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재순 칼럼] 순동이 악어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장 · 목사

우리나라에 말하는 코끼리가 있다고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코식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코끼리는 '안녕' '앉아' '아니야' '누워' '좋아' 등 한국어 다섯 단어를 정확하게 발음한다. 태어나서 5살이 될 때까지 다른 코끼리들과 함께 살지 못하고 사육사하고만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코식이는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육사의 말을 흉내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긴 코를 목구멍으로 집어넣어 성대를 울려서 사육사의 음색을 닮은 소리를 냈다.

코끼리도 서로 소통하고 사귀려는 간절한 소원을 가지고 있다. 서로 소통하고 사귄다는 것은 서로 주체로 인정받고 인정한다는 것을 뜻한다. 코끼리도 이처럼 주체로 인정받고 남을 주체로 인정하고 싶어 한다. 이것이 생명의 본성이고 목적이다.

베트남에서는 국수를 파는 집이 있는데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이 집에 사는 순동이 악어를 보기 위해서다. 악어 한 마리가 막둥이처럼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함께 뒹굴며 산다. 파충류 악어는 얼마나 사납고 억세고 잔혹한가! 그런 악어가 어쩌다 이런 순동이가 되었을까? 이 악어가 갓 태어났을 때부터 사람이 기르기 시작해서 아주 작았을 때는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도 했다는 것이다. 사람과 서로 통하며 사랑을 나누며 살았기 때문에 이 악어가 순동이가 되었다.

사납고 거칠고 난폭한 악어의 행동은 생명의 껍데기, 거품에 지나지 않고 악어의 본성 속에는 생명의 알맹이, 사랑과정이 있다. 코끼리와 악어의 속에 있는 생명의 알맹이, 사랑과 정은 서로 주체로 인정하고 인정 받고 싶은 마음, 서로 소통하며 사귀고 싶은 심정을 나타낸다. 생명은 서로 살리고 통하고 사귀는 사랑과 평화의 씨알맹이를 품고 있다.

인간이 아무리 사납고 거칠고 난폭한 짓거리를 해도 그것은 다 생명과 정신의 껍데기요 거품 같은 것이다. 그 껍질을 벗겨내고 거품을 걷어내면 그 속에 사랑과 평화, 인정과 정의의 씨알맹이가 알차게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아무리 사납고 거칠고 난폭한 행동을 하더라도 낙심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의 사나운 말과 난폭한 행동은 연한 새싹 같은 영혼의 속살을 지키는 딱딱한 껍질 같은 것이고, 숙성하기 위해 발효되는 정신의 거품 같은 것이다. 학생들의 마음에서 껍질을 조금 벗기고 거품을 조금 걷어내면 착하고 부드러운 순동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박재순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성장 이끌었던 번영신학, 이제 힘을 잃었다"

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학문적 통찰이 없는 신념은 맹신이 될 수 있지만..."

장공 김재준의 예레미야 해석을 중심으로 예언자의 시심(詩心) 발현과 명징(明徵)한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윤식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이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 "데리다의 환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12일 오후 안암로 소재 기윤실 2층에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좋은사회포럼'을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7] 중세교회 대중들의 신앙생활

중세의 신학은 기본적으로 스콜라주의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스콜라주의 문헌들은 라틴어로 쓰여졌는데, 이것을 읽거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6] 중세 신학의 대략적 지도: 서방의 '스콜라 신학'과 동방의 '비잔틴 신학'

'중세 신학'이라는 용어는 통상 이 시기의 서방 신학을 가리킨다. 지리적으로는 유럽 지역이다. 초대교회 신학은 북아프리카와 소아시아에서 시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