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종교개혁적 칭의론에 대한 역동적 이해

성화 없는 칭의는 죄인의 칭의 아닌 죄의 칭의(VI)

kimyounghan
(Photo : ⓒ베리타스 DB)
▲복음주의 신학자 김영한 박사

글/ 김영한(기독교학술원장)

X. 성도는 구원과 심판이라는 종말론적 긴장(소망과 두려움) 속에 살아야 한다

1) 진정한 칭의 이해는 종말론적 지평을 갖는다

종교개혁 전통에 의하면, 그리스도 안에서 의롭다 함을 받는 자는 동시에 반드시 거룩한 삶을 살게 되어 있다. 진정한 믿음을 가진 자는 그리스도 안에서 반드시 성화의 열매를 맺는다. 성화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기독인은 과연 그의 믿음과 구원이 확실한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루터가 말한바 같이 나무는 열매를 보아 알 수 있다. 진정한 기독인은 열매를 맺는다. 칭의와 성화는 분리되지 않는다. 분리되지 않지만, 구분된다.

종교개혁 전통은 믿음에 의한 칭의를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최종 심판대에서 전개될 행위에 따른 심판과 보상을 말하고 있다: "네가 어찌하여 네 형제를 비판하느냐 어찌하여 네 형제를 업신여기느냐 우리가 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리라"(롬14:10),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니라 하시리니, 그들은 영벌에, 의인들은 영생에 들어가리라 하시니라"(마25:45-46), "또 내가 보니 죽은 자들이 큰 자나 작은 자나 그 보좌 앞에 서 있는데 책들이 펴 있고 또 다른 책이 펴졌으니 곧 생명책이라 죽은 자들이 자기 행위를 따라 책들에 기록된 대로 심판을 받으니, 바다가 그 가운데에서 죽은 자들을 내주고 또 사망과 음부도 그 가운데에서 죽은 자들을 내주매 각 사람이 자기의 행위대로 심판을 받고"(계20:12-13). 종교개혁의 전통은 신약의 여러 곳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행위에 의한 종말론적 심판의 가르침을 진지하게 수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칭의를 라이트나 던이나 김세윤처럼 현재와 미래의 두 단계로 분리시키지는 않는다. 독일 튀빙겐대학교의 복음주의 신약학자 페터 스툴마허(Peter Stuhlmacher)도 필자와 같은 입장에 서있다(P. Stuhlmacher, Revisiting Paul's Doctrine of Justification: A Challenge to the New Perspective [Downers Crover: InterVarsity, 2001], 68-69.).

2) 진정한 구원론은 현재적 구원과 종말론적 심판의 긴장 구조를 지닌다

종교개혁의 전통은 칭의 받은 자의 현재적 구원과 동시에 종말론적 심판의 차원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최덕성은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스도를 믿고 이름이 하늘의 생명책에 기록된 자, 곧, 하나님의 나라에 진입한 자는 현재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다. 주님 다시 오시는 날까지 우리의 하나님나라 시민 신분은 바뀌지 않는다. 하나님의 성령은 믿는 자의 신앙을 끝까지 지켜 유지시켜 주신다. 성령 하나님은 성도의 견인 사역을 중단하지 않으신다"(이대웅, "[최덕성 칼럼] 김세윤 교수의 '유보적 칭의론' 유감," 크리스천투데이, 2015.10.23.). 그러나 신자들은 하나님의 은혜에 안일하게 안주하여 날마다 자신의 죄와 정욕을 쳐 복종시키는 내 속의 죄 죽이기(mortification)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사도 바울이 고린도교회에서 무법(無法)한 방종(放縱)의 생활을 하는 신자들에게 그러한 생활로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경고한 것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사도 바울은 우리에게 "불의한 자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줄을 알지 못하느냐 미혹을 받지 말라 음란하는 자나 우상숭배하는 자나 간음하는 자나 탐색하는 자나(여자처럼 행세하는 자들이나) 남색하는 자나(남자 동성애자들이나) 도적이나 탐람하는 자나 술 취하는 자나 후욕하는 자나 토색하는 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하리라"(고전 6:9-10)고 경고하고 있다. 이 말씀은 하나님을 믿어 하나님의 자녀가 된 자라도 무법이나 방종의 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하나님의 나라를 상속받지 못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3) 날마다 순종으로서 성화: 자기(옛 사람) 죽임과 자기(새 사람) 살림

