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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되짚어 보기] 이랜드, 기독교 기업 맞나?
임금체불, 디자인 베끼기, 노조탄압 등 말썽 제조기 전락

입력 Dec 21, 2016 10:50 P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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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이랜드 그룹 홈페이지 )
이랜드 로고

하나님 나라의 경제법칙은 자본주의의 잣대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마태복음 20장에 기록된 포도원 주인의 비유가 특히 그렇다. 1절에서 16절까지는 포도농장 주인이 일꾼을 모으는 과정이 기록돼 있다.

여기서 포도농장 주인은 이른 아침에 나가 하루에 1데나리온을 주기로 약정하고 일꾼들을 일터로 보낸다. 주인은 아침 9시경 시장에 나갔다가 일감 없이 소일하는 이들을 보고 다시 1데나리온의 품삯을 주기로 하고 재차 일터로 보낸다. 주인은 정오, 오후 3시, 오후 5시에도 이 같은 계약을 반복한다.

이러자 맨 처음에 고용됐던 일꾼들이 주인을 향해 볼멘소리를 낸다.

"저 사람들은 겨우 한 시간 밖에 일하지 않았는데, 하루 종일 뙤약볕 아래서 수고한 우리들과 똑같이 취급하는 군요."

주인은 이 같은 불평을 한 마디로 일축한다.

"당신 것이나 가지고 돌아가시오. 나는 나중 사람에게도 당신과 똑같이 주고 싶소."

주인과 불평하는 일꾼, 이 둘 중에 누가 더 합리적일까? 현대 자본주의의 시각에서 보자면 단연 불평하는 일꾼이 지극히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했다. 시간당 임금을 따져볼 때 특히 그렇다.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한 일꾼이 오후 5시에 일터로 나온 일꾼 보다 더 많이 받아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주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침 일찍 일터로 내보낸 일꾼에게나, 하루 일과를 마칠 때쯤 채용한 일꾼에게나 똑같은 임금을 적용한다.

주인은 불평하는 일꾼에게 오히려 되묻는다.

"내 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오? 내가 자비로운 사람이라서 당신의 눈에 거슬리오?"

대게 이 대목은 기독교 신앙을 접한 순서와 관계없이 똑같이 구원을 받는다는 교훈을 일깨우기 위해 주로 설파되는 말씀이다.

그러나 정작 이 말씀 속에 담긴 하나님 나라의 경제관념은 간과되기 일쑤다. 주인은 일꾼이 자신의 포도농장에 투입한 노동의 양에 따라 품삯을 매기지 않았다. 주인은 그보다 일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동등한 가치를 부여했다. 즉, 노동력과 무관하게 자신과 계약을 맺은 일꾼들을 차별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한국교회는 각 개인의 이윤추구와 물질적 성공이 흡사 하나님의 은혜인양 강조해왔다. 엄밀히 말해 이윤추구는 하나님 나라와 거리가 멀다. 아니, 하나님 나라와 대척점에 서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만약 재벌기업이 마태복음 20장의 기록에 따라 노동자들 임금을 책정했다면 당장 다른 기업으로부터 ‘불순분자'로 낙인찍혔을 것이다. 실제로 미 자동차 업계의 ‘빅3' 가운데 하나인 포드 자동차의 창업주인 헨리 포드는 경쟁사인 GM나 크라이슬러보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게 책정해 경쟁 기업으로부터 원성을 샀다.

‘기독교 기업' 내세우면서 정작 기독교 배반한 이랜드

기독교 기업임을 내세운 이랜드가 자사 외식사업체 노동자에게 줘야할 임금 가운데 84억 가까이를 체불한 사실이 불거졌다.

이랜드가 노동자 임금을 체불하기 위해 동원한 수법은 무척 교묘하다. 먼저 애슐리 등 계열사 노동자들에게 정해진 시간 보다 10분씩 일찍 나오도록 규정했다. 그리고 근무시간 기록을 15분 단위로만 기록하는 소위 임금 꺾기를 했다.

임금 꺾기 수법은 설명이 더 필요하다. A라는 노동자의 근무 시간이 오전 8시부터 10시30분까지라고 가정하자. 그런데 이 노동자는 내부 규정상 10분 앞선 시각인 7시50분에 매장에 나와야 한다. 물론 8시까지 10분 동안의 임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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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명필름 )
부지영 감독, 염정아 주연의 <카트>는 2007년 이랜드 계열사인 홈에버 노사분규를 그린 영화다.

만약 이 노동자가 사정이 생겨 10시 28분에 업무를 마쳤다고 해보자. 매 15분 단위로 업무가 기록되기에 회사는 이 노동자에게 10시15분까지의 임금만 주면 된다. 즉, 13분 추가노동에 대한 임금지급은 없다는 말이다.

노동자 한 명을 단위로 하면 아무렇지 않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임금기준을 적용 받은 노동자는 360개 매장 44,360명에 이른다. 이렇게 해서 이랜드가 지난 1년간 챙긴 돈이 83억 여원이다.

더욱 심각한 건 임금체불의 주 대상이 시간제 노동자, 즉 아르바이트 노동자였다는 점이다. 이랜드 계열사 중 하나인 애슐리는 패밀리 레스토랑 매출 1위다. 결국 애슐리의 매출 성적은 노동시장에서도 가장 하위에 있는 시간제 노동자들의 노동과 임금을 착취한 결과인 셈이다.

앞서 언급한 하나님 나라의 경제법칙을 이랜드에 적용해보자. 선한 포도원 주인은 노동자가 자신에게 제공한 노동의 총량이 아닌, 노동자 한 사람의 가치에 따라 품삯을 매겼다. 적어도 이랜드가 기독교 기업임을 앞세웠다면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랜드는 약한 자 가운데 가장 약한 자인 시간제 노동자의 노동과 임금을 이중으로 착취했다. 하나님 나라를 거스름과 동시에 실정법(근로기준법 제36조, 43조) 위반도 저질렀다.

이랜드는 이전에도 여러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해 이랜드는 세 차례나 소규모 패션브랜드 디자인 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앞서 2007년 대형 유통점 홈에버 노사분규 당시엔 파업 노동자들을 잔혹하게 다뤄 세상을 경악시켰다. 부지영 감독의 <카트>와 웹툰 <송곳>이 다 2007년 홈에버 사태를 그린 작품들이다.

기업 활동의 목적인 이윤추구다. 이랜드가 기독교적인지 여부를 떠나 한 기업이기에 이윤추구는 마땅한 권리다.

그러나 이윤추구에도 지켜야 할 법과 도리가 있는 법이다. 이랜드는 기독교 가치를 논하기에 앞서 법을 위반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독교 신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관행을 자행해왔다. 이런 식으로 기업활동 하려면 기독교 기업이라는 간판은 떼기 바란다. 그리고 제발 지킬 건 지키라. 혹시라도 이랜드가 인간의 길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끝으로 지금 소셜 미디어 상에선 이랜드 불매운동이 확산 중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불매운동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적은 없다. 이랜드 불매운동이 성공사례로 남았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랜드는 21일 자사 홈페이지에 이랜드그룹 임직원 일동 명의로 사과문을 올렸다. 이랜드는 사과문을 통해 "전반적인 근로 환경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개선하겠으며, 향후엔 아르바이트 직원분들에게 가장 모범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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