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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통일이여] 17 북한 주민들의 반기독교 정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정지웅 (ACTS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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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정지웅 교수(ACTS대)

마르크스는 봉건적 사회 속에서 귀족으로부터 착취당하고 있는 하층 계급들이 기독교를 믿음으로 해서 투쟁하기보다 자기의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여 변혁할 수 있는 의지가 상실되는 것을 보고 종교는 아편이라고 하였다. 즉, 종교는 자기 운명의 주인인 각 개인들이 막연한 운명이나 숙명을 받아들여 개혁하거나 투쟁하지 못하도록 만든다고 하였다. 같은 입장에서 북한 정부도 해방 직후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하면서 종교인에 대한 탄압과 반종교 선전교육을 강화해 왔다. 이러한 영향으로 현재도 학교교육과 직장생활에서는 물론, 가정과 같은 일상생활의 영역까지 철저한 무신론과 반종교교육이 일반화되어 있다. 또한 주목할 만한 사실은 유교와 불교 등 모든 종교를 비판하는 가운데 유독 기독교에 대해 보다 부정적이고 적대적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대표적인 반종교영화인 "성황당"에서 보면 기독교의 선교사들은 미국의 앞잡이로 나온다. 여기에는 한국전쟁과 이후 북미관계의 부정적인 역사적 경험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 기독교 인식의 재생산에는 학교교육과 문화기제가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오일환, 신효숙, 정지웅, "주체사상, 김일성, 김정일 어록, 북한의 학교 문화 및 교과서 분석을 통한 선교용 대화 자료집 개발," 기독교북한선교회 발표논문 [2007년 6월], 1-2).

북한에서 미제국주의와 직결된 기독교는 인민들의 심성 속에 상당히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있다. 물론 봉수교회나 칠골교회의 예배시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고 성가대는 음악적 소질이 뛰어난 성악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인지하고 있듯이, 북한에서 교회는 일종의 문화선전을 담당하는 기관이고 복지물자를 조달받는 기관이기도 하다. 북한에서는 한국교회와 같은 영성의 필요를 교회와 같은 종교기관에서 찾을 필요를 가지지 않게 된 것이 현실이다. 과거 반세기동안 한국과는 다른 이질적인 문화풍토에서 살아온 주민들에게 이미 '주체'가 가장 감동적인 영성이요 종교이며 신앙이 되어버린 것이다.

예배를 마치고 대학생들에게 "예배가 참 좋았다"고 하면 그들은 "예배야 좋지요. 행사니까요. 하지만 우리 조국의 구원자가 있는데 뭐 남의 나라 구원자 믿겠습니까? 조선 사람은 조선 하늘에서 조선의 하나님 믿는 게 좋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이 말은 사실 김일성이 조선신학의 대명제로 기독교에 대하여 평가한 말이다. 기독교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선식"으로 해석하여 믿는 것이 더 좋다는 뜻이다. 북한 "교인"들의 대답이 전적으로 정치적으로 꾸며졌거나 고안된 대답만은 아니라고 느꼈다. 실제로 북의 주민들의 의식세계를 반영해 주는 대답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어린아이들한테 종교를 갖고 싶지 않는가 하고 물으면 학생들은 종교가 정확하게 뭔지 잘 느낌이 안온다고 대답하기도 한다. 한국교회에서 보급 받은 많은 복음성가와 성경책 등을 보면서 참사들에게 이런 것 다 받으면 인민들 사상에 문제되지 않는가 하고 친북적 질문을 해보면 "절대 걱정 없습니다. 자유롭게 믿어라 해도 남의 나라 역사에 남의 나라 신앙을 왜 흉내 내겠느냐"고 하며 오히려 관심 없어 한다는 것이다(신은희, "기독교와 주체사상과의 대화: 생명주의 다문화 통일론," 통일미래사회연구소 발표논문 [2006년 7월 22일], 17).

