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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순 칼럼] 김구의 문화국가론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장 · 목사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의 법적 정통성은 삼일독립운동과 이 운동으로 생겨난 임시정부에 있다고 하였다. 삼일독립운동의 정신과 철학을 바탕으로 임시정부가 세워졌고 임시정부를 조직하고 이끈 안창호와 김구는 높은 품격을 지닌 문화국가를 지향했다.

식민지 백성으로서 한국민족은 삼일독립운동을 일으켰다. 삼일독립운동은 국가의 이념과 철학으로 민주, 민족자주, 세계평화의 원칙을 제시하고 높은 도덕과 정신을 추구하였다.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스로 일어나 움직였으니 민주이고, 식민지 백성으로서 나라의 자주독립을 선언했으니 민족자주이며, 나라를 빼앗고 억압 수탈하는 일본과도 사이좋은 국가가 되기를 바라며 세계평화를 내세웠으니 세계평화다. 일제의 총칼에 맞서 비폭력 평화의 정신을 지키고 도의와 정신의 시대를 선언했으니 높은 문화를 지닌 품격 있는 나라와 민족임을 드러낸 것이다.

김구는 아름다운 문화국가를 염원하였다. 백범일지에서 김구는 이렇게 말했다.“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 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 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 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임시정부 주석으로 독립운동을 이끈 김구는 동학군의 소년 접주로서 갑오농민전쟁에 참여하고, 일본군 장교를 때려죽이고, 일제의 요인을 척살하였다. 그런 김구가 해방 후에는 문지기나 청소부가 되어도 좋다고 하고, 문화국가를 내세우며 당파심과 권력욕에서 벗어나 민족통일을 위해 헌신한 것은 비폭력 세계평화를 내세운 삼일독립운동의 정신과‘사람이 하늘’이라는 동학사상을 이어받은 것이다. 안창호의 흥사단에 특별회원으로 가입하고 안창호와 함께 임시정부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김구가 높은 도덕과 정신을 내세운 안창호에게서도 깊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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