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강영안 교수, ‘소크라테스와 예수’ 공통점과 차이점은

한국 키에르케고어학회 공개강과 주제 강연자로 나서

▲강영안 교수. ⓒ베리타스 DB
강영안 교수(한국철학회 회장, 서강대)가 실존철학자 키에르케고르(1813~1855)의 철학적 단편인 ‘철학의 부스러기’를 바탕으로 키에르케고르가 말하는 예수와 소크라테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논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4일 한국 키에르케고어학회(회장 황종환 교수)가 주최한 공개강좌 ‘예수와 소크라테스’의 강연자로 초청된 그는 무엇보다 예수와 소크라테스의 삶을 반추, 세가지 차이점을 이끌어 냈다. 그 첫번째는 ‘죽음’을 대하는 자세였다.

강 교수는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박히시기 전 처절하게 힘들어했지만, 소크라테스는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죽어갔다"며 "죽음을 앞둔 소크라테스가 70대였던 반면, 예수님은 30대 청년이셨다는 단순한 이유는 아닐 것이라는 관심이 생겼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소크라테스는 죽음이 단순히 모든 삶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이 아니라, 영혼이 육신의 감옥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의 사건으로 봤다"며 "이러한 사상은 서양 기독교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구약성경에서 육신은 전혀 비하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 같았지만, 서양 기독교는 소크라테스의 영향을 받아 육신을 비하하는 데까지 발전했다"고 갈파했다.

‘죽음’에 대한 낙관적 이해를 한 소크라테스와 달리 예수는 겟세마네 기도(마26:36~46)에서 나타나는 것 처럼 ‘죽음’을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픈 괴로운 잔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바울은 고린도전서 15장에서 죽음을 ’마지막 원수’라고 했고, 예수의 부활로 마지막 그 원수를 이겼다고 표현했다"며 "예수에게 죽음은 철저히 악한 현실과의 싸움이자 하나님의 창조와 대립되는 현상이었고, 부딪치고 싸워서 결국 부활이라는 승리를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가르치고 관계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강 교수는 "예수는 우리 인생에 해답을 주신 분이라 질문하거나 문제를 따지고 깊이 생각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복음서와 사도행전에서의 승천까지 예수는 겹치는 것까지 쳐서 305가지를 질문했다"며 "이렇게 ‘질문을 던지시는 예수의 모습’과 겹쳐지는 것이 바로 ‘질문의 명수’ 소크라테스"라고 전했다.

이처럼 둘 모두 사람들과 관계하는 방식이 ‘질문’이란 매개로 유사했으나 그 내용만큼은 확연히 달랐다는 게 강 교수의 주장이다. 먼저 소크라테스는 사물의 개념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발견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그와 달리 예수는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비유를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세번째로는 ‘감각’의 차이를 들었다. 강 교수는 "소크라테스라는 사람은 별다른 감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크라테스는 큰 전쟁을 세 번이나 치른 일종의 ‘전쟁 영웅’일 만큼 체력이 강했고, 누구에게 유혹당하거나 남을 돕지도 않았고 심지어는 술에 취하는 일도 없었다"며 "이에 반해 예수는 ‘민망히 여기사’, ‘불쌍히 여기셨다’는 성경구절이 여러 번 나올 정도로 사람들과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 교수는 "이성을 통한 삶의 길을 찾으려는" 19세기 계몽주의 전통 위에 서 있던 키에르케고르가 ‘이성’을 중심으로 예수와 소크라테스란 두 가지 삶의 방식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도 살폈다. 

그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영혼이 이 세상에 오기 전에 이미 ‘진리’를 알고 있었지만, ‘레테의 강’을 건너오면서 이를 잊어버렸으므로 이를 일깨워주는 역할을 말한다. 강 교수는 "페스탈로치 등이 말하는 현대 교육에 깔린 생각도 이것으로, 진리는 이미 그 사람 안에 갖춰져 있으니 잘 알 수 있도록 깨우치고 회상하도록 ‘산파술’, 즉 대화와 담론을 강조한다"며 "진리나 참된 지식은 존재하고, 이미 우리 속에 내재된 이것을 대화로 일깨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다른 삶의 방식이 키에르케고르가 말하는 "기독교적 출발점"이라고 강 교수는 전했다. 그는 "진리는 내 속에 없고, 참된 앎은 없다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라며 "그 다음에는 내가 비진리라는 사실을 아는 것, 그 ‘비진리’는 내게 있는 ‘죄’이고 그 죄에 대해 인식하는 ‘카이로스’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이 순간 하나님께서 주시는 ‘조건’이 있는데, 그 조건은 ‘믿음’, ‘신앙’이다. 이를 받아들일 때 발생하는 변화가 바로 ‘회개’, ‘회심’, ‘전환’이고 이어서 ‘뉘우침’이 일어나며, ‘다시 태어남’, ‘거듭남’, ‘중생’이 이뤄진다"고 했다.
 
이 같은 전제 하에 키에르케고르는 ‘신앙과 지식’의 관계를 논한다. 키에르케고르는 ‘자신의 내적 진리를 일깨우는 길’과 ‘바깥에서 진리를 배우는 길’이 서로 반목하는지를 탐구했다. 강 교수는 "(신앙과 지식이)첫번째 단계에서는 둘 사이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럴 때 비로소 우리가 추구하고 갖고 있던 이 지식을 그 속에 포함시켜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지식을 배제한 역설로 예수와 관계를 형성했다고 해서 ‘지식’이 폐기처분 되어야 할 그 어떤 것이 아님을 부가 설명했다.

역사적 최소주의를 설파한 키에르케고르의 주장 속에서 ‘신앙과 역사’의 관계를 되묻기도 했다. 강 교수는 "소크라테스의 방식에서는 사실상 역사가 중요하지 않고, ‘순간(카이로스)’은 의미가 없이 모든 것은 동일하게 발생한다"고 했으나 반면, "하나님께서 일으키신 삶의 역사는 항상 새롭고, 지금 이 순간이 새로울 뿐 아니라 오늘, 현재를 항상 새로운 사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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