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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루터를 비판하라! 지금의 프로테스탄트를 비판하라!
볼프강 비퍼만, 『루터의 두 얼굴』, 최용찬 역(평사리, 2017)

입력 Dec 14, 2017 03:49 PM KST

편집자 주] 진보적 개신교 역사학자 볼프강 비퍼만은 루터는 충분히 종교개혁을 했는지를 묻는다. 루터의 종교개혁의 이면을 고발하면서 한국교회에서 진정한 역사적 성찰이 없는 종교개혁 500주년은 말잔치에 불과할 뿐이라고 시사하고 있다. 그는 불편하고 굴욕적인 교회의 역사를 드러냄으로써 제2의 종교개혁의 길을 밝힌다.

글/ 도서출판 평사리 편집팀

종교개혁 500주년, 이제는 '루터의 유산'을 청산해야 할 때다

비퍼만 루터의 두얼굴
(Photo : ⓒ 평사리)
▲볼프강 비퍼만, 『루터의 두 얼굴』, 최용찬 역(평사리, 2017)의 표지

2017년 10월 31일, 95개조 반박문에서 시작한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날이다. 500년 전의 그날은 부패한 중세 가톨릭에 저항해 그리스도교를 개혁한 실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종교개혁은 분명 새로운 시대를 열었으며, 루터는 서양의 역사를 크게 바꾸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 중 하나다.

세계 곳곳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와 그의 개혁정신에 대한 찬사가 이어진다. 하지만 볼프강 비퍼만은 『루터의 두 얼굴』에서 전혀 다른 목소리로 이 위대한 역사의 주인공을 비판한다. 비퍼만은 루터의 저작을 면밀하게 분석하면서 루터의 개혁이 충분했는지 오히려 그것이 이후 프로테스탄트에 해악을 끼친 것은 아닌지 검토해간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차츰 제후세력과 결탁함으로써 세속 권력에 복종하는 경향을 띤다. 농민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오히려 그들을 탄압하라고까지 한다. 한때 칭송받던 농민의 친구가 저주받는 제후의 종복이 되어버렸으며, 민주주의적인 공동체 개혁에서 출발한 종교개혁이 권위적인 제후들의 종교개혁으로 변질되어버렸다. 새로운 개혁교회는 이제 공동체와 선출된 성직자가 아니라 제후들이 관리하게 되어 오랜 가톨릭교회에서 주교들이 지녔던 직권을 넘겨받았다. 루터는 그들이 '임시주교'로서 이 직권을 일시적으로만 행사할 것이라 했지만, 임시제도가 그대로 굳어져버렸다. 1530년 제국의회가 아우크스부르크 신앙고백이라 명명하고 공인한 루터의 가르침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분명 교황의 오랜 영적 지배에서 해방되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지배에 굴복하고 만다. 하나님을 섬겨야 할 교회가 사람을 섬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퍼만은 루터에게서 반유대주의의 뿌리를 찾아간다. 루터는 자신의 소책자 『유대인과 그들의 거짓말에 관해』에서 유대인의 종교 서적을 빼앗고, 그들의 회당을 불태우며, 랍비들에게 이제부터 가르치는 것을 완전히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종교로서 유대교는 근절되어야 하고, 유대인은 이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상인과 대부업자 같은 그들의 전통적인 직업 활동을 금지하자고 제안했다. 그 외에도 그들의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터는 더 나아가 영국, 프랑스, 스페인처럼 유대인을 "땅에서 추방한" 다른 나라의 사례까지 거론한다. 그에 따라 오로지 한 가지는 남는다. "따라서 그들은 항상 꺼져야 한다. "항상 꺼져야 한다"는 말은 추방만을 뜻하지 않고, 분명하게 멸절을 염두에 둔 것이다. 루터의 이러한 입장은 훗날 나치시대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이루어진다.

비퍼만은 세속사와 교회사의 통합적 연구를 통해 독일 개신교의 500년의 잘못된 역사가 그 창시자 마르틴 루터와 그의 신학에서 비롯되었다는 비판을 도출해낸다. 루터를 창시자로 한 독일 개신교회에서는 과연 어떠한 일이 있었나?

독일의 개신교회는 그때 침묵했고 폭정에 동조했다, 이후에도 진정으로 반성하지 못했다

먼저 비퍼만은 독일 개신교의 굴욕과 침묵의 역사를 비판하는 데서 시작한다. 루터의 당국에 대한 복종은 이후 독일교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독일의 교회는 다른 나라와 달리 정교분리가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새로 등장한 민주체제(바이마르공화국)에 협조적이지도 않았다. 반기독교적이고 심지어 신성모독적인 나치가 등장할 때는 그에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동조하고 만다. 나치에 협조하면서 등장한 제국교회는 전쟁과 유대인 탄압을 묵인하거나 더 나아가 부역한다. 물론 고백교회처럼 나치와 반유대주의에 저항한 세력이 있었으나, 소수에 지나지 않아 그 힘은 약했다. 독일의 개신교회가 교회의 투쟁을 거론하지만, 비퍼만에 따르면 그것은 충분하지 않았고 자기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

