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세월호 인터뷰] "거리에서 싸울때가 더 편했다"

세월호 유가족 박은희 씨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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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고 유예은 학생 엄마 박은희 씨를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세월호 1주기가 막 지난 지난 해 4월18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했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시행령안'(이하 시행령) 폐기와 세월호 선체인양에 대해 정부의 확답을 받고자 거리로 나왔던 것이다. 단원고 2학년 고 유예은 학생의 엄마 박은희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박 씨는 경찰의 방패에 맞서는가 하면, 다른 시위 참가자들과 함께 광화문 광장에 앉아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또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세월호 2주기는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맞았다. 그러나 박 씨는 마냥 평온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지난 7일 박 씨를 만나 2주기를 맞이하는 심경을 들어봤다.

-. 세월호 참사 이후 꼭 2년이 지났다. 1주기 때와 비교해 볼 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지난 해엔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거리로 나가 격렬하게 싸울 수 있었다. 응당 해야한다면 나가서 소리라도 쳐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었다.

지금은 격렬하게 흐르다가 갑자기 속도가 늦춰진 기분이다. 우선 세월호 인양작업이 진행중이지만 결과는 불안하기만 하다. 온전하게 인양될 것인지, 그리고 미수습자들이 다 돌아올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게다가 지난 19대 국회에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의 활동 시한을 명확히 할 특별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아직 20대 국회는 원구성도 못했는데, 특별법 개정 후 시형령이 만들어지기까지 또 3~4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인터뷰가 이뤄진 시점은 지난 7일이었다. 다음 날인 8일 여야는 원구성에 합의했다]

단원고 기억교실 존치문제도 학교나 교육청의 요구대로 (합의)했다. 미수습자를 기다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데, 가족들은 계속해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4.16가족협의회 집행부에서는 그럴 바엔 차라리 옮기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 미수습자를 남겨두고 간다면 마음이 편할까? 백번 생각해도 아닌데, 일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세 가지 요인들이 맞물린 상태다. 지금은 유가족들이 다소 침체됐다. 차라리 거리에서 싸울 때가 편했다. 무언가 외칠 수 있으니까. 지금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싸우는 중이다. 부모들이 다 직접 싸울 수는 없다. 대표단이 테이블 위에서 싸워야 하고, 그래서 기다려야 한다.

※ 정부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기간을 6월 말로 보고 있다. 특히 행정자치부는 지난 달 27일 특조위에 공문을 보내 보고서와 백서 발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원안을 3일까지 관계부처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보고서 및 백서 발간은 특조위 활동 종료 뒤 작성하도록 돼 있어서 정부가 사실상 특조위 해체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 일으켰다.

-. 지금 정부의 입장대로라면 특조위는 오는 6월말 활동을 종료하게 된다. 대응방안은 마련해 놓았는가?

아마 집행부를 찾아야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특조위원들이 회의를 했는데, 이 주제를 논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떤 식으로든 해수부를 압박해서 다만 몇 달치 예산이라도 끌어오는 게 한 방법이다. 그리고 최대한 인양이 빠른 시일 이내 이뤄지고, 특별법 개정안이 마련되는 일, 이 세 가지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실제 해수부 향해선 예산 집행 압력을 가하는 중이다.

-.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없다. 사실 유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대화가 되야 풀어갈텐데, 지금까지 정부 쪽에서 해온 방식은 상식 이상이었다. 정말 상식을 뛰어넘는, 말도 안되는 폭력을 가해와서 가족들도 답답한 상황이다. 한 가지 예로 특조위 예산이 실제로 집행된 시점은 지난 해 8월이었는데, 1월 1일부터 특조위가 활동했다고 해석하는 게 말이 되냐고 따졌다. 그래도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대통령이 상시 청문회법을 뒤집은 걸 보라. 이런 식으로 편법과 억지를 쓰면서 일을 하는데, 이와 동등한 수위로 대응할 수는 없지 않은가?

-. 지난 5월 단원고 기억교실 존치 문제로 농성을 했다. 아쉬움은 없는가?

※ 지난 5월 단원고 측은 세월호 희생자들이 쓰던 2학년 교실 철거를 시도했다. 이러자 유가족들은 농성에 들어갔고, 유가족과 재학생 학부모들이 협의를 통해 기억교실(희생학생이 사용한 교실, 존치교실로도 불림)을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유가족들이 집행부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 "협의체 구성원들에게 이런 식이라면 협의체 자체도 무산시킬 수 있다는 압박을 줘야 했었다", "너무 순진하게 행동했다"는 등의 말이다.

그럼에도 부모 입장에서는 당장 월요일에 학생들이 등교하는데 이 아이들에게 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교실 이전 자체에 대한 논의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 학교나 교육청 태도 역시 공론화 시켰어야 했다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안산 지역이 우호적"

-. 지난 4.13총선 결과 이 지역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지역이고, 그래서 정부·여당에 불리하리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이 지역 분위기는 어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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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지난 해 세월호 1주기 때 박은희 씨는 거리에 있었다. 당시 세월호 유가족들은 경찰과 격렬히 대치했고, 시민들도 속속 합류했다. 이에 경찰이 체포조를 투입하려 하자 박 씨는 온 몸으로 방패를 막아섰다. 다른 유가족들도 함께 나서 인간 사슬을 만들었다.

일단 가장 큰 요인은 야당이 단일후보를 내지 못한 데 있다. 야당표를 합산하면 60%가 넘었다. 단일 후보를 냈으면 야당 후보가 당선돼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여당 후보가 이 지역 토박이였고, 인적 네크워크도 광범위했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 지역의 의식수준이다. 정부·여당으로부터 위협을 받았으면 싸우겠다고 생각하기 보다, "밉보이면 당할 수 있다,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먼저한다. 또 여당 의원이 우리 지역 의원이 되어야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심리도 강하다.

출석하는 교회(안산 화정교회) 담임 목사님도 지역주민 일깨우려 10년가까이 노력해 왔는데 바뀌지 않는다고 하신다. 이분들은 무조건 정부 여당을 찍는다. 강자편에 서야 강자라고 여긴다는 말이다.

이분들을 옹호하자면 이분들 스스로 피해자라고 본다. 그런데 같이 연대해서 싸워야 한다는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를 봤기 때문에 더 많은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정부편에 서겠다는 심리다. 게다가 이 지역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보니 돈에 민감하다. 한 사람의 아픔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2년 동안 유가족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서서히 돈 문제만은 아님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또 4.13총선 이후 SBS 시사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등에서 세월호 참사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이 지역주민들은 이 정도일지 몰랐다고 한다. 

2년 동안 싸우는 모습보고 돈 문제 만이 아니구나 알게됐다. 총선 이기고 나서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이 방송사에서 흘린다. 지역주민들도 그 정도일지 몰랐다는 반응이다. 총선 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범국민 서명 숫자가 늘었다.

-. 불편해서 잊고 싶어하는 심리도 작용하지는 않았나?

그렇다. 빨리 끝났으면 하고 바란다. 자꾸 들추니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고, 서명 받을 때 대놓고 지겹다고 말하고 지나가는 분들도 많다. 가까이 지냈던 사람의 말이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던가? 그나마 다른 지역에 비해 그래도 안산이 우호적이다. 서명도 많이 해주고 유가족에게 발언기회를 주는 모임도 많다. 그러나 상처가 더 크다.

※ 2부로 이어집니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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