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몰트만, 한국 현대사의 위기와 해방의 계절 함께해"

서광선 박사, 6월5일 국민일보 사옥에서 몰트만 저작전집 출간 기념 축사

편집자 주] 위르겐 몰트만 박사의 저작전집(17권)이 출간되고 출판기념회가 6월5일 국민일보 사옥에서 개최됐다. 몰트만 박사와 40년 지기인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축사를 했다. 서 교수의 양해를 얻어 축사의 전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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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본지 논설주간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몰트만 교수님, 한국 방문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저작전집 17권의 한글 출판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혹시 독일어로 출판한 것보다 한글 출판이 더 많은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1960년대 초 미국에서 신학공부를 하면서 독일의 신학자로서는 폴 틸리히 선생님 책과 본회퍼의 『옥중서한』, 그리고 몰트만 교수님의 명작 『희망의 신학』을 애독했습니다. 북한에서 6.25 전쟁을 겪고 피란민으로 남하하여 대한민국 해군에서 고생하다가 그야말로 전쟁으로 폐허가 된 "헬 조선"에서 미국 유학을 간 신학생으로서, 몰트만 교수님의 『희망의 신학』은 정말 내 인생의, 내 신앙의, 그리고 한국의 희망이었습니다. 신학하는데 힘을 주었을 뿐 아니라 삶에 대한 희망, 인생에 대한 희망, 역사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여 얼마 안 되어, 1971년 겨울, 방콕에서 개최된 WCC 선교대회에서 "Salvation Today"(오늘의 구원)이라는 주제로 온 세계의 교회운동가들과 목회자, 신학자들이 모여서 아시아의 해방과 20세기 인류 공동체의 구원과 해방을 논하는 그 마당에서 몰트만 교수님을 직접 만났습니다. 거기서 우리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 혹독한 군사·개발·유신 독재시대에 민주화운동과 함께 인권운동, 민중해방운동에 참여하다가 직장을 잃고 감옥과 경찰서를 내 집 드나들 듯이 할 때, 우리를 찾아 서울로 와 주셨습니다.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하려고 왔는데, 자기가 오히려 위로를 받고 격려받는다고, 만나서 눈물이나 흘리고 아픈 소리나 속상하는 말이나 들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화기애애하고 웃음과 기쁨으로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그래서 희망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후로 군사독재에 저항하는 우리의 민주화투쟁은 지속되었습니다. 그동안 몰트만 교수님은 계속해서 희망의 정치신학을 들고 우리를 찾아 주셨습니다. 47년 동안의 투쟁 끝에,.., 그러니까 반세기가 지나서 민주화의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지난겨울 동안 광장의 촛불시민 혁명은 군사 독재자 박정희의 딸 박근혜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탄핵하여 재판정에 보냈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정부, 민주주의를 약속하는 새 대통령을 뽑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려는 희망과 정열로 불타고 있습니다. 몰트만 교수님은 우리 한국 현대사의 위기와 해방의 계절에 찾아주었고 함께해주었습니다. 교수님의 『희망의 신학』과 함께 정치신학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고, 교수님의 정치의식과 하나님 나라 정치와 예수 그리스도의 해방을 위한 십자가와 부활의 정치적 영성이 힘을 주었습니다. 교수님은 처음부터 우리와 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교수님의 내한이 새삼스럽게 반갑고 기쁩니다. 희망의 신학자, 하나님 나라 정치신학자가 우리의 신나는 역사의 한가운데 오셨기 때문입니다.

참, 그 동안 우리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쫓겨나는 모습을 눈물로 지켜보면서 "내가 이러려고 90 가까이 살아서 이런 꼴을 봐야 하나?"라며 한숨도 많이 쉬었는데, 몰트만 교수님, 오래 살고 보니까, 선배님을 다시 우리 새로운 역사 창조의 한가운데서 만나고, 교수님의 신학적 업적을 이렇게 축하하게 되니 "오래 살고 볼 거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교수님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면서 우리에게 희망으로 다시 오시기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그때는 우리가 평양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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