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인터뷰] “악이 승리하도록 그리스도인들이 침묵하면 안돼”

세월호 광장 진실서명대 서명지기 조미선 씨 인터뷰 – 2부

※ 1부에서 이어집니다. 이번 순서에서는 진실서명대 서명지기 조미선 씨가 바라보는 한국교회, 그리고 자신의 신앙에 대한 심경 고백을 전합니다.

-. 앞서 고무적이라고 했지만 한국교회는 여전히 세월호 참사를 불편해 하는 것 같다. 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말이다. 기하성 교회 성도로서 이 목사의 행보를 어떻게 보는가? 또 일전에 문제가 됐던 이재철 목사의 발언에 대해서 한 마디 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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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조미선 씨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사명 중 하나는 억울한 사람이 없게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영훈 목사는 일단은 마음은 있는 것 같다. 그분이 품고 있는 진정성을 왜곡하고 싶지는 않다. 워낙 큰 교회를 담임하다 보니 성도들 성향이 다양하고, 혹시나 자신이 공격당하는 걸 두려워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도 본인이 소신껏 밀고 나가야 하는데 그 점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유가족 한 분과 교회 간담회를 다니던 중에 여의도 순복음교회 관련 선교단체에서 간담회 요청이 왔다. 그 단체에 개인적으로 잘 아는 간사님이 계셨고, 이분 역시 세월호 문제에 안타까워했다. 또 단체 차원에서도 유가족과 내가 와서 직접 이야기해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구체적인 일정도 잡혔다. 그러나 끝내 간담회는 열리지 못했다. ‘윗선'에 올렸을 때 거부 당한 것이다. 유가족의 방문에 굉장히 부담스러워 한 것 같다.

이 일이 있기 바로 직전 주간에 이영훈 목사는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을 찾았고, 여러 교계 언론에 "세월호 진상규명해야 한다", "미수습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분이 목회하는 교회에 속한 선교단체는 왜 유가족 초청 간담회를 불허했을까? 한참 고민 중이다. 간사님도 미안해 하면서 방법을 마련해 보겠다고 했다. 나 역시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담임 목사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함께 하는 분들이 유가족의 방문에 부담스러워하고 거부하니 도통 모르겠다. 진정성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처음엔 이 목사가 세월호 문제에 관심 보이는 게 참 좋았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지켜봐야겠다.

이재철 목사의 경우는 그분을 존경한다. 그분을 좋아하는 청년들도 많다. 아마 현장을 찾지 않아서 아닐까? 교회 안에서 개교회 중심으로 목회하는 분이랑, 현장에 나와본 분이랑은 정말 다르다. ‘이 목사가 현장을 찾지 않아서 부적절한 발언을 하지 않았나'하는 마음에 아쉽기만 하다. 그분도 지켜봐야겠다.

-. 일전에 ‘세월호 현장이 선교지'라고 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고 있는가?

세월호 현장이 선교지라는 마음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사실 지난 1년 동안 말씀 공급을 많이 받지 못했다. 나 자신의 성향을 잘 안다. 마리아 보다 마르다에 가깝다고 할까? 차분히 공부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지난 1~2년 동안 목사님 말씀이 잘 안들어 온다는 느낌이다. 교회와 교회 밖 세상의 온도차 때문인지 거의 들리지 않거나,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린다. 신앙 공급을 잘 못받다 보니 내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선교사라고 자처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 안타까운 느낌도 든다. 신앙의 재정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얼마 전, 출석하는 교회 목사님이 설교 중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웃사랑도 좋고, 불의에 항거하는 것도 좋고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우리가 하나님께 영광돌리도록 지어졌기 때문에 하나님께 영광돌리는 삶이 중요하다,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삶이 중요하다. 이웃사랑이 자칫 인본주의 신앙이 될 수 있다. 하나님 보다 인간을 더 사랑하는 인본주의가 될 수 있다."

목사님 말씀 들으면서 내 마음 가운데 이런 의문이 생겼다.

"내가 그런 사람 아닐까? 하나님 보다 인간적인 사랑에 너무 이끌리는 거 아닌가?"