필자의 스승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의 알브레흐트 페터스(Albrecht Peters) 교수가 칭의의 종말적 지평에 관하여 언급한 바같이 "모든 사람들의 행위는 최종의 심판 때에 심판자 하나님 앞에서 드러난다." 종교개혁은 삶의 종말적 지향을 예리하게 드러내었다. 칼빈 역시 칭의 받은 자에게 있어서 중생과 새로운 순종의 삶을 강조했다. 그것은 예수님의 말씀,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막8:34)를 날마다 실천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 옛 사람 죽이기(Abtötung)과 새 사람 살리기(Lebendigmachung)이다(John Calvin, Institutio, III. 3. 3.). 자기 죽이기(mortificatio)란 죄의 허물에 대한 하나님의 법적 심판 앞에 경악하여 옛 사람의 습성을 죽이는 것이다. 자기 살리기(vivioficatio)란 우리가 거룩하고 경건한 삶을 향한 불타는 염원 속에서 예수의 새 성품으로 옷입는 것을 체험하는 것이다. 바른 칭의 교리는 날마다 하나님의 면전에서 우리에게 인격적으로 다가오시는 하나님의 종말론적 심판을 대면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진정한 구원이란, 신자들이 처음 믿음으로 받은 바 구원을 지속적인 순종과 의의 열매 맺는 삶을 통해 '두려움과 떨림'으로 이루어 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신자들은 복음으로 온 세상을 창조주 하나님의 통치 아래로 회복해, 온 세상에 하나님 나라의 샬롬이 이뤄지게 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맺음말: 성화의 열매가 없는 칭의는 싸구려요 허위(虛僞) 칭의

필자는 정통개혁교회의 신학자로서 "새 관점 학파"가 제기하는 칭의의 종말론적 유보론을 수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장이 함축하는 동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그것은 오늘날 안일한 보수교회 신앙인들이 가지고 있는 성화 없는 칭의론과 율법폐기 구원신앙에 경종을 울리면서, 최후의 심판에서 하나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로 완성될 때까지 우리 신자들이 계속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속에 서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개혁의 전통은 믿음을 통한 칭의를 말함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최종의 심판 때에 하나님 앞에서 행위에 의한 심판을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향하여 열려 있다. 이것이 종교개혁적 칭의론의 바른 이해다. 종교개혁의 전통을 계승한 정통개혁교회는 칭의의 선언적, 법정적, 일회적인 성격을 강조하고 처음 칭의와 심판 날의 칭의는 동일한 칭의라는 것을 피력하면서 택한 자를 끝까지 지켜주시는 성령의 역사와 성도의 견인교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안정 속에 거함으로써 정통개혁교회에서는 이러한 종교개혁적 종말론적 심판의 긴장이 상실되면서 명목적 신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적 칭의교리를 안일한 기복신앙이나 이미 따 놓은 구원으로 안일한 신앙의 삶을 영위하는, 순종과 헌신 없는 싸구려 은혜 교리로 이해하는데서 벗어나야 한다. 구원받은 성도라 할지라도 종말의 심판 때 우리에게 삶의 결산을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요구에 직면하여 그리스도의 공로를 의지하고 성령의 은혜를 의지하여 겸허히 서는 종말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 순종과 성화의 열매 없는 칭의는 본회퍼가 말한 바같이 죄인의 칭의가 아니라 죄의 칭의가 되고 복음은 그 전파의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2천 년대 들어와 한국교회가 지도자들의 윤리적 비리와 대형교회 세습 때문에 사회적 비난을 받으면서 성장이 정체될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수에서 감소를 이룬 이유가 된다. 이제 신자들은 예수 믿는 것 때문에 덕을 보기보다는 손해를 보는 것이 바로 이 세상에서 소금이 되고 직장에서 빛이 되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수 믿는 것 때문에 희생을 감수하는 삶이 바로 이 세상에 소금과 빛이 되는 삶이다. 이것이 바른 칭의의 삶이다.

예수님은 산상설교에서 좋은 나무는 그 열매를 통하여 안다고 말씀하셨다: "못된 열매 맺는 좋은 나무가 없고 또 좋은 열매 맺는 못된 나무가 없느니라. 나무는 각각 그 열매로 아나니 가시나무에서 무화과를, 또는 찔레에서 포도를 따지 못하느니라. 선한 사람은 마음에 쌓은 선에서 선을 내고 악한 자는 그 쌓은 악에서 악을 내나니 이는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함이니라"(눅6:43-45). 칭의와 성화는 나무와 열매의 관계로서 좋은 나무는 최종적으로 좋은 열매를 맺을 수밖에 없고, 못된 나무는 못된 열매를 맺을 수밖에 없다. 바른 칭의는 바른 성화를 결실한다. 그러므로 성화의 열매가 없다면 그 칭의는 제대로 된 칭의가 아니다. 선한 열매 없는 칭의는 허위(虛僞) 칭의다. 좋은 행실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 사도 야고보는 증언한다: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약2:26).

우리 신자들은 칭의의 일회적으로 주어짐의 성격과 종말론적 완성 속에서 오늘도 다가오는 하나님의 종말론적 심판의 부르심에 매 순간 응답하여야 한다. 그리고 코람데오(coram deo)의 신앙으로 안일한 예정신앙과 성화 없는 칭의 신앙에서 깨어나 경성하여 선한 누룩이 되고 각종 세속주의 풍조, 동성애, 성매매 자유화, 급진적 이슬람이 밀려오는 포스트모던 세상을 향하여 소금과 빛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끝)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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