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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회, 사회구조의 악과 싸워야”
세월호 유가족 박은희 씨 - 2부

입력 Jun 24, 2016 06:03 AM KST

※ 1부에서 이어집니다.

-. 화제를 교회로 돌려보고자 한다. 한 번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회자 광장기도회'(2014년 8월)에 참석해 "한국교회가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가르침을 잊었다"고 증언하기도 했었다. 지금 교회가 세월호 참사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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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박은희 씨는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대안이 마련될때까지 세월호를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굳이 비율로 따진다면 예전엔 안산 지역교회 가운데 거의 99%가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비해 지금은 약 20~30%는 움직이는 중이다. 지금 다니는 안산 화정교회는 처음부터 적극적이었다.

안산 합동분향소엔 기독교 예배실이 마련돼 있는데, 주일예배와 매주 목요일 기도회를 갖는다. 그런데 몇몇 안산 지역교회가 목요기도회와 주일예배에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은 ‘나 여기 다녀갔다'는 정도다. ○○교회 △△교회 등 이 지역 대형교회들은 목회자만 다녀갔다. 1회성이긴 하지만 유가족 초청 간담회도 갖기는 했었다. 이곳에 발을 들여도 되는지 탐색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바람이라면, 이런 움직임이 더 확대돼 교회 안에서 더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이곳(안산 합동분향소)을 찾아와 주기 바란다. 그런데 이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나마 처음에 비하면 눈치를 보는 단계다. ‘저 교회도 다녀갔는데, 우리도 한 번 다녀가 볼까?'하는 분위기란 말이다.

-. 이런 움직임을 진전이라고 보는가?

조금 나아졌다고 보고 싶다. 교회 분들이 이곳에 와서 놀라고 간다. 여러 교회들이 원하는 날짜에 예배드려도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오는데, 막상 와서는 6월까지는 일정이 다 잡혀있다고 하니 말이다. ‘우리만 안다녀갔나?'하고 의아해 한다.

-. 내적 신앙에 대해 묻고 싶다. 일전에 감신대 이정배 교수와 대담을 나눴는데, 세월호 엄마들이 엄청난 신학적 질문을 던진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참사 이후 2년 동안 본인의 신앙에서 새로이 발견한 점이 있다면?

이전까지 신앙은 굉장히 보수적이었다. 스스로 경건하다, 또 그렇게 사는게 마땅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참사를 겪으며 정죄했던 것들보다 훨씬 더 악한 것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다는 걸 절감했다. 말하자면 살인 강도가 있는데,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아이만 혼내고 정죄했다는 의미다.

종교적 선입견도 그렇다. 이를테면 가톨릭은 형식이나 형상을 보다 중요시한다고 여겼다. 그런데 생각보다 실천적이고 예배중심적이었다. 불교도 마찬가지였다. 속세를 떠나 사는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이 발빠르게 아픔이 있는 곳에 찾아와 연대하고, 아픈 이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하게 짚어내고 대응했다. 이런 모습 보고 이전의 선입견을 내려놓게 됐다.

토속 신앙도 마찬가지다. 기독교인들이 제사 문제를 놓고 정죄를 많이 한다. 여성의 경우 결혼하면 제사 문제 때문에 목숨 걸고 싸운다. 그런데 난 아이를 보내 놓고 맞이한 첫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 갖다줬다. 뒷말이 없지는 않았다.

난 아이는 없지만, 아이에게 평소 끓여줬던 미역국을 오늘도 끓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동안 이런 문제를 상상 이상으로 확장시켜, 가장 인간적인 마음 조차 죄악시한건 아닌가 한다.

요약하면, 교회가 정말 싸워야 할 대상이나 사람들을 제대로 못찾고 있다. 우리 사회가 불평등하고, 너무 많은 생명들이 너무 쉽게 죽음에 내몰린다. 이런 세상에서 정말 싸워야 할 대상이 존재한다.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돈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구조적인 악과 싸워야할 때가 아닌가?

최고의 계명은 생명

지난 주 주일 ‘최고의 계명은 무엇인가요'를 주제로 아이들 설교를 준비했다. 예수께서 율법학자들에게 가장 큰 계명은 사랑이라고 한 이야기를 인용했다. 십계명 가운데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준 첫째, 둘째 계명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고 ‘살인하지 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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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지난 해 5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끝까지 진상규명 시행령 강행처리 규탄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뒤 다른 유가족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 박은희 씨

이 계명을 읽으면서 공통점이 무엇일까 묵상해보니 ‘생명'이었다. 생명을 준 사람과 생명을 없애는 사람에게 우린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즉 사람들 사이에 지켜야 할 계명 가운데 생명이 가장 큰 화두라는 뜻이다. 이후 이어지는 계명들은 더 악해질 때 살인으로 귀결됨을 드러낸다. 가장 중요한 건 생명인데, 이를 어떻게 지켜야 할 것인가? 이게 가장 중요한 질문 아닌가? 하나님께서도 생명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시던가?

