평가되고 격려할 일이다. 그러나 기업이 성공을 거둔 배경과 바탕이 되는 자본주의시장경제가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을 면제 받는 것은 아니다. 돈과 경쟁력을 추구하는 기업과 시장경제가 인간과 사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높은 이윤을 얻으려면 생산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다른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한 기업이 경쟁에서 승리하여 높은 이윤을 얻으면 경쟁에서 패배한 기업들은 도산하거나 낙오 된다. 또 기업이 생산의 효율성을 위해 일자리를 줄이면 사회의 실업자는 늘어난다. 경쟁을 강요하는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소수의 기업은 성공하고 다수의 기업은 실패하거나 어려움에 처하고 사회는 끝없는 경쟁과 갈등에 빠진다.

높은 이윤을 얻기 위해 한 기업이 생산과 유통을 독점하거나 생산과 유통에서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면 사회의 부가 그 기업에 집중된다. 나라와 사회와 국민은 가난한데 기업만 부유해진다. 기업이 사회의 부를 독점하고 세계 1류가 되는데 반해서 다수의 국민은 일자리를 잃고 공동체의 뿌리가 뽑히고 가난으로 내몰린다면 기업과 시장경제는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것이다. 생산과 유통의 효율성과 경쟁력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기업논리에 인간과 사회의 삶을 맡겨 놓으면 부와 권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다수의 사람들이 공동체적 삶의 뿌리를 뽑히고 정신적 공황에 빠진다. 사랑과 배려가 없는 시장경제와 기업의 논리가 그대로 인간과 사회의 삶에 적용되면 인간과 사회는 반드시 파괴되고 만다. 따라서 시장경제와 기업의 경쟁과 효율성 논리는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가정과 학교교육과 종교 신앙에서는 이윤추구와 경쟁의 논리를 배척해야 한다.

시장과 기업은 사적 이익 추구의 공간만이 아니다. 시장과 기업은 국가와 인류사회를 위한 공익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시장과 기업도 도덕과 품격을 지녀야 하며 사회적으로 공적 책임을 져야 한다. 기업이 나라와 인류사회와 민중의 삶에서 중심적이고 주도적인 지위에 있다면 나라와 국민, 인류사회와 세계시민에 대한 무한한 책임과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 기업이 이룩한 부는 자연자원과 민중의 노동과 인간정신의 창의적 노력에 근거한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이룩한 부를 기업이 독점하고 사유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그 부의 상당한 부분을 자연과 민중과 정신의 보전과 향상을 위해 써야 한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많고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돈보다 소중한 것을 돈벌이를 위해 희생시키면 인간 공동체와 정신은 파괴된다. 인간 공동체를 살리고 인간 정신을 높이기 위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돈보다 소중한 것을 지키고 높이기 위해 돈이 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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