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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이주민 정책, 권력적 시각의 교정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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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만평)
▲똘레랑스 정신, 이방인에게 적용되는가. 2016년 1월7일은 프랑스 파리의 샤를리 엡도 잡지사에 대한 이슬람 무장세력의 총격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이 사건은 이슬람의 종교적 극단주의와 폭력성을 입증하는 사건으로 이해되어왔다. 하지만, 그 사건의 이면에는 프랑스의 똘레랑스 정신이 그 사회의 이방인인 이슬람인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사회적 및 제도적 차별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같은 프랑스의 상황은 최근 수민국으로 인구환경이 바뀌고 있는 우리나라에 강한 경고음으로 들린다.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의 2015년 이주노동자 및 이주민 통계에 따르면, 체류외국인의 수가 최근 매년 10% 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체류 외국인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및 동남아시아 출신자들이 사실상 우리나라의 이등시민으로 간주되고 있는 점은 유념해야 할 현상이다. 체류외국인의 수가 늘어나다보니 그들과 관련된 범죄 건수가 증가하는 것뿐인데도 그들을 우리 사회의 잠재적인 불안 요인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상 인종차별적인 시선도 문제이지만 제도적으로 불비한 여건 때문에 손쉽게 출국 명령을 발령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종교계와 사회단체들이 차별적인 제도를 철폐하도록 요청하고 피해 외국인들과 연대하여 그들의 권리를 회복시켜주기도 했지만, 일단 이등시민으로 각인된 이상 차별은 누적될 수밖에 없고 급기야는 폭발의 위험에로까지 진전하게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프랑스에서 벌어진 이슬람권의 테러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작년에 벌어진 샤를리 엡도 잡지사 총격사건이나 파리 시내에서 동시다발로 터진 테러는 2005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전국적 무슬림 폭동과 더불어 이슬람과 프랑스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2005년 11월의 사태에서는 8973대의 차량이 불탔고 프랑스 정부가 결국 3개월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기도 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이슬람의 폭력성을 입증하는 사건들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그 이면에 프랑스의 똘레랑스 정신이 그 사회의 이방인인 이슬람인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사회적 및 제도적 차별이 도사리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보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프랑스의 상황은 최근 수민국으로 인구환경이 바뀌고 있는 우리나라에 강한 경고음으로 들린다.

평화의 왕으로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은 우리에게 나그네를 선대할 것을 요구하신다. 물론, 나그네를 이웃으로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그 나그네의 이질적인 문화가 온존해온 전통을 흐릴 우려, 즉, 문화의 동일성에 대한 침해를 두려워하는 것 때문이다. 특히, 이슬람 문화의 공격성에 대한 편견은 외국인혐오증을 넘어 외국인공포증을 유발하게도 한다. 실제로 성경에서도 "그가 사람 중에 들나귀 같이 되리니 그의 손이 모든 사람을 치겠고 모든 사람의 손이 그를 칠지며 그가 모든 형제와 대항해서 살리라"(창세기16장12절)라고 예언했으니 그 공격성을 유전자로 간주하는 편견이 성경의 권위에 실려 유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 말씀은 생존을 염려해야 하는 나그네의 처지에 처하게 되면 누군들 그러한 성향을 보이지 않겠는가라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이니라"(신명기10장19절)라고 명령하셨다.

하나님께서는 나그네를 대할 때 권력의 관점에서 판단하지 말 것을 일러주고 계신 것이다.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을 때 권력에 의해 억압당했었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기들의 땅에 들어온 나그네를 차별한다면 그 또한 권력에 의한 억압을 재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씀이다. 우리 민족 역시 나그네였기 때문에 관동대지진의 참극과 스탈린 시절 강제이주로 인한 처참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이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면서 우리는 그 아픔을 이 땅에 재현하지 말아야 할 역사적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물론, 하나님의 말씀은 나그네에게도 적용된다. 타국에서 나그네가 되었으면 그 나라의 법과 문화를 존중해야 할 것을 일러주시는 것이다. 나그네만큼 법질서와 안전한 문화의 소중함을 절감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그들의 체험대로 타국의 질서와 문화를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슬람이 포교를 목적으로 금권을 앞세워 조직적으로 타국에 정착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권력적 시각에서 타문화를 정복하려는 행위이다. 이것은 그 사회에 갈등과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우리 땅의 나그네들을 권력의 관점에서 대하는 정책부터 반성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이주노동자들에게 시행하는 정책은 여전히 그들을 이등시민으로 고정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위에 언급했듯이, 그들을 이등시민으로 고정하려는 시도는 결국 제2의 프랑스 사태를 한반도에 불러들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권력적 시선을 교정하기 위한 교육을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 일은 교회가 맡아야 한다. 교회가 위정자들에게 이들이 이등시민이 아니라 하나님의 한 백성임을 선포해야 한다. 그리고 제도적으로 억압을 당하는 그 나그네들을 감싸 안고 그들을 대변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들의 창의성을 발휘하게 되고 기꺼이 우리 사회의 동력이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할 것을 명령하셨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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