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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밭 칼럼] 그리심산도, 예루살렘도 아니다

김경재(한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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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유엔총회는 2017년 12월21일(현지시간) 용기 있고 올바른 역사적 결정으로서 "예루살렘 결의안'을 가결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라는 미국내 정치적 목적에서 출발한 일방적 선언을, 유엔이라는 인류양심의 힘으로 부결시킴으로서 유엔정신에 입각한 '예루살렘 결의안'을 찬성 128, 반대 9, 기권31의 표결결과로서 가결한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자국이익을 위해 함부로 남용하는 만용을 부리고, 유엔 회원국들의 경제력에 기초하여 책정된 '유엔분담금'을 거부하겠다느니, 미국원조를 받는 경제빈국들에게 원조를 끊겠다고 치졸한 겁박을 주면서 무조건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 트럼프의 선언을 지지하라는 요구를 노골적으로 강요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유엔이라는 인류공동체의 회원국 대표들에게 군사력과 돈의 힘으로 양심의 소리에 눈감으라고 강요한 것이다.

중동의 화약고라고 일컫는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세 가지 기본원칙에 동의하고 있었다. 첫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별개국가로 간주하는 '2국가 해법'이요, 둘째는 예루살렘을 어느 쪽이나 특정 국가의 독점적 수도로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요, 셋째는 무력과 폭력을 반대하고 대화와 협조로서 상생과 평화를 진작시켜가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총회 본회의보다 3일 앞서서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 되었는데, 미국 거부권행사 때문에 결의가 무산되자, 긴급 유엔 총회 본회의를 열어 인류양심은 '예루살렘 결의안'을 가결시킨 것이다.

유엔총회에서 일어난 국제사회의 한 결의안 채택사건을 두고 우리는 왜 그 사건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깊이 생각해야 하는가? 세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현재 21세기 초반 30년 동안, 지구촌 인류문명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공감했던 인류전체의 평화, 공존, 상생의 정신에서 훨씬 후퇴하여, '신국가주의'라고 하는 역사 퇴행적 망령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사상을 퍼트리는 가장 큰 책임이 미국 현대통령 트럼프 정부당국과 소위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으로 신보수주의를 주창하는 '네오콘'(neo-conservatism)들에게 있다.

미국대통령이 자국국민의 행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은 지당한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이나 방향이 인류전체의 평화, 공생, 행복을 내팽개치고 미국자국민 이익만을 우선 챙기겠다는 것은 미국도 불행하게 만들고 인류도 위기에 내몰게 된다. 특히, 군사력과 경재력을 앞세워 유엔이라는 지구촌 평화추구의 본회의장에서 겁박을 주는 미국 현 정부의 행태는 비판받아야 마땅하고, 미국국민들의 커대한 양심의 재각성을 촉구해야 한다.

둘째, 제2차 대전 이후, 신생 이스라엘 국가탄생과 그들의 조상들의 땅 팔레스타인 지역일부에 그들이 꿈에 그리던 국가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라고 결정한 것은 유엔총회결의 였다. 특히 2차 대전 독일나치당국에 의해 600만명 이상의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인류 양심의 책임감도 있었고, 노벨수상자중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많은 사상가와 과학자들이 인류문명에 공헌한 바를 인정하고 앞으로도 그러하기를 기대하는 격려의 뜻도 있었을 것이다.

신생 이스라엘 국가는 탁월한 재능과 단결력으로 사막과 황무지를 낙원으로 만들어내는 '기브츠 운동'을 성공시켜 인류를 감동시켰다. 그러나, 점차 강대국이 되어가자 고대 이스라엘 나라가 고대 로마제국에게 멸망 당한 후 2,000년 동안, 팔레스타인 현지에서 역사와 문화와 살림을 이루고 살아온 같은 셈족계 팔레스타인 토착민들을 무력으로 협박하면서 그 옛날 '다윗왕국의 영광'을 꿈꾸는 국가주의 야망을 시대착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 점은 미국이나 한국의 극단적 보수주의 기독교 세력의 지지를 받는 형국이어서 중동비극의 원인중 하나가 되고 있다.

셋째, 정밀 진지하게 팔레스타인을 중심한 중도문제나, 동아시아 삼국과 중국남서지역의 지역분쟁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예수의 가르침(요한 4:1-24)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인류가 전쟁과 분쟁의 비극적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요한복음 4장은 저 유명한 '수가마을 야곱샘터'에서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이다. 당시 사마리아인들과 유대인들 사이의 민족 감정, 종교적 이념갈등은 현재 21세기 이스라엘 국민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신생국가 주민과의 증오갈등, 그리고 남한과 북한의 갈등보다 더 심했다. 사마리아인들은 그리심산 산정에 그들의 성전을 세웠고,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에 성전을 세웠다. 그들은 서로 정통을 주장하며 싸웠다.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너희가 아버지에게 예배 할 때가 이르리라...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 지니라"(요4:21,23).

종교적 독단, 민족적 우월감, 이념적 맹신과 다름없는 '갇힌 동굴'에서 벗어나서 보면, 지구촌은 허허광막한 대우주속에 작고 작은 하나의 녹색행성이다. 미국 우선주의, 중국 패권주의, 일본대제국 부활야망, 예루살렘 성도 선점을 시도하는 종교적 광신도들의 열심등은 모두 어리석은 짓이다. 예루살렘, 붓다가야, 델리, 메카, 베이징, 로마 바티칸 등 특정 도시나 공간을 절대시하는 것은 우상숭배나 다름없다. 하나의 지구촌이 있을 뿐이다. 인류는 이제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멸망하는 운명공동체가 되었다. 이러한 인류문명의 카이로스 시점에서, 이번 유엔총회가 미국이라는 대국의 협박을 거절하고 인류양심과 평화를 위해 다시 단결하여 '예루살렘 결의안'을 압도적 다수로서 가결한 일은 예사스럽지 않는 일이며, 진정으로 2017년 성탄절에 걸 맞는 메시지이다. "하늘엔 영광!, 땅위엔 평화!"

온라인이슈팀 newspaper@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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