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102개 대학 역사학자 “국정교과서 폐기하라”

15일 성명 내고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 취소 촉구

LEE_02
(Photo : ⓒ사진=지유석 기자)
▲전국 102개 대학 역사학자들이 오는 28일 교육부가 공개할 예정인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연기를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 해 11월 명동 향린교회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시국기도회'.

교육부가 오는 28일(월)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전국 102개 대학 역사・역사교육 교수 561명은 15일(화) 오후 서울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국정교화서 폐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역사학자들은 교육부가 "권력의 주문에 따라 온갖 무리와 편법을 거듭해가며 맹목적으로 그것을 추진하였고, 지금은 교과서의 내용을 보아 달라는 말로 본질을 가리려 한다"며 "국정 역사교과서는 그 내용을 놓고 토론을 시작할 만한 최소한의 정당성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 교과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과도적 조치로 현재 사용되는 검정교과서를 이용하면 된다"며 현장검토본 공개 취소를 촉구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추진 시점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거지고, 불똥은 국정역사교과서에 튀었다.

국정역사교과서의 운명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지난 주말 대의원회를 열어 국정교과서 수용 불가 방침을 정했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국정교과서 금지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아래는 전국 102개 대학 역사・역사교육 교수 561명의 연명이 담긴 성명 전문이다.

[역사 국정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

유사 이래 최대 인파의 함성에서 확인되듯이 국민의 명령은 내려졌다. 역사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는 전국의 대학교수들은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무도한 세력이 헌정을 유린하는 사이에 대한민국의 정부 시스템은 무너지고 말았다. 그 폐허에 가득한 허위와 기만, 그리고 부패와 폭력 사이에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자리 잡고 있음을 우리는 직시한다.

특정 정권이 국가권력을 동원해 만든 단일한 역사교과서를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 그 자체가 오랜 세월 시민들이 피 흘려 쌓아온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 역사학자와 역사교사들 그리고 상식 있는 시민들이 그동안 수없이 외쳐 온 그 자명한 사실을 여기서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

국정화의 과정 또한 민주주의와 교육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하였다. 2013년, 정부와 여당은 친일과 독재를 두둔하고 수많은 오류로 점철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하라고 관권을 동원해 교육현장을 다그쳤다. 그런데도 그것이 국민들에게 거부당하자 그들은 느닷없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들고 나왔다. 그것을 뒷받침한 것은 ‘혼이 비정상'이라느니 ‘책의 전체 기운'이 어떠니 하는 대통령의 무분별과 ‘대한민국 국사학자의 90퍼센트가 좌파'라는 여당 지도부의 근거 없는 선동이었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실행해서도 안 되고 실행될 수도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권력의 주문에 따라 온갖 무리와 편법을 거듭해가며 맹목적으로 그것을 추진하였고, 지금은 교과서의 내용을 보아 달라는 말로 본질을 가리려 한다. 하지만 국정 역사교과서는 그 내용을 놓고 토론을 시작할 만한 최소한의 정당성조차 갖추지 못하였다.

교육부는 11월 28일로 계획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의 공개를 취소하라. 새 교과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과도적 조치로 현재 사용되는 검정교과서를 이용하면 된다. 그리고 역사 전문가들의 압도적인 반대를 억누른 채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자의적으로 작성한 2011년 이전으로 돌아가서 역사과 교육과정을 새로 구성하게 하라. 이와 같이 정당하고 현실적인 방안이 있는데도 시간이나 절차를 핑계로 국정화를 고집한다면 교육부는 시민과 역사 앞에서 존재근거를 부정당할 것이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처음부터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서 추진된 것임은 당시 교육부 장관이 공언한 바와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정화 문제의 해결을 애써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역사교사 및 시민들과 더불어 국정교과서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정부・여당은 즉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를 선언하고 그에 따른 법률적・행정적 후속조치를 마련하라.

국정교과서 제작에 앞장선 역사학자와 역사교육자들, 관련 기관들은 자신들이 오늘날 국가적 혼란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 잘못된 길에서 빠져나와 전문가 본연의 위치로 돌아올 마지막 기회라는 지적에 귀 기울이라.

전국 102개 대학의 561명 역사·역사교육 교수들은 대한민국 역사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역사학계 사상 최대의 일치된 목소리로 외친다.