비퍼만은 "우리는 좀 더 용감하게 회개하지 않았고, 좀 더 신실하게 기도하지 않았고, 좀 더 기쁘게 신앙하지 않았고, 좀 더 뜨겁게 사랑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우리 자신을 고발한다."는 내용의 1945년 10월 슈투트가르트 참회고백을 격렬하게 비판한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고발한다는 말인가? 박해받은 유대인에게 '좀 더 용감하게' 스스로 '회개하지' 않은 것을? 박해받은 유대인들을 비록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을 위해 '기도했고' 그들을 도왔다는 것을? 우리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 참회고백에서도 유대인은 여전히 언급되지 않았다." 이런 비판은 1947년 8월의 다름슈타트 선언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도 유대인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찾을 수 없고, 기독교적 반유대주의에 대한 어떠한 비판이나 반성도 없었다. 비퍼만은 교회 안에서 반유대주의는 많이 약화되었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여전히 유대인에 대한 개종 의지를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는 점을 혹독하게 비판한다. 교회는 유대인뿐만 아니라 집시에 대한 박해와 학살에 침묵함으로써 결국 민족학살을 돕는 죄를 짓고 말았다.

한마디로 독일 개신교는 하나님보다는 국가를 더욱 숭배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국가가 주도하는 전쟁을 지지하는 주전(主戰)주의적인 입장을 따랐다. 맘몬을 섬기지 말라는 성경 말씀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자본주의의 해악을 묵과했으며, 사회적 약자인 유대인과 집시들을 악마의 자식으로 경멸했을 뿐만 아니라 나치들이 그들을 학살했을 때에도 교회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더 나아가 교회는 공동체 안에서 여성들의 인권을 억압하는 이른바 '신성한' 억압자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비퍼만은 독일 개신교가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역사 연구를 통한 통렬한 자기반성을 더 이상 늦추지 말아야 하며, 인간의 영원하고 세속적인 구원을 위해 독일 개신교가 완수하지 못한 미완의 개혁을 즉각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비퍼만이 제기하는 제2의 종교개혁, 한국사회는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사람들의 '열광적 분위기'에 다소 찬물을 끼얹는 듯, 비퍼만은 루터의 종교개혁을 '비판하라'고 제안한다. 이 책에 담긴 비퍼만의 비판의 골자는, 한마디로 말하면, '독일 프로테스탄트를 다시 개혁하라'는 명제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그의 개혁 요구는 독일 개신교의 지배적 이데올로기(국가주의, 주전주의, 자본주의, 반유대주의, 반집시주의, 반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에 집중되어 있다. 그의 이러한 비판이 주로 세 가지 층위에서 다각도로 진행된다. 첫째, 루터의 신학은 이데올로기이다, 그러므로 루터를 비판하라! 둘째, 루터의 이데올로기적 유산을 아무런 비판 없이 전승한 독일 프로테스탄트를 비판하라! 셋째, 루터의 유산을 전면 수용한 독일 프로테스탄트가 만든 보수적인 역사를 비판하라! 바로 이런 의미에서 비퍼만은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루터의 유산'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 작업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면서 '루터의 유산'을 새롭게 재평가하려는 비퍼만의 책은 비판적인 독일 역사학자의 철저한 고증작업의 성과물인 동시에 독일 개신교도의 처절한 자기반성의 결과물이다.

'루터의 유산'에 대한 비퍼만의 날선 비판은 독일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지금 한국사회는 교회가 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린 인상을 주는 현실이다. 언제부터인가 유행한 '개독교'라는 말과 반기독교적 분위기는 그런 현실을 반영해준다. 비퍼만이 비판한 루터와 종교개혁 그리고 그것에 갇힌 오늘날 프로테스탄트는 오늘날 한국교회와 깊게 맞닿아 있다. 비퍼만의 책도 한국 독자들의 비판적 읽기와 문화적 수용 및 창조적 전유에 따라 날카로운 문화적 무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비퍼만이 말하듯 인간의 영원하고 세속적인 구원을 향한 진정한 제2의 종교개혁을 갈망하고, 그것을 실천하려는 비판적인 개신교도라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비퍼만의 목소리에 경청할 필요가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은 개혁의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이 책은 그 시작이 뼈를 깎는 작업임을 절실하게 말해준다.

한편, 저자 볼프강 비퍼만의 주요 연구 분야는 '이데올로기(史)'이다. 대표적인 저작으로는 『파시즘론』, 『전체주의론』, 『근본주의』를 비롯한 50편 이상의 탁월한 연구서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 그는 1986년의 '역사가논쟁'에서 스승인 에른스트 놀테(Ernst Nolte)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을 계기로 몸담았던 베를린자유대학교의 강의실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 극우파 전문가인 비퍼만은 독일에서 수시로 일고 있는 극우파의 부상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논평해왔다. 그는 극우정당이 부상해 불법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이들은 독일인을 '영원한 희생자'로 이미지화함으로써 자신들의 힘을 키워 왔다"며 불법화 조처가 오히려 이들을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독일사회, 특히 동독 지역에서 정치적 성향과 논의 주제가 극우 쪽으로 더 크게 치우쳐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에 맞춰 출간한 이 책 『루터의 두 얼굴』은 독일 프로테스탄트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읽어낸 개신교도 역사학자의 '프로테스탄트'적 역사 연구의 수준을 정확하게 보여주면서 동시에 독일의 역사청산과 맥을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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