내가 옳고 목사님이 그르다 할 수는 없다. 늘 피켓 시위를 하면서 하나님께 "당신의 뜻을 알려주세요"라고 기도하며 묻는다.

그렇지만, 마음은 세월호 현장에 있다. 외면하고서는 견딜수 없는 그런 마음이 있다. 마음 가운데 거부할 수 없는 힘의 능력이라고 할까? 세월호를 생각하면 말이다. 그래서 외면 못한다. 마음 가운데 확신이 강하다. 다시 말하면, "이 모든 활동이 하나님의 뜻 안에 있다"는 확신이란 의미다. 그만큼 확실하다.

단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 정립이 필요한 것 같다. 인본주의 보다 하나님을 더 사랑하기 위해 신앙이 다져져야 할 것이다.

"진상규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 여전히 진상규명이 문제다. 2년이 가까워 오지만 명쾌하게 드러난 건 없어 보이니 말이다. 진상규명이 가능하다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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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 지유석 기자 )
▲광화문 진실서명대 서명지기 조미선 씨

현장에 있다보니 전에는 사람들이 와서 진상규명이 제대로 안될 것이란 우려를 전해왔다. 전에는 진상규명이 꼭 되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어떤 정부인지 알게되다 보니 안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훗날 유가족들이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유가족들 옆에 끝까지 함께하고 있었다"는 기억으로 위안삼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난 그 마음으로 활동한다.

그리고 2년의 시간 동안 유가족을 지켜보며 느낀 점이라면 지금은 "진상규명이 반드시 돼야 한다", 그리고 "될 수 있다"는 마음이 강하다. 유가족들은 자식 사랑이 어떤 사랑인지 알았다. 뿐만 아니다. 그 사랑이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승화됐다. 이분들은 "반드시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 "다음 세대는 자신들의 자식이 이런 아픔 겪지 않았으면 한다"는 마음이다. 그래서 유가족들은 옳다.

이런 의미에서 진상규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유가족들에겐 진상규명 말고는 위로될 것이 없다. 이분들은 진상규명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절감했다.

-. 마무리 질문이다. 세월호를 꺼려하는 교회와 성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라면?

세월호 참사를 겪기 전에도 신앙생활을 했기에 말할 수 있다. 우리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삶, 죄악된 삶을 산다. 이런 삶 가운데 자기 신앙을 잘 지키고 하늘 소망을 두고 사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그렇게 살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교회 목사님들은 딱 이 지점에서 멈춘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이게 전부는 아님을 인식했다. 이와 더불어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과 교감하는 삶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없게 만드는 일도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사명 아닌가? 특히 내가 다니는 교회뿐만 아니라 다른 교회들에 드는 느낌이라면, 많은 교회들이 "세월호 참사가 세상적으로 안타깝고, 큰 사건이다. 그러나 교회와 무관한 세상 일"이라고 인식한 것 같다. 그래서 교회 안으로 끌고 들어오지 않으려 했다고 여긴다.

난 이 지점에서 한국교회 위기를 본다. 교회가 고통받는 사람, 약하고 아픈 사람을 품지 않아 세상으로부터 지탄받고 있다는 의미다. 광화문 한 복판에서 교회가 욕을 먹는 광경이 보이고, 한국교회가 침몰하는 광경이 보인다. 그런데 정작 교회안에 있는 목사와 성도는 모른다. 이걸 알려주고 싶다.

끝으로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싸움이 아니다. 세상을 지배하는 악과의 싸움이다. 세월호 참사는 보면 볼수록 단순한 선박사고가 아니다. 그보다 악의 총체적 산물이다. 그래서 싸워야 한다.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되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리스도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 악이 승리하도록 내려려둬서는 안된다. 하나님의 정의가 승리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서라도 그리스도인들은 무조건 이 일에 나서야 한다. 아무리 교회가 부패하고 타락했다 해도 결국 사회의 마지막 버팀목은 교회여야 한다. 이런 시선으로 세월호 문제에 접근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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