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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되짚어보기] 5.18 새 국면 열다, 그러나 감춰진 것 하나
살짝 아쉬운 JTBC 뉴스룸의 5.18 공군 출격 명령 보도

입력 Aug 29, 2017 01:01 PM KST

JTBC

(Photo : ⓒ JTBC 화면갈무리)
JTBC뉴스룸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공군에 출격 대기 명령이 하달됐고, 진압군에게도 전쟁 수준의 무장을 시켰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이번 보도는 실로 기념비적이다.

JTBC 뉴스룸이 '5.18광주민주항쟁 당시 공군 전투기들이 공대지 폭탄을 장착한 채 광주로 출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소식을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 연속 보도했다. 조종사들의 증언 그리고 전투병과교육사령부(아래 전교사)의 작전 일지 등 JTBC 뉴스룸이 제시한 근거는 공군기 출격 명령이 사실일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JTBC 뉴스룸의 공군기 출격 대기 명령 보도는 37년 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는 점에서 실로 기념비적이다. 한편으로는 확실히 세상이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불과 얼마전까지 '북한군이 광주에 침투했다'는 악의적 주장이 난무한 데다, 이 모든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을 짊어져야 할 전두환씨마저 버젓이 회고록을 내고 "광주에서 일어난 비극을 치유하기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28일엔 더욱 충격적인 내용을 보도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수류탄이 4900여 발, 고층빌딩을 무너뜨릴 만의 양의 TNT, 심지어는 로켓포 등 중화기가 동원됐다는 것이다. 이 보도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간 전두환씨 측은 줄곧 계엄군의 발포가 방어적 목적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계엄군에게 지급된 중화기는 가히 전쟁 수준이다. 저간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신군부는 광주를 작정하고 '쓸어버리려' 했던 것임에 틀림 없다.

'살짝 감춰진 진실'

그러나 보도를 보면서 반드시 규명이 필요한 진실 하나가 살짝 감춰져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여기서 말하는 '살짝 감춰진 진실'이란 바로 미국의 역할이다.

JTBC 뉴스룸의 23일자 보도를 살펴보자. 이날 뉴스룸은 전교사 작전일지를 제시하면서 1980년 5월 21일 당시 20사단 병력의 도착지가 광주역이 아니라 광주송정역으로 변경됐다고 전했다. 이때 손석희 앵커는 이렇게 지적했다.

"20사단은 경기도 지역에 있는 사단이죠. 그래서 전두환씨 등 신군부 세력이 북한을 얘기할 때 할말이 없는 부분이 이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을 신경썼다면 과연 그 전방 바로 밑에 있는 군을 빼서 광주로 투입시켰겠느냐... 이런 반론이 나온 바가 있습니다."

신군부는 북한의 위협을 진압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손 앵커의 지적대로 전방과 가까운 지역 주둔 병력을 이동시킨 점은 신군부의 주장을 무력화시킨다. 바로 이 지점에서 몇 가지 의문이 인다.

당시엔 전시와 평시를 막론하고 군 작전권은 주한미군에 귀속돼 있었다. 그렇다면 신군부가 미국 모르게 멋대로 군 병력을 중무장까지시켜 빼돌린 것일까? 아니면 미국이 암묵적으로 청신호를 보낸 것일까?

미국, 신군부 준동 방조했나?

보다 정확한 규명작업이 이뤄져야겠지만, 미국은 신군부의 부상을 방조했다는 게 사실에 가깝다고 본다. 무엇보다 미국은 광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노컷뉴스>는 21일 "당시 신군부가 광주 시민을 베트남 공산당, 그러니까 베트콩처럼 여기고 진압작전에 나섰다"는 내용이 적힌 미 국방정보국(DIA) 기밀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건을 공개한 미국의 탐사 전문기자 팀 셔록은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미 국가정보국(NSA)에서 근무했던 사람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신군부의 12.12 쿠데타가 일어날 당시 미 대사관 지붕에 올라가서 한국군의 통신을 감청했다고 했다. 광주 관련 문서 중에도 보면 5월 20일과 21일 상황을 거의 분 단위까지 나눠서 상황일지를 적은 25~30쪽짜리 긴 문서가 있다."

