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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 서생이 사드 정국을 보면서 외교관분들께 드리는 글

정지웅 교수 (ACTS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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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정지웅 교수(ACTS대)

사드 배치 문제로 논란이 뜨겁다. 원래 군사안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군인들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적의 도발을 가정하여 필요한 무기와 대응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따라서 북한의 핵실험이 계속 일어남에 따라 국방부는 응당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사드가 단순한 군사적 사안이 아니라 핵무기와 같은 국제정치적 이슈이기에 이것을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드배치 문제를 한국의 미중관계 리트머스로 보는 입장을 넘어서 실제로 중국은 이것을 위협적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북한 방어용이라는 우리의 호소가 중국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아무리 사드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하더라도 중국은, 미국이 세계패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지구적 차원의 MD 체계를 갖추어 자신을 압박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그래서 자신들의 핵심이익을 건드리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사드 배치 발표 시간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백화점 쇼핑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 문제에 대한 국방부와 외교부의 조율이 되지 않았고, 이에 외교부측이 반발한 것 아닌가 하는 논란이 있었다. 국방부야 안보논리로 사드배치를 찬성할 수 있지만 외교부에서는 당연히 반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후 곧 윤장관은 적극적으로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여 논란을 무마시켰지만 이를 보는 필자는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 안보논리의 국방부는 으레 그렇다손 치더라도 외교부는 조금은 달라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과 동시에, 사드 배치에 대해 외교부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국제정세를 알고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우리의 운명을 고민하는 외교관이라면 한국의 사드 배치가 가져올 부정적 파장을 불을 보듯 뻔하게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세력 전이이론이니 패권안정론이니 세력균형론이니, 자율성-안보 교환모델 등의 국제정치 이론을 적용하기 이전에 사드의 효용, 도입 목적,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 이후 통일에 미칠 영향 등 모든 것을 고려해 볼 때 이것이 과연 우리의 전체적인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지구적 차원의 MD 네트워크 완성을 위해, 미국의 군산복합체를 위해(지난 해 한국은 미국무기 수입 1위국이었다), 미국이 북한 핵을 이용하는 측면이 전혀 없지 않다는 것도 요즘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동북아 정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은 다 아는 이야기 아닌가?

성주 배치로 알 수 있듯이 사드는 우리 국민 대부분이 몰려 있는 수도권 방어용이 아니라 1차적으로 미군 보호용이다. 한반도 사드배치는 유사시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미군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고, 군사적으로야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문제는 앞에서 말했듯이 이것이 현 동북아 상황에서는 단순히 방어무기체계가 아니고 심각한 정치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드배치는 이 때문에 발생하는 다른 부정적 요소를 모두 상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역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실행될 경우 분명 중국과 러시아, 북한은 한 통속이 되어 이를 타개할 새로운 다차원적 전략을 펼칠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리하여 한반도에서의 사드 전개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걸림돌이 될 것임이 분명하고 이는 우리의 과업인 평화적 통일에도 당연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보수층에서는 중국이 북한방어용인 사드의 용도를 잘 알면서도 압박을 통해 한미동맹을 이완시키고 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 들이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동맹관계인 미국의 요구를 듣는 것이 전략적 동반자관계인 중국의 요구를 듣는 것보다 합리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군사안보 측면에서는 일리 있는 주장일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정치경제 관계가 보다 긴밀하게 얽혀가는 한중관계에서 사드 배치문제는 다각적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안보라는 것이 단순히 군사안보를 넘어서는 경제안보, 외교안보, 환경안보, 인간안보와 같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총체적 개념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외교관들이 군인들과 같은 논리로 이 문제에 찬성하는 것이 필자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장관이나 현직 외교관들이야 자리를 박차고 나올 심산이 아니고서는 임명권자에 반하는 주장을 하기 힘들겠지만 전직 외교관들의 소통체인 외교광장 같은 매체에서는 마땅히 이런 논의들이 나와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오랜 시간 외교관 생활을 하는 동안, 슈퍼 파워 미국의 힘과 영향력을 알게 되어서 그만 주눅이 들어 우리는 그저 미국편에 편승하기만 하면 된다는, 안보를 위해서는 자율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 함몰되어 그냥 안주하고 계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들 때가 있다. 아마도 외교관들은 사드를 배치하는 압박술로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 핵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해 주기를 원하는 모양인데, 중국이 어디 우리의 압박을 받아들일 나라이고, 또 북한이 중국의 요구를 호락호락 수용할 수 있는 동북아 상황인가? 외교관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중국은 보복 차원에서 한국에 대해 민간 차원의 압박을 벌써 시행하고 나섰다. WTO 체제 가입국인 중국이 한국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경제적 제재를 노골적으로 가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류차단(한류스타의 사인회 취소 등), 관광관련(비자기한을 줄이는 등) 사안 등을 압박함으로써 중국에 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하는 한국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고 이미 그런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압박의 강도가 세어지면 우리가 입을 타격은 중국이 입을 타격에 비하면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자신의 입술에 해당하는 북한과 더욱더 유대관계를 강화해 갈 것이며 북핵에 대한 대북제재도 느슨하게 추진할 것이고(아니나 다를까 대북제재 후 마이너스를 보이던 북중무역이 8월에는 9.4% 다시 늘어나고 있는데 중국은 말로만 대북제재를 하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의 대북정책도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당연히 높아질 것이다. 사드 배치 발표 후, 지난 7월, ARF 회의 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남북한을 대하는 태도와 반사드 외교를 우리 모두 보지 않았는가? 중국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은 맞지만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지금까지의 중국의 알러지 반응을 볼 때 그냥 무시할 사안은 아니라고 필자는 본다.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으면 결코 통일을 이룰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흔히 담배를 백해무익이라 하지만 애연가들은 그것이 주는 심리적 위안효과를 떨쳐버리기 힘들다고 한다. 사드도 담배와 같은, 오직 심리적 위안만 주는 그런 것이 아닐까? 각본 실험에서 겨우 1/8 요격률을 보였고, 1000여기나 되는 북한 미사일을 48기 요격미사일로 구성된 1개 사드 포대가 제대로 방어할 수도 없는데, 더구나 수도권은 방어에서 제외되었는데도, 그것이 주는 심리적 위안에 우리 국민들이 너무 의존하려는 것 아닌가? 그리하여 경제안보를 비롯한 기타 우리의 국가이익을 모두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미군의 전초기지로 계속 남게 되고, 이것이 분단지속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정말 심각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자기들의 국가이익을 위해 한반도의 분단 현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가이익과 민족이익을 제대로 확보하고 이 땅에 평화체제를 수립하고 마침내 통일을 이루어내는, 단순한 외교기술을 가진 자가 아닌, 위대한 전략을 짜내는 솔로몬의 지혜를 가진 외교수장과 그것을 실현해 내는 지도자 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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