이 같은 사례로부터 우리는 탈북자들을 대할 때, 또는 앞으로 만나게 될 북한주민들을 대할 때 올바른 기독교관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는 일차적으로 기독교에 대한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과 사례를 제시해주는 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신앙은 민중의 아편이라는 의식과, 기독교는 자본주의 미제국주의의 침략의 수단이라는 의식을 해소할 수 있는 역사교육 내용이 제공되어야 한다. 남북한이 분단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는 남북한 주민이 만났을 때 한국의 역사 인식으로 기독교를 제시하면 오히려 반감만 조장할 수 있다. 긍정적 기독교 인식을 위해서는 북한에서 발간되는 공신력 있는 사전이나 김일성 부자의 담화문이나 어록에서 기독교 관련 내용을 발췌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기독교사 및 기독교인식의 긍정적 측면을 제시해줄 가장 효과적인 자료로는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들 수 있다. 김일성회고록에 제시된 민족운동의 근거지로서의 기독교계 사립학교와 예배당들, 김일성 가계와 기독교와의 관계, 김일성의 기독교에 관한 긍정적인 발언들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오일환, 신효숙, 정지웅, 앞의 글, 21-22).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 보자면, 첫째, 김일성 가계와 기독교의 관계로, "김형직이 만주 팔도구에서 독립운동을 할 당시에 가장 많이 다닌 곳의 하나가 '포평 례배당'이었습니다. 교회가 단순히 예배하는 장소가 아니라 군중을 교양하는 장소, 국내혁명가들의 집합장소로 이용되었습니다. 김형직이 교회에 가지 못하는 날이면 김일성 주석의 어머니 강반석이나 삼촌 강형권이 예배 보러 온 사람들을 모아 놓고 반일교양을 하였다"(김일성, 『세기와 더불어』 제1권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92], 65 참고).

김일성 주석은 어머니를 따라 예배당에 다니다 그만두었다. 그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예수의 복음이 우리 인민이 겪고 있는 비극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였다. 예수의 교리 가운데 인도주의적인 것도 많았으나 민족의 운명을 두고 깊은 고뇌에 빠져 있던 나에게는 구국에로 부르는 역사의 웨침소리가 그보다 더 절박하게 들리였다"(김일성, 103-104 참고).

김일석 주석은 주체사상과 기독교의 정신이 통할 수 있음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온 세상 사람들이 평화롭고 화목하게 살기를 바라는 기독교 정신과 인간의 자주적인 삶을 주장하는 나의 사상은 모순되지 않는다"(김일성, 104).

둘째는 항일민족운동의 본거지인 기독교계 학교에 관한 것으로, 기독교학교인 숭실중학교 시절에 김형직과 친근하게 지낸 사람들은 적지 않게 애국적인 독립운동가로 자라났고 후에 '조선국민회'의 골간이 되었다. 또한 1917년에 일제가 '조선국민회'에 대한 단서를 잡고 김형직을 체포하였을 때, 봉화리의 기독교인들이 그의 석방을 위해 다음날 명신학교에 모여 새벽기도를 드렸다(김일성, 23, 26 참고). 기독교인들이 김형직을 위해 새벽기도를 드렸고, 기독교계 학교가 항일독립운동가를 양성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였다.

셋째는 김일성과 손정도 목사의 관계로, 김일성 주석은 손정도 목사에 대해서 "나는 그를 친아버지처럼 따르고 존경했다"고 표현했고 "생명의 은인"이라고 기록하고 있다(김일성, 『세기와 더불어』 제2권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92], 6, 16 참고).

또한 김일성 주석이 선교사나 목사를 '승냥이'가 아닌 '독실한 기독교신자'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도 있다: "우리나라의 기독교 신자들 속에는 손정도처럼 일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한 훌륭한 애국자들이 많았다. 그들은 기도를 드려도 조선을 위한 기도를 드리였고 하나님에게 하소연을 하여도 망국의 불행을 덜어달라는 하소연을 하였다"(김일성, 355 참고).

무엇보다도 탈북자나 북한주민들의 기독교에 대한 긍정적 인식 및 수용을 위해서는 신앙을 강요하기보다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향기 나는 삶을 보여 줌으로써, 그들 스스로가 기독교 신앙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생활전도가 바람직하다(주도홍, 『통일, 그 이후』 [서울: IVF, 2006], 160). 북한의 상황이 어려운 만큼 식량과 비료, 의약품과 보건의료 시설, 육아원의 급식이나 시설의 지원 등 인도적 차원에서 주의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특히 우리들은 북한주민들과 접촉하는 모든 생활공간이 작은 사랑을 실천하는 삶의 현장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랑실천 지침이나 사례'를 제작하여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탈북 후 단순히 의지할 곳을 찾아 중국에 있는 교회를 찾았고, 여기서 자신을 전도하고자 애쓰는 자들에 대한 대항 논리를 찾기 위해 성경을 읽다가 평생 잊을 수 없는 뜨거운 성령체험으로 극적으로 기독교에 귀의하게 된 한 새터민 출신 전도사의 증언은 무엇이 가장 강력한 힘인지 우리에게 알려 준다. 우리가 성령께서 역사하시길 기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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