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인터뷰] "당신이 있는 교회는 한번 가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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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임성훈 객원기자)
▲목회자 이중직을 '삶'으로 살아내고 있는 최주광 목사를 만났다.

목수목사로서 주일에는 <교회, 흩어지는 사람들>의 담임목사로, 평일에는 목수로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 목회자가 있단다. 최주광 목사를 두고 건설현장의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교계의 여론이 뜨거운 시점에 그것에 대한 이론적 찬반은 잠시 접어두고 이중직 목회를 '삶'으로 살아내고 있는 최주광 목사를 만났다. 아래는 최주광 목사와의 일문일답.

Q: 이중직 목회자로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거라 생각이 든다. 목사로서 또 다른 일을 선택하기까지의 문제의식은 무엇이었는지 말씀해 주신다면?

최주광 목사: 저는 목회자의 자녀로 성장하면서 교회 형편상 본의 아니게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목회자로서 아버지의 열정은 이해하지만 자녀로서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것도 누리지 못했다라는 불만이 쌓이더군요. 저 역시 사역을 시작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자녀에게 삶의 무게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한 문제의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역은 '돌봄'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존 사역현장에서는 어느 정도 교회 사이즈가 커지면 성도를 온전히 섬길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앞으로의 사역을 고민하게 되었죠.

이러한 문제의식은 작은 교회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정리되었고, 그에 따른 또 다른 직업을 가져서 가정과 교회를 재정적인 부담 없이 온전히 섬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발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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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임성훈 객원기자)
▲목회자 이중직을 '삶'으로 살아내고 있는 최주광 목사를 만났다. 최주광 목사는 평일에는 목수로 일한다.

친형님께서 목수이기 때문에 함께 목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일을 시작하면서 일상적인 삶이 어느 정도 안정을 갖게 되었고, 사역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 또한 생겨서 감사하게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Q: 사역자로 살다가 처음 해보는 목수일과 건설현장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직 한국교회의 통념 속에는 목회와 또 다른 직업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말씀해 주신다면?

최주광 목사: 현장에서의 일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생소하고, 밑바닥부터 배워야하기 때문에 많이 혼나기도 했죠. 그런데 무엇보다 고민이 되었던 문제는 주일 성수였습니다. 목회자로서 공동체를 섬길 수 있기 위해서는 주일 하루 전체를 목수 현장에서는 빠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목수일은 팀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한 사람이 빠지면 그야말로 다른 팀원들이 더욱 고생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원칙을 세운 것은 저 자신이 목사임을 밝히고, 다른 팀원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귀찮은 일이야 있기 마련인데 그런 일은 제가 더 하는 것이었죠. 그러자 팀원들이 저를 그야말로 목수목사로서 인정해 주고, 주일 사역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분들이 평소 가지고 있었던 기독교에 대한 궁금한 부분들을 질문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 질문 속에 저도 배우기도 하고, 기독교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기도 하면서 현장에서 만나는 평범한 그분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 깊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이해로 공동체의 성도들을 이해하며 더욱 마음으로 품을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일상적인 일과 목회를 나눠서 생각하는 목회자가 있다면 그러한 생각은 스스로도 모순이고, 앞으로도 목회자로서 인정받기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Q: 섬기고 계시는 <교회, 흩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최주광 목사: 부족하나마 재정적 독립을 통해 꿈꿔왔던 공동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또 하나의 교회를 세우기보다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하나님의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 하나는 모든 교회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교회가 필요한 사람들이 정작 힘이 없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소외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앞으로 목회를 시작하게 되면 교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가자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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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임성훈 객원기자)
▲목회자 이중직을 '삶'으로 살아내고 있는 최주광 목사를 만났다. 주일예배시에 성만찬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 가족 공동체와 같은 예배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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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임성훈 객원기자)
▲목회자 이중직을 '삶'으로 살아내고 있는 최주광 목사를 만났다. 최주광 목사는 평일에는 목수로 주일에는 목사로서 살아가고 있다. 주일예배에 참석한 성도들이 찬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마음의 자세가 중요할 것 같아 공동체 사람들과 함께 품었던 원칙이 '가난한 교회'였습니다. 가난을 자발적으로 선택함으로써 가난을 극복하자는 것이죠. 일상적인 삶에서 필요한 만큼만 쓰고 그 이상의 것들은 서로 나눠서 교회가 이 사회를 온전히 섬길 수 있는 그 토대를 하나씩 수놓아 가자는 것입니다. 그러한 기반 위에 얼마 전에는 세월호 유가족 분들과 KTX 승무원분을 초청해서 함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러한 만남을 통해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연대의 내용들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목회자 분들에게 나누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최주광 목사: 저 자신이 하고 있다고 해서 전부 옳은 것이 아니어서 함부로 제안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목회가 '돌봄'이라면 일상적인 삶에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는 사실입니다. 고민만 하고 있기보다는 같은 고민이라면 현장에서 사람들과 만나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장'은 '공부'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공부는 저 자신의 성숙은 물론 나의 성숙을 통해 섬기고 있는 공동체 또한 성숙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임성훈 객원 newspaper@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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