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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여] 주체사상은 기독교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정지웅 교수(ACTS대)

입력 Jan 04, 2016 12:30 PM KST
jungjiwoong
(Photo : 베리타스 DB)
정지웅 교수(ACTS)

주체사상에서 자주성이란 타인에 의하여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기운명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인간 고유의 성질이다. 사회적 인간의 속성으로 자주성은 곧 생명의 생존과 직결된다. 즉, 모든 개인의 생명이 자주성을 상실하면 그것은 더 이상 살아있는 생존의 상태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체사상의 생명론은 기독교의 신중심적인 고전주의적인 생명론에 대하여 대단히 비판적이다. 즉, 생명의 원인이 신이라고 하는 절대 존재에 귀결되어 있어서 인간의 자주성과는 상관없이 신의 뜻대로 결정지워졌다는 이론을 대단히 비역사적 생명론이라고 지적한다(조성발, 『주체의 인간론』[평양: 과학백과사전 종합출판사, 1988], 41).

"사람에게 있어서 자주성은 생명입니다. 사람이 사회적으로 자주성을 잃어버리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동물과 다름없습니다. ... 자주성을 무시하는 것은 인간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남에게 예속되어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데 있겠습니까"(김일성, 『김일성 저작선집 27』[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84], 395-96).

"자주적 권리는 사회적 존재인 사람의 제일 생명입니다. 사람에게 자주적 권리가 없으면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생활이 있을 수 없습니다"(김일성, 『김일성 저작선집 9』[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80], 36).

이처럼 주체사상에서 자주성은 주위세계를 자기의 요구와 실정에 맞게 개선하며 자기에게 복무시키려는 자각과 의지, 그것을 실현해 나가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 성질이다. 바로 이러한 자주성으로 인하여 인간은 자기운명의 주인이 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세계의 주인으로 고유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주체사상에서 자주성은 생명체의 생존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정신적 잣대와 같이 기능한다. 생명체의 연대를 구성하는 생명의 객체가 자주성에 기초하고 있지 않거나 자주적인 성격을 띠지 않는 활동을 한다면 그것은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기독교에서는 인간은 자신의 의지를 버리고 전적으로 신에 의탁할 때 구원이 있다고 믿는다.

한편, 북한에서는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유지하는 정신에너지는 민족주의의 동지애라고 정의하고 있다. 동지애로 엮여 있는 생명체로서의 북조선 사회는 지극히 공동체 중심적인 문화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혁명적 의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바람이 불어와도 사대주의를 하거나 자기조국을 배반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그 어떤 다른 나라의 인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수령님께서 조국을 찾아 주시고 이 땅위에 번영하는 사회주의 조국을 세워주셨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일제와 미제를 타도하고 천리에 조선의 명예를 떨치도록 우리 인민을 이끌어 주시는 분도 우리 수령이시며 세계반동의 원흉인 미제와 직접 맞서있는 어려운 조건에서도 사회주의 건설과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한 우리 인민의 혁명위업을 승리의 한 길로 이끌어 주시는 분도 다른 아닌 어버이 수령이십니다." (김정일, "주체사상교양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 『근로자』[1987.7])

자주성과 동지애로 연결된 사회정치 생명체는 기독교의 종말론과 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 차이점은 직선적 운동이 아니라 상당히 원운동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생명체의 수뇌부로서의 수령은 사후에도 영생불멸한다고 믿는다. 수령은 몸은 죽었지만 수령의 생명은 인민대중의 해방사건 속에 다시 재현하여 살아나 생명체를 이룬다는 것이다. 사회정치생명체는 현실과 내세가 공시적으로 작용하면서 인민대중의 혁명사건에서 모두 발현하게 된다는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생명일원론을 제시하고 있다. 북에서는 이러한 사상적 원리를 '인간일원론의 신인본주의(neo-humanism)'라고 지칭하고 있다(신은희, "기독교와 주체사상과의 대화: 생명주의 다문화 통일론"[통일미래사회연구소 발표논문, 2006.7.22.], 14).

정리하건대, 주체사상을 연구해 보면 인간을 완전체로,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리하여 노력하면 인간사회도 낙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근거하여 불완전하고 모순이 가득한 인간의 본질적 모습에 대해서는 간과한 듯하다. 또한 기독교에서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자유의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주체사상의 논거는 너무나 뻔한 얘기를 동어반복적으로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오늘날 북조선 사회는 주체사상의 유기체적인 사회정치생명체의 성격에서도 많이 이탈되어 있다. 외부적 위협요소가 해소되지 않은 국제정세에서 내부적 통제 수단으로 지나치게 수령론을 강조하다보니, 수령의 절대성이 종교성과 혼합되면서 기형적 수령론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제4차 당대표자대회를 통해 김일성 절대사상인 주체사상을, 김일성·김정일 절대주의인 김일성·김정일주의로 격상시켰다. 따라서 수평적 이동이어야 하는 힘의 분배가 수직적으로 움직이고, 수령이 인민에게 봉사하는 존재가 아니라 통제하고 억압하는 절대 군주의 모습으로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즉, 수령론이 권력에서 초월된 "인민의 머슴"으로 섬기고 봉사하는 인물이 아니라 숭배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는 마땅히 비판 받아야 할 일이다.

김정은은 할아버지, 아버지를 절대화하면서 이제 자신이 수령의 역할을 담당하고자 한다. 집권 4년이 지난 지금, 그의 위치는 더욱 확고해졌고, 단·중기적으로 볼 때, 그의 권력은 안정적이다. 또한 주체사상을 바벨탑처럼 높이 쌓아가고 있다. 그러나 절대권력은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 있고, 교만한 자는 늘 거꾸러지는 법이다. 하나의 사상을 억지로 높게 쌓으면 와르르 무너지게 되어 있고, 다양한 사상이 골고루 혼재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고, 인간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것임을 북한 정권이 하루라도 빨리 깨닫기를 바란다. 불완전한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망각하고, 스스로 돌아보지 않는 그 순간부터 쇠락이 시작됨을 우리는 역사에서 늘 보아 왔다. 세상의 어떤 사회나 국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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