지금 교회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가? 교회가 너무 엉뚱한 것에 목숨 걸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 일전에 백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가 공개석상에서 "세월호 유족들이 슬픔을 당했기 때문에 그분들의 모든 것이 ‘언터처블(untouchable)', 아무도 터치할 수 없는 우상이 된다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고 했었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이 목사께서 기도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목각인형을 보냈다. 아마 기도하라는 뜻인 것 같다. 이 목사가 발언하는 자리에 난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문제제기는 남편(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했었고, 그래서 남편과 풀어야 할 문제라고 본다. 때론 부부여서 어렵다. 아내 눈치 보느라 마음껏 이야기 못할까봐서다. 서로 잘 풀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평소 무의식으로 던지는 말 속에 평소의 습관이나 가치관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 목사 말 듣고 그냥 그랬다. 큰 감흥을 받지는 못했다.

-. 혹시 이 목사 발언이 상처가 되지는 않았나?

그보다 더한 상처도 받았다. 다른 목사들도 덕담도 해주지만, 비수를 꽂고 가기도 한다. 간간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는 분이 있는데, 사실 유가족에겐 이 말이 가장 날카로운 비수다.

-. 교회가 지금은 드러내놓고 막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여전히 미온적으로 보인다. 일전에 교회가 세월호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걸 두고 ‘시대의 아픔이자 비극'이라고 하기도 했었다. 이 비극은 진행형이라고 보는가?

여전히 비수를 꽂는다. 그리고 사실 유가족들은 엄청난 참사가 준 충격에 하늘로부터 무언가 계시를 받을 줄 알았다. 유가족들 대부분은 종교나 그런 걸 떠나 ‘우리가 잘 못하고 있구나', ‘우리가 잘못 살았구나', ‘우리가 좀 더 관심갖고 사회를 바라보지 못했구나', ‘아픔 당한 자들과 함께하지 못했구나'하고 느꼈다. 그리고 ‘이전과 다른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 피의 값이라고 여긴다.

그 값이 얼마만큼 매겨질지는 이 세상이 얼마나 바뀌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유가족에겐 비싼 값인데,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헐값에 팔아 버리는 꼴이 된다.

다른 종교보다 기독교에서도 목회자들이 목회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가, 사회가 이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인식했다면 자성이나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분들에게 세월호는 수 많은 사고 중 하나일 뿐이다.

기독교계가 잘 안움직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대형교회라고 본다. 안산에도 큰 교회들이 많다. 그런데 이 기회에 대형교회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 큰 교회에 다니는 집사님이 그러시더라. 이 집사님은 활동도 열심히 하시는 분인데 목사님이 아파하고 힘들어 한다고. 무슨 말이냐면, 이 목사님은 세월호 참사가 부당하다는 걸 알지만 몇몇 사람만의 목회자가 아니고 온 교인의 목회자이기에 성도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런 경향은 큰 교회일수록 심하다. 경우에 따라선 드러내놓고 가슴아프지만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못온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교회의 목사님이 다녀갔다. 그런데 이후엔 아무 말이 없다. ‘아픔에 함께 한다'는 표시까지는 된다. 그런데 밉보이기는 싫어한다. 두려움이 없다면 그만둘 각오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말이다. 예수 말씀대로 하나님과 돈 둘을 섬기는 셈이다.

-. 마지막 질문이다. 거리를 나가보면 가방이나 옷깃에 세월호 리본을 단 분들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이라고 본다. 그러나 정치권의 동향을 보면 진상규명이 될지 불투명하다. 국민들, 그리고 교회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제 딸아이가 나들이 가고 싶다고 해서 다녀왔다. 그런데 나들이 온 분들에 전부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확실히 1주년 보다 2주년 후가 오히려 국민들 사이에 관심이 크고 기억하려고 애쓴다. 정치권과 정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국민들 수준을 못따라 가는 것이다.

정치권이 헛짓을 한다면, 다시금 그들에게 따끔한 회초리를 드는 건 결국 국민들의 몫이다. 국민들이 지금까지 (세월호를) 기억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그렇지만 이 일은 우리만의 일이 아니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이 일 만큼은 해결되고 제대로 된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기억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일제 강점기, 4.19, 5.18 등 제대로 정리한 경험을 하지 못했다. 여전히 진행형이다. 따라서 이번 일만이라도 매듭을 잘 지어, 못했던 숙제들도 이를 거울 삼아 풀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독교는 기억의 종교다. 참사 초기 기독교는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 지역을 가도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곳은 교회다. 작지만 의식 있는 목회자들이 열심히 움직인다. 지역마다 이런 목회자들이 없는 곳이 없다. 아직 기독교에 희망은 있다.

연대하고, 기억하고자 함께 행동하는데 다른 어떤 종교보다 기억의 종교인 기독교가 앞장서야 하지 않겠나?

솔직히 십자가는 고통스럽고 힘들고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십자가가 없으면 우리가 있을 이유가 없어진다.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는 노란리본도 그 자체가 싫다기 보다 보기 힘들어 안본다는 분도 계신다. 그러나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기억해야 한다. 이번 만큼만이라도 국민들이 다른 모습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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