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안병무 “예수사건” 오늘날 교회에도 문제제기

이재원 교수, 안병무 선생 제19주기 추모강연회에서 강조

▲심원 안병무선생 기념사업회는 10월18일(일) 오후 3시 향린교회 3층 본당에서 안병무 선생 제19주기를 기리며, “안병무의 예수사건 이야기, 열려 있는 해석학적, 실천적 지평”이라는 제목으로 추모강연회를 개최했다. ⓒ사진=송승규 객원기자

심원 안병무선생 기념사업회는 10월18일(일) 오후 3시에 향린교회 3층 본당에서 안병무 선생 제19주기를 기리며, “안병무의 예수사건 이야기, 열려 있는 해석학적, 실천적 지평”이라는 제목으로 추모강연회를 개최했다. 강연자는 이재원 한신대학교 초빙교수이다.   

이 교수는 안병무 선생이 하신 민중신학적 작업은 평등적 정의에 근거한 여타의 비판적 사회이론들과 함께 해방적 성서해석의 실천을 지향하고자 하는데 있어서 의미 있는 준거틀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오늘날 지구적, 제국주의적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 민중의 고통의 현실, 한반도 민중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민중의 처참한 현실을 지적하면서 민중신학의 의의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안병무 선생의 “예수사건”의 개념화가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안병무 선생은 독일권의 성서신학자들(빌리 맑센, 타이쎈, 리차드 호슬리)에게 영향을 받았는데, 그의 “예수사건”의 개념은 케리그마와 대조되는 한편으로, 케리그마와 대조되는 이분법적 구도 자체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탈역사화, 탈정치화되어 있는 기독론적인 신앙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제기로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그 문제제기는 오늘의 교회와 신학을 향해 여전히 타당하다. 또한 “예수사건”은 실존적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사건의 현재화’의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 이는 “예수사건”이 전태일 사건을 비롯한 민중의 고통과 저항을 통해 갈릴리 예수의 사건이 재현되고 있음을 꿰뚫어 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사건”의 개념화는 예수의 활동을 사회적-정치적-종교적 운동의 차원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 교수는 안병무 선생의 유언비어론에 주목했다. 안병무 선생은 유언비어가 가해자 혹은 피해자 두 계층에 의해 유도된다는 것을 지적함으로써 지배계층의 유언비어의 측면과 피지배계층의 유언비어를 정확히 구분했다. 5월 광주항쟁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진실은 공권력이 선전하는 공적인 유언비어를 뚫고 가려진 유언비어의 형태로 전달되고 기억되어왔다. 여기서 이 교수는 안병무 선생의 주장과 달리, 처음 제자들과 민중들의 예수부활 선포도 지배계층의 공적인 귀에는 들리지 않는 가려진 반제국주의적 메시지로서 일종의 유언비어의 성격을 띠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예수사건” 대 케리그마의 이분법적 대립구조를 무리하게 견지해야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 교수는 북미 신약학자인 리차드 호슬리의 ‘민중의 이야기전승’이 안병무 선생의 작업과 유사함을 지적했다. 리차드 호슬리의 이론은 (1)구술적 형태의 이야기로 예수사건을 전승하는 전승담지자/주체와 (2)그들이 전하는 이야기의 내용과 (3)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최소한 이 삼자 사이에 의미 있는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이야기의 언어 매체적 유사성, 사회적 상환간의 유사성, 따라서 이야기 내용의 문화전통적 공감성에 주목하게 한다. 이 교수는 여기서 (1)과 (2)가 안병무와 호슬리의 공통점이며 (3)은 안병무가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던 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제임스 스컷의 문화인류학적 “숨겨진 언어” 이론에 따르면 안병무의 “유언비어 이론”을 통해서도 (3)의 요소를 재조명해볼 수 있다. 지배계층에 의해 착취당하고 억압당하고 주눅 들린 힘없는 농민/민중들은 그들 자신만의 다양한 언어형태로, 즉, “숨겨진 언어”를 통해 저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 교수는 안병무의 ‘오클로스’ 민중론의 한계를 지적했다. 첫째, ‘오클로스’에는 안병무 선생이 주목하는 죄인과 세리, 병자 등 소외된 계층이 포함되지만, 이들을 ‘오클로스’의 주요 구성실체로 과도하게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둘째, 예수의 활동과 운동의 주요 거점이 가버나움 회당 등의 촌락공동체들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식민지 지배 하에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던 촌락공동체와 농민들이 예수의 “이스라엘의 회복/갱신운동”(호슬리)에 호응하고 참여했던 당시 민중/오클로스의 주된 구성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 마가복음이 들려주는 예수의 모습은 유랑하는 떠돌이 예수의 모습이 아니며 그 예수가 가르치는 경제적, 정치적 평등의 가치는 촌락공동체의 회복을 지향하는 예수운동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마가복음의 이야기가 전체적인 줄거리를 담은 한편의 완성된 이야기로서 당시에 구연되고 있었을 것이라는 호슬리의 관점에 비추어 마가복음의 청중은 갈릴리 근처의 집단적 촌락공동체의 민중들로 구성되었을 개연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안병무 선생이 “예수가 오클로스에게 새로운 희망과 변화의 길을 열어주었다”고 말하고 “예수가 하나님 나라의 도래의 전선에서 민중과 더불어 싸웠다”고 평가한 것을 되짚으면서 “오늘 한국 땅에서 우리가 예수와 민중과 함께 가야 할 갈릴리가 어디인가? ... 광화문 광장으로 다시 가야 하겠다”며 강연을 마쳤다.  
그러나 강연에 이어 진행된 토론의 순서에서 한 청중이 제기한 “왜 굳이 민중신학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강연회의 의의뿐만 아니라 오늘날 민중신학의 위상을 재점검할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오늘날은 신자유주의를 넘어 자본주의 4.0 모델을 모색하는 신세대들의 시대인데 민중신학이 반영하고 있는 과거의 급진사회주의 이데올로기로 그들의 공감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인지를 반성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글/ 송승규(객원기자 / 연세대 신과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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