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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노회, 김해성 목사 성추문 사임으로 덮어
[현장] 공개 언급·공개사과 회피, 교회내 성폭력에 무지 드러내

입력 Oct 18, 2016 05:18 P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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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김해성 중국동포교회 목사의 성추문을 다룰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남노회 정기노회가 18일 서울 강서구 발음교회에서 열렸다.

중국동포교회 김해성 목사의 성추문 사건은 솜방망이 처분으로 매조지됐다. 김 목사의 처벌권을 갖고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서울남노회(노회장 김창환 목사)는 18일(화) 오전 서울 강서구 발음교회에서 정기노회를 열어 김 목사 사건을 논의했다. 이번 노회엔 김 목사 사임 청원, 그리고 성추행 피해자 A집사의 고소건이 정식 안건으로 올라와 있었다. 김 목사는 성추문이 불거지자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었다.

피해자 A집사는 노회가 열리는 발음교회로 와서 회의 과정을 지켜봤다. 또 김 목사 거취를 논의하는 정치법제소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며 합당한 징계를 촉구했다.

그러나 해당 안건을 논의한 정치법제위는 A집사의 열망을 허무하게 무너뜨렸다. 정치법제위는 이날 오후 비공개로 약 한 시간 가량 격론을 벌였다. 그 결과 김 목사의 사임 및 사직 청원을 수용했다. 즉, 김 목사가 목사직과 그동안 수행해왔던 각종 직책에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힌만큼 노회가 이를 수용한다는 말이었다.

반면 A집사의 고소건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의했다. "김 목사 사임·사직안이 통과됐으니 A집사의 고소건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노회 쪽 설명이었다. 노회는 그러면서 "노회가 할 일을 다했다고 본다"는 뜻을 전해왔다. 사실상 고소 기각이나 다름 없었다.

피해자 A 집사는 처음엔 노회결의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노회 쪽으로부터 설명을 전해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A 집사는 "노회가 이번 사건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처리했다. 이는 직무유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A집사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김해성 목사 고소건 기각은 노회 스스로 징계권을 유기하고 책임회피를 한 셈이다. 김 목사가 더 이상 목사직을 수행할 수는 없다. 이런 면에서는 김 목사의 사직이 노회의 징계인 면직과 동등한 수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은 천지차이다.

김 목사의 성추행 사실이 공론화된 이상 노회는 사건을 진지하게 심리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이어 자초지종을 분명히 밝히고 더 이상의 의혹과 불필요한 억측이 나오지 않도록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이게 성경적인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제 명예도 회복되는 것이다. 성경을 많이 아시는 목사들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정말 가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진보자처 기장 교단, 성폭력엔 무지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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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김해성 중국동포교회 목사의 성추문을 다룰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남노회 정기노회가 18일 열린 가운데 정치법제위원들이 김 목사 거취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위 결정과 별개로, 서울남노회는 교회 내 성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무지와 무감각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노회는 시종일관 김 목사 사건에 대한 공개언급을 피했다. 물론 공개 사과도 없었다. 단, 노회장인 김창환 목사가 설교를 통해 "우리 노회에서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다. 여호와를 경외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모호하게 언급했을 뿐이다. 결의 결과를 전하던 ㅈ목사도 "사건에 대한 구체적 언급과 공개사과가 빠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뜻을 전해왔다.

노회의 불감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해자 A집사가 피켓 시위를 하자 몇몇 목사들은 "당사자끼리 해결해야지 왜 교회까지 와서 이런 짓을 하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권오륜 총회장은 지난 달 열린 제101회 총회에서 사죄를 언급한 바 있었다. 그런 권 총회장은 피켓시위를 하던 A집사에게 "이런 걸(피켓시위)하면 정치법제위원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말을 건넸다. 권 총회장이 지난 총회에서 밝힌 사죄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더욱 심각한 건 피해자의 실명을 노회 회의록에 밝혀 놓았다는 점이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신원은 무엇보다 우선으로 보호 받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서울남노회의 처사는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데 무지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장 교단은 진보교단을 자처하며 국정원 정치개입, 통진당 강제해산, 세월호 참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도입쟁점 현안이 떠오를 때 마다 앞장서서 급진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김 목사 성추문을 다루는 기장 교단의 행태는 명백히 ‘진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총회는 노회에 책임을 떠넘겼고, 노회는 공개언급을 꺼리며 사임 결의 수용이란 형식적인 절차로 사건을 덮었다. 사실 이런 광경은 보수 장로교단에서 흔하게 보는 일들이다. 즉, 기장 교단은 교회내 성폭력에서 만큼은 여타 보수 장로교단과 다르지 않음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이와 관련, 노회 결의를 전한 ㅈ목사는 무척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기자에게 남겼다.

"기장 교단을 너무 높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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