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신자유주의 비판해야"

기후변화와 식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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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제공 =Jonathan Sta. Rosa/NCCP)
▲필리핀에서 개최된 교회협의회의 포럼에서 기후변화로 극심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가 프랑스 파리에서 막을 내린 12월11일(금) 필리핀교회협의회(NCCP)와 에큐메니칼정책제안연맹(EAA)은 필리핀 케손 시티에서 "기후변화 상황에서의 식량권과 생명권"에 관한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서는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공동체의 목소리를 듣는 순서가 있었는데 필리핀 농촌선교단의 패트리시아 팍스 수녀는 "그들이 우리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농촌여성연맹의 제나이다 소리아노는 농촌 여성들이 매해 파종기에 마을 대부업자들에게서 대출을 받아야만 종자를 구할 수 있는 현실에 대해 알렸다. 그런데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 때문에 흉작이 발생했고 많은 농부들이 빚더미에 짓눌리게 됐다. 그녀는 "어떤 여성은 교도소에 갈 처지가 되고 어떤 이들은 가정부 등으로 일하기 위해 도시로 이사를 가야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절망적인 상태에서는 성적인 접대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라고 하소연했다.

루마드 부족 단체의 파사카 연맹 의장이며 블란족의 일원인 컬란 파나겔은 "원주민들에게 숲과 산은 집이요 피난처요 약국이요 시장이요 식량창고"라고 역설했다. 그런데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서 진행되는 벌목과 대규모 광산 사업으로 인한 삼림파괴에 기후변화까지 겹쳐서 이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블란족의 노인들은 그들의 생애에서 거대한 태풍을 경험해보지도 못했으나" 2012년에 불어닥친 태풍 보파(필리핀에서는 파블로라고 불리는데)는 5등급에 속하며 다바오 오리엔탈 지역과 콤포스텔라 밸리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태풍 하이얀의 생존자 단체인 <사람 해일>의 에플레다 바우티스타는 "레이테, 사마르, 파나이 주는 필리핀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서 인구의 거의 절반이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2013년에 기록적인 태풍이 그곳을 휩쓸어 수천의 인명과 허술한 집들, 그리고 보잘 것 없는 코코넛 농장과 어촌 사람들의 생계를 파괴해버렸다. 그날 아침에 내가 파괴현장을 둘러보았을 때 나가사키, 히로시마와 다르지 않았다. 꺾어진 코코넛 나무들과 집들이 마치 이쑤시개처럼 들판에 흩어져 있었다"고 술회했다.

NCCP-교회협력행동(ACT) 연맹에 근무하는 에드워드 산토스는 "태풍 하이얀 이후에 재건사업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재난위기 감소 및 관리가 매우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세계교회협의회 경제 및 생태정의 자문관인 아테나 페랄타는 기후변화가 그것에 거의 기여하지 않은 공동체의 생활과 식량권에 영향을 끼칠 때 "가난한 사람들과 농부 및 원주민들은 엄청난 기후 부채를 짊어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70명 이상이 참석한 그 포럼에서는 세계 지도자들이 "포괄적이고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으며 공평한 범지구적 기후합의를 실행할 것"을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기후합의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서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정도만 높도록 지구온난화를 제어할 방책에 정부가 참여할 것과 기후변화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는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기후재정을 마련할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주말에 마무리가 될 파리 기후합의가 전반적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되기는 하지만, 배기가스를 제어하겠다는 약속과 재정적 대책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국립환경단체인 칼리카산의 레온 둘스는 "파리의 COP21이 끝나면 투쟁은 고국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우리 정부로 하여금 책임의식을 갖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성명서는 필리핀 정부를 향해 "생명을 위한 식량의 원천인 토지의 재분배를 실행하고," "농토를 플랜테이션으로 전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도하게 토지를 점거하는 행위를 중지시키며," "소규모 농어업 종사자들에 대한 재정 및 여타 형태의 지원을 제공하고 공동체 기반의 저탄소 영농기법을 지원함으로써 농업의 기후대응력을 향상시킬"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성명서는 또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교회가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고 기후부채의 인지 및 변상을 요청하며 더워지는 기후로 인해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투쟁에 동반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기후변화 피해자들의 필요에 부응하는 봉사를 제공함으로써 기후정의를 주창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NCCP 총무인 원주민 출신의 렉스 레이스 신부는 농부들과 원주민들이 비록 기후변화의 예봉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를 먹이고 우리의 식량을 생산하며 땅을 존중하면서 살아갈 방법들을 떠오르게 하는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라고 말하며 포럼을 마무리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로부터 배워야 한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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