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대한적십자사 치유, 평화, 생명 운동체가 되길"

서광선 박사,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총재 취임 축사

편집자 주] 박경서 박사의 대한 적십자사 총재 취임 축하 오찬모임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주최로 8월 28일(월) 서울 시내 모처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영주 NCCK 총무, 안재웅 전 CCA 총무, 홍콩 주재 아시아 태평양 YMCA 연맹 남부원 총무, 전 이화여대 장상 총장, 경동교회 채수일 목사 및 은퇴 목사 박종화, 전 한국 UNESCO 위원회 이삼열 총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전임 세계 YMCA 총재 서광선 박사는 축사를 통해 대한적십자사가 전쟁의 뒤처리를 담당하는 기구에 머물지 말고 치유, 평화, 그리고 생명의 운동체로서 거듭나기를 요청했다. 서광선 박사의 허락을 받아 축사의 전문을 전재한다.

치유, 평화 그리고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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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신임 대한적십자사 총재 박경서 박사

박경서 박사는 평생 하던 일, 하고 싶었던 일 가운데 가장 적합하고 자격 있는 일을 맡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말 진심으로 축하하고 치하합니다. 박경서 박사는 자기가 하는 일에 열정적이고 자랑스러워하고 자랑도 하고 옆에서 보기만 해도 신나게 일하는 일꾼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백과사전을 열어 봤더니, 적십자는 "전쟁 중에 생겨나는 부상병을 구호하기 위하여 설립된 기구이고 1859년 이탈리아 통일전쟁 때 스위스의 앙리 듀낭의 제안으로 시작한 기구인데 1864년에 이르러서 26개국이 적십자사 사업에 찬동해서 공식으로 출범하였다고 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대로는 앙리 듀낭은 적십자사 창설자로도 유명하지만 그 이전에 1844년에 시작한 영국의 YMCA 운동에 가담했고 1855년에 창설된 제네바의 세계 YMCA 연맹의 초대 지도자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앙리 듀낭은, 1901년 적십자사 및 세계 YMCA 창설자로 최초의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런 적십자사와 YMCA의 인연을 생각할 때, 오늘 이 사람이 전임 세계 YMCA 연맹 회장으로서, 그리고 여기 참석하기 위해 홍콩에서 오신 아시아 태평양 YMCA 연맹의 남부원 사무총장과 한국 YMCA 연맹 이사장이신 안재웅 박사와 함께, 박경서 대한 적십자사 회장 취임을 축하하게 된 것 역시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적십자의 역사를 대할 때, 그리고 19세기와 21세기에 이르는 100여 년 동안 적십자가 목숨을 걸고 전쟁 중 총탄과 포탄이 날아오고 군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 가는 전쟁터에서 부상병 구호 작업에 정성을 다해 온 것을 지켜보면서 감동과 감격을 경험해 왔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지난 세기 동안 많은 사회복지 사업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적십자 역시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전쟁의 비극을 뒤치다꺼리하는, 전쟁이라는 인류가 만들어 낸 비극 속에 태어난 부산물의 하나이며 구호사업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박경서 박사가 우리나라 초대 인권 대사로 활동할 때 어떤 강연에서 한 말이지만 인류 역사 상 거의 95%의 기간 동안 전쟁을 되풀이한 것을 생각하면, 적십자가 시작된 것은 너무도 늦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적십자가 전쟁을 치유하는, 훌륭한 그리고 필요한, 일을 해 온 것에 대해서 찬사를 드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전쟁을 이고지고 살아야 했던 인류 현대사에 있어서 적십자 운동은 절실히 필요한 운동이었습니다. 적십자사는 지난날의 전쟁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는 일을 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적십자와 박경서 박사와 적십자에 헌신하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적십자를 지원하는 뜻있는 분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하고 싶은 말로 오늘의 축사를 대신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박경서 박사가 이끄는 적십자는 전쟁의 뒤치다꺼리하는 기구에 그치지 않고, 전쟁을 예방하고 방지하고 더욱이 앞으로 예상되는 핵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게 하는 평화운동체로 승화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한국 민족과 국토의 분단으로 인한, 한국전쟁으로 발생한 이산가족들이 살아생전에 다시 만나게 하는 것도 시급하고 중요하지만, 다시는, 다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이산가족이 생길 이유가 없어지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주시기 바라는 바입니다. 전쟁 구급차와 야전병원이 아니라, Peace Maker 적십자로 다시 태어나 주시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전쟁과 연결되던 적십자가 이제부터는 평화와 연결되는 적십자가 되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그리하여 인간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적십자 본연의 사명을 다하는 적십자 운동을 분단 한국, 전쟁의 위협이 감도는, 휴전선을 코앞에 둔 대한 적십자사가 치유와 평화와 생명을 위한 운동체로 거듭나게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박경서 박사님의 대한 적십자사 총재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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