미 백악관 역시 광주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1980년 5월 22일 미 백악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는 '한국 정부가 광주에서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최급선무'라고 결론지었다. 팀 셔록은 이런 미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 "미국은 오직 군사적 안정에만 관심이 있었지 한국의 민주화나 인권은 도외시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5.18광주에서 미국의 개입이 어느 정도까지 이뤄졌는지는 반드시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 심각한 이해관계를 가진 이해당사자다. 한국과의 외교관계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다. 따라서 올바른 동맹관계의 정립을 위해서도 미국의 개입정도는 규명이 필요하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 당시를 살펴보자. 1980년 12월 광주 미문화원 방화사건을 신호탄으로, 부산 미문화원 방화, 서울 미문화원 점거 시위 등 미국 관련 시설에 대한 방화와 점거 농성이 끊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광주를 목격한 많은 사람들은 전두환을 위시한 신군부가 권력을 집어 삼킨 데에는 미국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런 이유로 반미 시위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이 같은 인식이 그저 음모론만은 아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미 카터에 이어 대통령에 오른 로널드 레이건은 전두환을 백악관으로 불러 융숭하게 대접했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미국이 5.18에 책임이 있다는 심증을 굳혔다. 따라서 한미 동맹의 올바른 정립을 위해서라도 미국이 5.18에 개입한 정도를 제대로 규명하는 작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한미 동맹 위해서도 미국의 개입 규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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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JTBC 화면갈무리)
JTBC뉴스룸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공군에 출격 대기 명령이 하달됐고, 진압군에게도 전쟁 수준의 무장을 시켰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이번 보도는 실로 기념비적이다.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줄곧 이 문제에 대해 함구해왔다. 미국의 미온적인 태도는 반미 감정을 부채질했다. 1985년 서울 5대 대학 73명의 학생들이 서울 을지로 미 문화원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미국에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공개사죄를 요청했다.

이 사건 이후 주한 미 대사관은 본국에 입장 표명을 요청했지만 미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지난 1987년 제5공화국 청문회 당시 주한 미 대사였던 윌리엄 글라이스틴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이 역시 거절했다.

1989년 미국은 국회 광주특위가 보낸 질의서에 "계엄사가 광주에 동원한 특전사 부대나 20사단 부대는 광주에 투입될 당시나 광주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중에는 한미연합사 작전통제권 하에 있지 않았다. 그 기간 동안 광주에 투입되었던 한국군의 어느 부대도 미국의 통제 하에 있지 않았다"고 답했다. 최근 미국이 기밀해제한 자료가 언론에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중요한 지점은 검게 가려진 채로 남아 있다. 그래서 더더욱 추가 규명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JTBC뉴스룸이 5.18과 관련해 실로 새로운 장을 열어준 점은 분명 기념비적이다. 그러나 미국의 개입 정도에 대한 진상규명 얘기는 빠진 것 같아 약간은 아쉽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공군기 출격 명령과 관련, 국방부에 특별조사 지시를 내렸다. 문재인 정부에서 5.18당시 발포명령권자가 명확히 특정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그러나 대통령 지시에서도 미국과 관련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역대 한국 정부는 미국에 종속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심지어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고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조차 미국과의 관계에선 이전 보수 정권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다. 무소속 김종훈 의원은 지난 10일 문 대통령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한미동맹을 무조건 우선시 하는 태도는 우리 사회가 버려야 할 적폐 중의 하나"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미국의 개입 정도를 밝히는 작업은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5.18의 새 지평이 열린 만큼 이 문제에도 한 줄기 빛이 비치길 간절히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이와 관련, 광주MBC는 지난 6월 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미 백악관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신군부를 안보라는 이름으로 지지했던 회의록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회의록엔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었던 해럴드 브라운이 시위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면 한국 군부가 대규모 무력을 투입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휴전선 공백 등 상황이 악화될 경우 신군부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언급한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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