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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견해 이단 정죄는 척결돼야 하는 폐습”
기장 교회와사회위원회, 임보라 목사 이단성 심사 관련 입장 밝혀

입력 Aug 09, 2017 07:22 A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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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기장 교회와사회위원회가 8일 예장합동의 임보라 목사 이단심사 관련해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회(아래 교사위, 위원장 김경호 목사)는 예장합동의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 이단성 심사와 관련해 입장을 내놓았다.

교사위는 예장합동의 행태와 관련해 "그 사태가 공교회의 질서와 절차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은 무도한 일이라 여겼기에 공식적 입장천명에 신중을 기해 왔다"고 전제하면서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와 같은 절차를 기대하였으나, 여론몰이를 통한 ‘마녀사냥' 방식의 퇴행적 사태만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다른 견해를 이단으로 정죄하는 폐습은 척결되어야 한다. 우리는 동성애 문제를 빌미로 차별과 혐오의 논리를 유포하고 급기야는 이단심판을 운위하는 최근 사태가 촛불혁명의 정신을 훼손하려는 모종의 정치적 배후와 의도를 갖고 있지 않은지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기장의 성소수자 목회지침에 대해서는 "이제 엉뚱한 사태(임보라 목사 이단성 심사 - 글쓴이)를 통하여 교회 안에서 성적 소수자에 대한 목회적 방침을 준비하는 일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래는 교사위가 내놓은 입장문 전문이다.

성적 소수자를 감싸는 목회활동이 이단 심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1.
2017년 6월 15일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합동) 이단대책위원회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에게 ‘이단사상 조사연구에 대한 자료요청의 건'이라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또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20일 한국교회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 연석회의는 ‘퀴어신학'을 내세우며 동성애를 감싸는 임보라 목사가 이단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일련의 사태를 예의 주시해 왔다. 본 교단에 속해 있는 한 지체를 문제시하는 사태이기에 마땅히 본 교단의 입장이 일찍이 천명되었어야 할 사안이나, 그 사태가 공교회의 질서와 절차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은 무도한 일이라 여겼기에 공식적 입장천명에 신중을 기해 왔다. 본 한국기독교장로회를 엄연한 공교회의 일원으로 여기고 있다면 그 소속교회 목회자를 문제시하는 사안은 먼저 본 교단에 정중히 문의했어야 했다.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와 같은 절차를 기대하였으나, 여론몰이를 통한 ‘마녀사냥' 방식의 퇴행적 사태만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공교회의 질서를 지키는 최소한의 양식을 기대하며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는 그 사태로 인해 상처받고 있는 지체의 아픔을 돌보고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헤아리는 일이 더 엄중하게 다가오는 상황이기에 우리의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2.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지난 2015년 제100회 총회에서 성적 소수자에 대한 목회지침 마련을 위한 연구위원회 구성 헌의안을 다룬 바 있다. 이미 세계의 여러 교회들이 부딪혔던 문제이고, 또한 우리 사회와 교회 안에서도 현실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문제이기에 이에 대한 목회적 방침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였다. 아쉽게도 미처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탓에 당시 총회에서 그 헌의안은 기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성적 소수자에 대한 본 교단의 입장에 어떤 결론이 났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공적인 논의가 일단 유보 되었을 뿐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 엉뚱한 사태를 통하여 교회 안에서 성적 소수자에 대한 목회적 방침을 준비하는 일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그것은 산 너머 바깥 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교단 안에 이에 대한 매우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양한 의견의 존재는 악덕이 아니라 미덕이다. 그 다양한 의견들을 서로 경청하는 가운데 타자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포용력이 더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열린 마음으로 성적 소수자 문제에 대해 그 실상을 이해하고 교회가 목회적 차원에서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할지 논의해야 한다.

3.
교회 안에서 성적 소수자가 문제시될 때 그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특정한 성적 지향이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성서가 그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특정한 성적 지향의 정상성 여부에 관한 현대 의학적 판단은 그 어떤 형태이든 비정상으로 판단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지 수 십 년이 되었다. 세계보건기구는 특정한 성적 지향이 질병이 아니라고 보고 있으며, 유엔인권이사회는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은 부당하며 여러 형태의 성적 소수자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우리가 성적 소수자의 문제에 접근할 때 이와 같은 의학적 결론과 보편적 인권의 기준은 중요한 참고사항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 안에서 이에 대한 성서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하는 문제는 매우 민감한 쟁점이 되고 있다. 이것은 물론 성적 소수자와 관련된 쟁점에 한정되지 않고 오늘의 윤리적 가치기준을 설정하는 데 성서적 근거를 모색하고자 할 때 항상 제기되는 쟁점이다. 우리 교단은 성서 문자주의의 포로가 된 교회로부터 벗어나 성서 말씀의 진정한 깊이에 도달하고자 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런 입장은 종종 다른 교회들로부터 오해를 받는 이유가 되기도 하였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건전한 시민사회로부터 교회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받는 이유가 되기도 하였다.

지금 직면한 성적 소수자의 문제에 접근할 때 우리는 오늘의 보편적 윤리 기준을 고려함은 물론 마땅히 성서의 대의를 따르고자 하는 진지한 노력을 동반하여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 논의의 출발점에 있을 뿐이다. 우리가 서로 다른 입장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어떤 합의된 결론에 이르게 될지 여부는 우리의 성실한 노력에 달려 있다.

4.
이번 사태는 뜻밖에도 한국교회 안에서 성적 소수자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이 기회를 성숙한 토론의 기회로 삼아 교회와 사회를 향하여 적절한 입장을 내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다른 견해를 이단으로 정죄하는 폐습은 척결되어야 한다. 우리는 동성애 문제를 빌미로 차별과 혐오의 논리를 유포하고 급기야는 이단심판을 운위하는 최근 사태가 촛불혁명의 정신을 훼손하려는 모종의 정치적 배후와 의도를 갖고 있지 않은지 눈여겨보고 있다. 성적 소수자 문제가 교회 안에서 그렇게 다뤄져서는 안 된다. 차제에 그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경청하고 합의에 이르는 성숙한 한국교회가 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2017년 8월 8일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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