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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통일] 14 북한이 내세우는 종교관은 어떠할까?
정지웅 교수(ACTS대)

입력 Mar 21, 2016 10:50 AM KST
jungjiwoong
(Photo : ⓒ베리타스 DB)
▲정지웅 교수(ACTS대)

종교에 대한 북한의 인식은 1973년 판 『정치사전』에 인용된 김일성의 교시, "종교는 력사적으로 지배계급의 수중에 장악되여 인민을 기만하여 착취억압하는 도구로 리용되었으며 또 근래에 들어와서는 제국주의자들이 후진국가 인민들을 침략하는 사상적 도구로 리용되었다"(『정치사전』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73], 1047)에 잘 압축돼 있다. 북한에서는 기독교를 "피착취 근로대중의 해방투쟁을 말살하고 착취제도를 영구화하기 위한 착취계급의 정신적 도구," 즉, 종교를 '지배계급의 착취도구,' '제국주의적 침략도구'로 인식하도록 교육해 왔다. 다시 말하면, 종교는 지배계급이 대중에 대한 착취와 억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계급의식과 투쟁의식을 마비시키는 '인민의 아편'(『현대조선말사전』, 제2판 [평양: 과학, 백과사전출판사, 1981], 1831)이며, 강대국의 약소국에 대한 침탈을 위한 교두보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당국이 철저한 사상교육을 통해 종교를 말살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해 왔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1981년에 발간된 『현대조선말사전』 역시 종교란 "'신,' '하느님' 등과 같은 자연과 사람들을 지배하는 그 어떤 초자연적이고 초인간적인 존재나 힘이 있다고 하면서 그것을 맹목적으로 믿고 그에 의지해 살게 하며 이른바 저승에서의 행복한 생활을 꿈꿀 것을 설교하는 반동적인 세계관 또는 그러한 조직"(『현대조선말사전』, 1831)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기독교에 대해서는 "예수를 믿는 종교"로서 "낡은 사회의 사회적 불평등과 착취를 가리우고 합리화하여 허황한 '천당'을 미끼로 하여 지배계급에게 순종할 것을 인민들에게 설교"하는 종교라고 기술하고 있다(『현대조선말사전』, 2918).

이러한 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대체로 1980년대 중반까지 대내적으로 종교제거 정책을 시행하는 근거가 되었으나, 1980년대 후반 들어 종교를 계급적 관점에서 '인민의 아편'으로 무조건 매도해오던 기존의 정책에서 다소 탈피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부터는 세계질서가 급격하게 변하고 남북 종교교류가 빈번해지자 종교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나름의 '주체적' 해석을 내리기 시작한다. 실제로 1992년에 출판된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종교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인식을 크게 완화하고 비교적 객관적인 설명을 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종교에 대해서는 "사회적 인간의 지향과 념원을 환상적으로 반영하여 신성시하며 받들어 모시는 초자연적이고 초인간적인 존재에 대한 절대적인 신앙 또는 그 믿음을 설교하는 교리에 기초하고 있는 세계관"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기독교에 대해서도 특별히 부정적인 해설 없이 "'하느님'의 아들로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하여 하늘에서 내려온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가 다시 부활한 그리스도의 교훈을 잘 지키면 '천당'에 간다는 것을 설교한다. 교리의 주되는 리념은 '평등'과 '박애'이다"(『조선말대사전』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92], 412)라고 해설하고 있다. 2000년판 『조선대백과사전』에서는 기독교에 대하여 신의 아들이라는 예수를 크리스트로 내세우고 그에 의한 인류의 구제를 설교하는 종교라고 설명하고, 교회는 종교를 믿는 신자들이 예배, 세례, 성찬과 같은 예식을 진행하는 집합장소라고 정의하고 있다(통일부, 『2004 북한개요』 [서울: 통일부, 2003], 433).

1981년 이후 북한의 기독교 용어 해석변화 비교

구분 현대조선말사전(1981년판) 조선말대사전(1992년판) 조선대백과사전(2000년판)
기독교 낡은 사회의 사회적 불평등과 착취를 가리우고 합리화하며 허황한 천당을 미끼로 하여 지배계급에게 순종할 것을 설교 교회의 주되는 이념은 평등과 박애이다. 그리스도의 교훈을 잘 지키면 천당에 간다고 설교 신의 아들이라는 예수를 크리스트로 내세우고 그에 의한 인류의 구제를 설교하는 종교
교 회 종교의 탈을 쓰고 인민들을 착취하도록 반동적 사상 독소를 퍼트리는 거점의 하나 기독교에서 여러 가지 종교적 의식을 하고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믿도록 선전하기 위하여 지은 건물 종교를 믿는 신자들이 예배, 세례, 성찬과 같은 예식을 진행하는 집합장소
성 경 예수교의 허위적이며 기만적인 교리를 적은 책 주로 기독교에서 종교의 교리를 적은 책 -

※ 출처: 통일부, 『2004 북한개요』(서울: 통일부, 2003), 433쪽

이상의 종교관에 근거한 북한 종교정책의 기조는 대체로 신앙의 자유에 대한 보장 선언, 통일전선을 위한 남한 및 해외 종교인들과의 협력 강조, 반종교정책의 고수 등 세 가지로 나타난다. 이러한 정책적 기조는 북한에서 주체사상이 확립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이 사상이 계속해서 유일지도사상으로 존속되는 한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1990년대 후반부터 어느 정도 종교정책상의 변화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1990년대 초반까지는 '통일'이 북한 종교단체들의 대남 및 대외 교류의 주된 명목이었고, 세계교회협의회(WCC)와 같은 국제적인 진보적 종교단체들과 남한의 한국기독교협의회(NCCK)와 같은 진보적 단체나 교단들이 주된 교류 대상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는 종교교류의 실질적 목적이 경제적 지원이나 인도적 지원으로 나타났고, 종교와 교단, 단체들에 대한 종전의 선별적 교류가 약화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의미는 김정일 정권 등장 이후 북한의 종교정책이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정치적 목적보다 경제적 목적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있다. 실제로 경제적 지원이 가능할 경우 어떤 종교단체들과의 교류도 마다하지 않는 양상으로 변하기 시작하였고, 종교교류에서도 실리적 관점이 크게 작용하기 시작했다(류성민, "북한 종교정책의 변화 전망과 김정일 이후의 북한 선교," 『김정일 이후의 북한선교』 [모퉁이돌선교회 세미나 자료집, 2007.3.17.], 28-30).

특히, 북한은 2000년 6월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교류․협력 및 남한 종교계 인사들의 방문을 허용하였으며, 이에 따라 남한의 경제계 및 문화계 인사들 못지않게 기독교계 인사들의 방북이 잦았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체제 수호 차원에서 기독교 전파를 두려워하고 있는 북한당국은 우리 기독교계 인사들과의 접촉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나 봉수교회 및 칠곡교회와 같은 공식교회 인사들을 내세우고 있다. 그나마 지금은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이러한 교류조차 얼어붙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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