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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미 뉴욕 도심 테러
대 중동정책의 최대 악수로 기억될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

입력 Dec 14, 2017 02:17 AM KST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사건 발생 장소는 타임스퀘어와 지하철·버스 터미널이 있는 포트 어소리티로, 이곳 터미널은 하루 22만 명이 오가는 곳이다.

용의자는 방글라데시 태생의 아카예드 울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CNN은 용의자인 울라가 최근 가자 지구에서 발생한 이스라엘의 행동에 반감을 갖고 이번 공격을 결심했다고 보도했다. 마침 트럼프 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하면서 중동 지역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참이었다. 이런 와중에 뉴욕 도심에서 폭탄 테러 사건이 불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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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미국 뉴욕 거리 곳곳엔 경찰이 삼엄한 경계를 펼친다. 사진은 타임스퀘어에 배치된 뉴욕 경찰들

2001년 9.11테러 이후 뉴욕은 늘 테러 위협에 시달려 왔다. 기자는 지난 3월 뉴욕을 찾은 적이 있었다. 뉴욕의 펜스테이션 역은 뉴욕의 관문과도 같은 곳이다. 이곳엔 늘 중무장한 경찰과 군병력이 상주해 있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역 마다 중화기로 무장한 경찰 병력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펼친다.

경비 병력은 지상에만 배치돼 있지 않다. 지금은 없어져 버린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비롯해 고층 빌딩들이 즐비한 로워 맨해튼 지역 상공엔 경찰 헬기가, 그리고 뉴욕을 휘감아 흐르는 허드슨강과 이스트강엔 해안경비대가 순찰 활동을 펼친다.

공항 경비는 더욱 삼엄하다. 한 번은 미국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자 국내선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라 과르디아 공항을 찾았다. 여기에서도 M4 캐빈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요원들이 3인 1조로 경비근무에 임하고 있었다. 공항 외곽에선 검은 색 상의와 베이지색 하의, 그리고 방탄조끼와 권총으로 무장한 요원들이 역시 공항 경비를 서고 있었다. 이들이 착용한 방탄조끼엔 국토안보부(Homeland Security)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즉, 뉴욕시 경찰과 국토안보부 소속 연방 요원들이 공동으로 경비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광경을 보면서 서글픈 느낌마저 들었다.

대중동정책 난맥상, 상시적 테러 위협으로 이어져

그러나 이토록 삼엄한 경계태세에도 불구하고 뉴욕은 테러 공포에서 한 시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계속해서 대외정책, 특히 중동정책에서 실책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이라크 침공은 가장 대표적인 실패사례일 것이다.

먼저 이·팔 갈등을 살펴보자. 미국은 이스라엘 건국 이후 이스라엘 일변도의 정책을 펼치다시피 했다. 물론 표면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967년 경계선을 기준으로 별도 국가를 유지하며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을 고수해왔지만 말이다. 또 지미 카터 행정부와 클린턴 행정부가 중동 평화협상을 적극 중재한 사실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이후 중동정책의 추는 이스라엘로 급격하게 기울어졌다. 부시의 후임인 오마바 전 대통령은 이·팔 갈등을 비롯, 이라크·시리아 등 중동 지역 문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 외교정책의 싱크탱크인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리처드 하스 회장은 자신의 저서 <혼돈의 세계>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 정책에 대해 "버락 오바마는 잠재적으로 그 규모와 지속 기간이 커질 수 있는 군사개입이나 기존의 군사개입을 지속할지 여부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적었다.

이라크의 경우는 더욱 참담하다. 조지 W. 부시는 처음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문제삼았다. 그러다 결정적 증거를 내놓지 못하자 슬그머니 후세인 체제 전복과 민주주의로의 이행으로 말을 바꿨다. 그리고 결국 2003년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를 침공했다. 부시 행정부는 후세인만 축출하면 민주주의 체제로의 이행은 무난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무력을 통한 민주주의 이식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슬람국가(ISIS)라는 근본주의 무장세력을 등장시켰다.

원래 이슬람국가는 이라크의 알 카에다 조직이었다. 그런데 후세인 전복 이후 집권한 시아파 누리 알 말리키 정부는 시아파 편향 정책으로 수니파의 반감을 샀다. 수니 계열의 이슬람국가는 수니파의 반감에 편승해 세를 키웠고, 한때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동부를 장악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시작해 이집트, 리비아, 바레인으로 이어진, 이른바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아랍권 민주화 운동은 미국의 입지를 급격하게 약화시켰다. 이렇듯 중동 정책에서 보인 미국의 혼선은 자연스럽게 상시적 테러위협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선언하자 즉각 테러위협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관측이 현실로 옮겨진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트럼프의 선언이 나온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뉴욕 도심에서 테러가 벌어진 것이다.

미 복음주의자들, 트럼프 선언에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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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9.11테러가 벌어졌던 월드 트레이드 센터. 지금은 추모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지 못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민체계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위험인물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으며 입국 심사가 충분치 않다"며 이민개혁법 입법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관련 법령을 문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이라크, 시리아 등 아랍 8개국 이민자들의 입국을 거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해 이슬람권을 자극한 바 있었다.

게다가 트럼프에 우호적인 미국의 보수 복음주의자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플로리다의 대형교회인 뉴데스티니센터 교회의 폴라 화이트 수석 목사는 "복음주의들은 이스라엘을 성지로 여기고 있기에 트럼프의 이번 선언에 열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텍사스주 댈러스의 제일 침례교회의 담임이자 트럼프 행정부의 복음주의자 자문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도 "역사적으로 예루살렘은 기독교인과 유대교인 모두에게 애착이 깊었고, 예언의 시금석과도 같은 곳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하나님께서 예루살렘과 나머지 성지를 유대인에게 주었다는 사실"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에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 조치가 몰고 올 파장은 반이민 행정명령에 비할 바가 아니다. 벌써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무력 충돌해 9일까지 팔레스타인인 4명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가뜩이나 불안한 중동 정세가 더욱 불안해질 위험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이에 비례해 미국 내 테러 가능성 역시 높아질 공산이 크다.

테러 위협을 해소할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미국 정부가 중동정책의 실책을 인정하고 평화정착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에게 이 같은 태도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솔직히 트럼프가 열어젖힌 지옥의 문이 쉽게 닫힐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에 대한 대가는 뉴욕 시민들이 치러야 하게 됐다. 이를 대통령 잘못 뽑은 결과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팔레스타인 시민이 겪을 고통에 비한다면 그나마 나은 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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