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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

[기자수첩] 기장·예장통합의 진정한 일치를 바라며
아쉬움 남긴 예장통합의 고 장공 김재준 제명 결의 철회

입력 Oct 13, 2016 02:59 PM KST

"조선신학교가 문서설을 주장하고 성서에 오류가 있다고 가르침으로서 성서의 권위를 파괴한다. 성서의 고등비판연구를 사용하는 자유주의 신학을 배척해야 한다. 정통주의 신학자들로서 교수진을 강화하고 장로교 전통에 입각한 신학교육의 완수를 위해 중앙에 완전한 장로교 정통 신학교를 세워 달라."

1947년 4월 평양신학교에서 장공 김재준이 재건한 조선신학교로 편입해 온 51명의 학생들이 대한예수교장로회 제33회 총회 때 제출한 진정서다. 이 진정서가 빌미가 돼 장공 김재준은 북한에서 내려온 보수주의자들에게 자신의 성경관과 교리관을 변호해야 했다. 이를 두고 장공기념사업회 김경재 이사장은 장공이 현대판 종교재판에 회부됐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장로교단은 1952년 장공을 파면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해방 이후 한국교회 재건이란 과제 앞에 누가 주체가 될 것인가를 두고 북한 출신 보수주의자들과 장공을 정점으로 하는 진보세력의 주도권 다툼이 자리하고 있다. 장공 파면은 장로교단의 분열로 이어졌다. 장공은 파면 결정 다음 해인 1953년 이른바 호헌총회를 개최했다. 이로서 장로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로 나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대한예수교장로회는 통합과 합동으로 세포분열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독립을 찾은 이 나라에서 교회재건이라는 중차대한 과제 앞에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결국 교회 분열로 귀결된 건 한국 교회사에서 아픔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2016년 10월12일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 날이었다. 이날 예장통합 총회 임원진들은 기장 총회를 찾아 ‘고(故) 장공 김재준 목사 제명 결의 철회'가 담긴 공문을 전달했다. 이 문서는 기장 교단은 물론 교회일치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 문서로 역사에 남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는다.

참회 없이 웃음만 만발한 공문전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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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공동취재단)
▲예장통합 총회장 이성희 목사(오른쪽)가 故 김재준 목사 면직 결의 철회와 관련된 공문을 기장 총회장 권오륜 목사(왼쪽)에게 전달하고 있다.

장공이 제명된 역사를 되짚어 보면 보수주의자들이 교권을 틀어쥐기 위해 장공에게 ‘신신학자', ‘자유주의자'라는 낙인을 찍은 사실이 발견된다. 이런 행태는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다. 교권을 노리는 세력들이 반대쪽을 ‘이단' 혹은 ‘종북주의자'란 못된 말로 매도하는 일이 횡행하니까 말이다.

예장통합이 장공 파면 철회를 결의했다면, 지난 날 장공을 ‘현대판 종교재판'에 회부한 과오에 대해서도 통회자복해야 했다. 진정한 화해와 일치는 과거사의 앙금을 해소하는데서 출발하니까 말이다. 자신을 예장통합 교단 소속 목사라고 밝힌 A 목사도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뜻을 전해왔다.

"(예장통합 총회는) ‘제명철회'에 그칠 게 아니라 당사자인 김재준 목사님과 신앙고백을 함께 했던 분들을 이단으로 몰아 정죄하므로 엄청난 상처를 드렸던 과오에 대하여 처절할 만큼 참회해야 합니다. 그리고 김 목사님의 후손을 찾아가서 진정성이 보일만큼 머리 숙여 ‘제명에 대한 사죄'를 하는 것이 탐욕스러운 종교권력이 저지른 죄를 참회하는 바른 자세입니다. 보여주기 정도로 미흡하기 짝이 없는 일회성의 모습으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용서해 달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기장 총회도 과거사를 분명히 짚고 넘어갔어야 했다고 본다. 그러나 기장 총회 임원진들은 예장통합 임원진들을 융숭히 대접했다. 이를 두고 아량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너그러운 마음으로 예장통합을 품은 점은 높이 살만 하겠지만, 중요한 그 무엇을 빼놓은 건 아닌지 의아하기만 하다. 향후 예장통합과 교회 일치를 이뤄나가면서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기를 바래본다.

장공은 교회분열의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장공은 이 아픔을 한국교회를 재건해 나가기 위한 과정으로 여겼다. 장공이 남긴 심경을 아래 인용해 본다.

"그래서 실질상 ‘기장'과 ‘예장'은 분리된 셈이다. 나는 그것을 ‘분열'이 아니라 ‘분지(分枝)'라고 설명했다. 나무가 자라려면 줄거리에서 ‘가지'가 새로 뻗어가야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기장은 ‘분지' 중에서도 ‘결과지(結果枝)'다. 밋밋하게 자라는 가지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 (중략) 기독교장로회는 결과지다. 소망 없는 수난이 아니다. 예수를 따르는 ‘십자가'다. 십자가는 부활의 서곡이다. 부활의 생명에는 숱한 열매가 맺혀질 것이다."

장공의 파면 이후 63년 만에 갈라졌던 두 가지는 하나가 되기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 아직 앙금이 없지는 않으나, 분명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일이다. 지금 한국교회 상황은 어느 교단을 막론하고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예장통합과 기장만 보아도 공히 성도 이탈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갈라졌던 두 가지가 하나로 합해 잃어버렸던 공교회성을 되찾아 한국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알찬 결과지로 자라나 주기를 소원한다. 이렇게 될 때야 장공께서도 하늘에서 기뻐할 것이다.

이번 일과 다소 결은 다르지만, 차제에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도 지난 1992년 출교한 고 변선환 교수의 복권도 심각하게 논의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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