우리의 요구

하나. 교육부장관은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정책 폐기를 선언하고, 11월 28일로 계획한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취소하라!
하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추진한 당국자와 정치세력은 반민주주의적 정책을 강행하여 국가를 혼란에 빠트린 데 대해 사죄하라!
하나. 새로운 역사과 교육과정의 구성과 자유로운 교과서의 집필을 역사학자와 역사교사들에게 일임하라!

2016년 11월 15일

전국 대학 역사・역사교육 교수

안병욱 유승원 이순근 정연태 채웅석 허태구(가톨릭대) 김홍길 박경수 이규대 이동기 이승일 홍형우(강릉원주대) 강치원 권오신 김대기 김창석 나현수 류승렬 안희돈 원정식 유재춘 윤은숙 차장섭(강원대) 권형진 박삼헌 정진아(건국대) 김기봉(경기대) 김경남 김유경 김중락 우인수 윤재석 이문기 이병휴 이영호 전현수 정재훈 주보돈 최윤정 한기문 황보영조(경북대) 권오현 김제정 김상환 김준형 신종훈 윤경진 이원근 조영제 정재훈 차영길(경상대) 이경일(경성대) 강선주 김호(경인교대) 강인욱 구만옥 민유기 박윤재 박진빈 성춘택 유원준 정지호 조인성(경희대) 김진희(경희사이버대) 강판권 김명수 김무진 박성현 이성환 이윤갑(계명대) 강만길 강제훈 권내현 김경현 김선민 리앤유 민경현 박대재 박상수 박현숙 송규진 송완범 송양섭 유희수 윤형진 이병련 이상신 이진한 이형식 정병욱 정순일 정운용 정태헌 조광 조명철 조윤재 조영헌 최덕수 최종택 최호근 한정선 허은(고려대) 송상헌(공주교대) 문경호 송충기 지수걸(공주대) 이중효(광양한려대) 김인호 김희교(광운대) 노경덕(광주과기원) 김덕진 류시현(광주교대) 고영진 이영석 한규무(광주대) 황병성(광주보건대) 김영미 김재홍 문명기 문창로 장석흥 조용욱 지두환(국민대) 곽장근 구희진 박영철(군산대) 구경남 김문식 김연진 김영제 김철웅 김현수 문철영 박성순 심재훈 이재령 이종수 전덕재 최희재 한시준(단국대) 윤정분 이창신 정요근 한상권(덕성여대) 이용일 주웅영(대구교대) 나인호 장의식 장희흥(대구대) 김병우 김성우 김성은(대구한의대) 이지원(대림대) 구자정 도면회 이한상 장지연(대전대) 김용천 박경자 박윤선 박진태(대진대) 강문호 강택구 김신재 노대환 박용희 서인범 양홍석 윤선태 최연식 한철호 황인규(동국대) 김명숙 이용우 신동하 최종석(동덕여대) 김학이 손숙경 유영옥 이기영 이동주 전성현 홍순권(동아대) 김인호 박순준 최연주(동의대) 김익한 박진훈 이승휘 이주현 이지은 이태호 정철웅 최선아 최해별 한명기 홍순민(명지대) 황대현(목원대) 강봉룡 고석규 김경옥 김영목 신상용 유원적 최성환 한정훈(목포대) 김성준(목포해양대) 김문기 박원용 박화진 조세현(부경대) 오인택 전진성(부산교대) 곽차섭 김기섭 김동철 백승충 서영건 송문현 오미일 오상훈 유재건 윤용출 윤욱 양정현 양흥숙 이수훈 이은상 이종봉 장동표 장세룡 조흥국 차철욱 채상식 최덕경 최원규 홍성화(부산대) 권덕영 박강 변기찬 임상래 최경숙 최자영(부산외대) 류한수 주진오 최희수(상명대) 장영민(상지대) 백인호 임상우 최기영(서강대) 김남섭 김돈(서울과학기술대) 김원수 임기환(서울교대) 구범진 권오영 권태억 김건태 김덕수 김병준 김인걸 김장석 김종일 김태웅 김형종 나종일 남동신 노관범 문중양 박수철 박태균 박평식 박현순 박훈 박흥식 서의식 양호환 오수창 유용태 이두갑 이은정 이준정 장진성 정옥자 정용욱 정호훈 조성우 주경철 최갑수 한영우 한정숙 허수 홍종욱 Milan Hejtmanek(서울대) 김종섭 배우성 신희권 이익주 염복규 홍용진(서울시립대) 문동석 정연식 양희영(서울여대) 김지형 남지대 이채욱 최상훈 허원(서원대) 한홍구(성공회대) 구태훈 김택현 박기수 박재우 배항섭 서중석 손병규 오제연 유정애 임경석 정승진 정현백 조성산 하원수(성균관대) 강호선 오경환 오종록 임상범 홍석률(성신여대) 구완회(세명대) 박환 이영림(수원대) 강혜경 문지영 박종진 오원경 이만열 임중혁 정병삼 한희숙(숙명여대) 강성호 이욱 이종수 차웅환 최인선 홍영기(순천대) 권영국 김인중 