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의학 신학 철학이 '고통받는 인간'을 함께 논하다

연세 신학 "고통받는 인간, 의미를 묻다" 가을 학술대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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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제공)
▲연세대 신과대에서 16일 "HOMO PATIENS: 고통받는 인간, 의미를 묻다"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와 논평에는 신학, 의학, 간호학, 의료철학, 종교철학 등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다루는 직군의 교수들이 참여했다.

인생은 고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인생 주체인 인간 존재는 애초부터 고통에 던져져있었고 그 삶과 고통의 경계지점은 명확히 구분할 수 없을뿐더러 삶이 고통을 이루고 고통이 삶을 이룰지도 모른다. 인간이 고통 받는 인간(homo patiens)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고, 다만 이 고통을 도대체 누가 왜 받게 되는가에 대한 물음이 부실한 대답이 난무하는 속에서도 끊임없이 던져지고 있을 뿐이다.

연세대 신과대에서 16일 "HOMO PATIENS: 고통받는 인간, 의미를 묻다"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어 이 질문을 한번 더 던졌다. 여기서 주로 논의된 고통은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차원의 고통을 아우른 전인적 차원의 고통이면서 특히 고통의 극점인 죽음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부분에서의 고통이다. 주제발표와 논평에는 신학, 의학, 간호학, 의료철학, 종교철학 등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다루는 직군의 교수들이 참여했다.

주제발표는 고신옥 교수(중앙대병원 중환자의학)가 "중환자실 사람들의 고통"을 주제로, 공병혜 교수(조선대 간호철학)가 "고통과 윤리, 그리고 자기 돌봄"을 주제로, 정재현 교수(연세대 종교철학)가 "고통에 대한 오해와 맞갖은 대안 시도:종교-철학적 성찰을 통하여"를 주제로 발표했다.

의과대 고신옥 교수는 중환자실에서 근무한 경험을 기반으로 삶과 죽음의 최전방 경계선에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의료진의 고통을 공유했다. 중환자실의 환자들은 자신의 몸을 전적으로 기계에 의존하면서 죽음의 공포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고, 환자 가족들도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의 무기력함으로 고통받는다. 의료진은 근본적으로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음에도 단지 생명만을 유지해달라는 가족들의 요구가 있을 때, 존엄하게 죽을 수 있도록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과 무의미한 연명치료 지속 요구를 들어주는 것 사이에서 윤리적 갈등을 겪는다.

간호철학 연구자 공병혜 교수는 고통받는 인간(타자)을 바라보는 인간(주체)에게 발생하는 고통을 다루었다. 관계성을 담지한 인간은 타자의 고통을 보며 도와주어야겠다는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필연적으로 가지게된다. 이같은 도덕적 심성을 가진 사람을 윤리적 주체라고 할 때, 도덕적 심성이 자유에 기반하긴 하지만 또한 강제적인 면도 있어, 윤리적 주체의 의무와 책임에는 고통이 수반된다는 것이 공 교수의 설명이다. 고통을 수반한 도덕적 책무감은 고통받는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들이 직업현장에서 끊임없이 맞딱뜨리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에 공 교수는 남을 잘 돌보기 위해서는 '자기 돌봄'이 선행될 필요도 있음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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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제공)
▲연세대 신과대 산하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소장으로 행사를 주최한 정재현 교수(연세대 신학과)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철학하는 신학자 정재현 교수는 고통에 대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오해를 다루었다. 고통 당하는 자를 보면 사람은 으레 그가 과거의 죄 값으로 벌 받고 있다고 '인과율적'으로 생각하거나, 혹은 미래를 위한 과정이라고 '목적론적'으로 생각하곤 한다. 익숙한 사고 전개이나 전자는 숙명주의에 빠지게 하고 후자는 인간을 수단화시킬 수 있다. 이에 정 교수가 제시한 대안은 '더불어' 개념이다. 인과론적·목적론적 사고가 타자를 향한 언어라면 '더불어'는 이미 원초적으로 관계성이 내재되어 있어 자기 자신도 포함하는 언어다. 고통당하는 자 앞에서 정죄나 어줍짢게 고통의 해석을 하기보다, 예수께서 친구의 죽음에 찾아가서 그러셨던 것처럼 단지 더불어 함께 아픔을 나누는 것이 인간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할지 모른다. 이른바 더불어의 윤리다.

세 교수의 발표에 대해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한상돈 교수와 인제대 의과대학 이세경 교수 그리고 마음과시선 상담센터 임인구 소장이 논평 및 토론에 응했다. 한상돈 교수는 의사들이 환자들의 고통에 대해 어느 범위까지 관계해야하는지 고민하는 병원 현장 이야기를 전했고 임인구 소장은 본인의 고통받은 경험을 상담학적으로 풀어 눈길을 끌었다. 이세경 교수는 의사들이 관심하는 환자의 고통은 전인적 고통이 아닌 의학적으로 치료 가능한 고통에 한정됨을 설명함으로 인문학이 말하는 인간 실존의 고통과 의학이 관심하는 고통에 차이가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 학술대회는 신촌캠퍼스 신과대학 채플실에서 2시에 열려 3시간 가량 진행됐다. 연세대 신과대학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가 주최, 미래융합연구원 종교와사회연구센터가 주관했다.

이민애 theworld@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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