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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통일] 통일한반도의 핵심가치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정지웅 교수 (ACTS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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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정지웅 교수(ACTS대)

구약 성경은 공평과 정의가 단지 인간적인 덕목이 아니라 하나님의 보좌의 두 기둥임을 말하고 있다("의와 공의가 주의 보좌의 기초라"[시89:14], "구름과 흑암이 그에게 들렸고 의와 공평이 그 보좌의 기초로다"[시97:2], "저는 정의와 공의를 사랑하심이여"[시33:5]). 하나님께서 그 보좌에 앉으셨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왕이 되어 통치하시는 나라, 즉, 하나님 나라를 말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친히 왕이 되셔서 다스리시되 공평과 정의로 다스리신다("왕의 능력은 공의를 사랑하는 것이라 주께서 공평을 견고히 세우시고 야곱 중에서 공과 의를 행하시도다"[시99:4]). 그러므로 공평과 정의는 하나님의 다스리심, 하나님 나라의 핵심이기도 한 것을 알 수 있다(김근주, "성경의 공평과 정의," <2009년 공정연대 강의안>).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만드시고, 하나님 나라의 핵심, 즉, 공평과 정의가 이 세상 통치의 기본이 되기를 원하신다.

한편 분단이 가져온 수많은 왜곡들, 특히 사회적 자원의 왜곡된 분배는 남북 모두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분단된 남북한 사회에서 모두 공평과 정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그 결과 공평과 정의를 가로막는 분단 상태를 극복할 수 있기를 원하신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통일된 한반도에 역시 공평과 정의가 넘치길 원하신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통계치에 이미 익숙하다. 한국이 OECD평균 자살률 최고치, GDP 국민총소득 대비 복지비율 최저치, 비정규직 비율 2.5배 이상 등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경제 규모대비 빈부격차 및 양극화가 최고치에 이르고, 소수가 부동산 등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국부를 차지하는 등, 다른 OECD 나라들에 비하여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국민들이 살아가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이 제대로 부의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고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통계치에서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사회가 다른 나라 대비 부의 분배에서 매우 불평등한 구조임을 보여준다. 기득권층인 소수의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극우 보수 세력들이 마치 국민 전체의 여론인양 현실을 외면하고 여론을 호도하여 부익부 빈익빈의 구조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 최근까지의 현실이었다.

국민들도 빈부 격차와 양극화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에 힘을 실어 주지 못하는 처지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민들이 이러한 현실에 눈뜨기 시작하였고 새로 등장한 정부도 분배문제 해결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결국은 이 모든 것이 조세정책 등으로 복지예산을 증대시켜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 예산은 OECD 국가들의 재산세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니 빈부 격차와 양극화를 해결할 길이 요원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국부가 증대되면 국민 모두의 생활이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 등에서 보듯 소수 재벌이나 기득권층에 모든 부가 집중되는 발전 모델은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그나마 미국은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존재한다.) 중산층을 확대하고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경쟁에서 소외되고 낙오된 계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절실한 현안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야 다른 나라보다 매우 높은 자살률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분단의 현실은 복지수준을 높이는데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 엄청난 군사비용 때문에 복지비용의 재원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통일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것은 현 남한 사회의 개혁과 북한 사회의 개혁을 동시에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대한민국부터 민주주의와 복지가 만개된, 그리고 공평과 정의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통일준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한 간의 끊임없는 교류와 대화로 북한사회도 스스로 개혁할 수 있도록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당연히 통일 한반도의 핵심가치도 무엇보다 자유와 민주의 바탕 위에 공평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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