김정열 송만영 황민호(숭실대) 김대래 김명환 김세윤 김정식 방지원 배경한 이송희 임병철 조명제(신라대) 김봉철 김종식 김태승 박구병 이종찬 조성을(아주대) 김희곤 안상준 이윤화 정진영 태지호(안동대) 김도형 김성보 도현철 백영서 설혜심 오영교 왕현종 이기훈 이인재 이재원 이혜민 임성모 전수연 조태섭 차혜원 최윤오 하일식 한창균(연세대) 류준형 손승회 이수환(영남대) 정형지(오산대) 김종완 박상익 조법종(우석대) 이종서 허영란(울산대) 고유경 김석우 김재명 김정희 신규수 유지원 이다운 정성미(원광대) 김수자 김영미 남종국 백옥경 오영찬 정병준 정지영 정혜중 차미희 함동주(이화여대) 김정욱 김형호 신유아 이상의(인천대) 박은경 우경섭 윤승준 이영호 이준갑 임학성(인하대) 강은영 김병인 김봉중 박만규 송한용 윤선자 윤희면 이강래 이영옥 이영효 임종명 정청주 최영태 최혜영(전남대) 김경근 김유리 송미령 송정수 윤상원 이용재 장준갑 하태규(전북대) 문용식 변주승 오항녕 김건우 이재운(전주대) 김동전 양정필 장창은 전영준 정창원(제주대) 김경숙 김병용 김성한 이종범 최진규(조선대) 박경하 손준식 육영수 장규식 차용구(중앙대) 윤정 하경수(진주교대) 구산우 남재우 도진순 신동규 이윤상 전형권 홍승현(창원대) 김경수(청운대) 조승래(청주대) 김종준(청주교대) 김정인 박준수(춘천교대) 김응종 박윤덕 허현(충남대) 김성관 박걸순 오광호 윤진 이성재(충북대) 장수한(침례신학대) 고동환(카이스트) 손세호(평택대) 고정휴(포항공대) 윤휘탁(한경대) 김용우 김은숙 김한종 이병인 이병희 이용기 조한욱(한국교원대) 김덕호(한국기술교육대) 백영경 송찬섭 이혜령(한국방송대) 김상범 노명환 반병률 송준서 여호규 이근명 이영학 임영상(한국외대) 구난희 권오영 심재우 오강원 옥영정 이강한 전경목(한국학중앙연구원) 김강식 김승 정문수 하세봉(한국해양대) 곽건홍 김세호 박종린 성백용 이정신 이주현 이진모 이필영 최이돈 허신혜(한남대) 김기순 노혁진 이경구 이정선 정상우 최재영(한림대) 권기중 박근칠 박준철 윤용선 윤혜영 이재석 정호섭 조규태 황혜성(한성대) 안병우 이세영 이영남 정해득(한신대) 강진아 김상현 김현식 문수현 박찬승 윤해동 이석규 최혜주(한양대)

이상 102개 대학의 역사・역사교육 교수 561명.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학대학 살아남으려면 여성신학 가르쳐야"

신학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성신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백소영 교수(강남대 조교수, 기독교사회윤리학)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과 사람에게 소외 받은 욥은 멜랑콜리커였다"

욥이 슬픔과 우울을 포괄하는 개념인 멜랑콜리아의 덫에 걸렸고 욥기는 멜랑콜리아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지혜서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성장 이끌었던 번영신학, 이제 힘을 잃었다"

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학문적 통찰이 없는 신념은 맹신이 될 수 있지만..."

장공 김재준의 예레미야 해석을 중심으로 예언자의 시심(詩心) 발현과 명징(明徵)한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윤식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이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 "데리다의 환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12일 오후 안암로 소재 기윤실 2층에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좋은사회포럼'을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