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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명박 장로 위기 처했는데 목사들은 왜 침묵하나?
회개하기 싫다면, 이 전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 하라

입력 Jan 18, 2018 09:34 A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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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JTBC뉴스룸 화면 갈무리 )
이명박 전 대통령은 17일 자신을 향해 검찰 수사가 좁혀들어오자 정치보복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시키고 또한 이를 위한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낸 성명 중 일부다. 최근 검찰수사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바로 앞서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지난 5년 동안 4대강 살리기와 자원외교, 제2롯데월드 등 여러 건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고통을 받았습니다마는, 저와 함께 일했던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는 없었으므로 저는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지난 해 8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구속 수감 중이다. 이어 12월 검찰은 여론 조작용 '사이버 외곽팀' 운영에 국정원 예산 65억원을 들인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원 전 원장의 혐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7일 검찰은 김재철 전 MBC 사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원 전 원장을 함께 추가기소했다. 원 전 원장이 김 전 사장과 공모해 공영방송 장악을 공모했다는 혐의다. 원 전 원장의 혐의는 정보기관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하고,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가히 역대급(?)이다.

이뿐만 아니다. 이 전 대통령 임기 말에는 저축은행 비리로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또 파이시티 비리로 정치적 멘토였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구속돼 유죄를 선고 받았다.

현 시점으로 눈을 돌려보자. 다스 실소유주 의혹, 국정원 특활비 상납의혹, 한-UAE 원전 수출 당시 UAE와 맺은 이면계약 의혹 등등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비리 혐의는 가히 경악스럽다. 그간 이 전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비리 의혹이 불거질 때 마다 정치보복 운운하며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다 검찰 수사가 자신의 턱밑까지 올라오자 다시 한 번 정치보복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장로 대통령 만들기 나선 목사들, 왜 침묵하나?

이미 많은 언론에서 다루고 있기에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말 하나를 더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개신교계에 죄책고백을 촉구하고자 한다. 기자는 이미 2017년 10월9일자 <기자수첩>에서 이렇게 적은 바 있었다.

"개신교계는 자신들이 세운 대통령이 모든 의혹의 중심에 섰음에도 아무 말 없다. 오히려 종교인과세 시행에 반대하고, 성소수자 문제를 끄집어 내 정치개입을 노린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준 부결을 관철시켰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과정에서도 보수 자유한국당과 공조해 인준을 무산시키려 했다. 이미 개신교계는 이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신뢰의 위기에 빠졌다."

2007년 당시 개신교계는 노골적으로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와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설교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을 지원했다. 두레교회 김진홍 목사는 아예 이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한반도운하추진 국민운동본부 총괄본부장을 맡아 그의 대표적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 홍보에 앞장섰다.

이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개신교계의 어조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이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던 2008년 1월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국민일보> 기고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고속도로가 인위적 소통이라면 대운하는 문명사적, 정신사적 소통이 돼야 할 것"이라고 미화했다. 이 전 대통령의 취임이 임박한 2008년 2월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는 주일예배 설교에서 "우리 국가기관이 몇 년 동안 이분(MB)을 죽이려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국가의 모든 정보와 힘을 다 기울여서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예수님이 돕 듯이 우리 MB를 도와주신 분은 하나님이시다"라고 했다.

이랬던 개신교계가 이 전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몰린 현 상황에선 아무 말이 없다. 2007년 대선 당시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건 인간적 도리가 아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하다. 이런 상황은 이 전 대통령으로서도 곤란할 수밖엔 없으니 말이다. 이 전 대통령이 성명에서 '정치보복' 프레임을 꺼내든 건 보수 결집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확한 속내야 알 수 없지만, 이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보수 개신교계도 계산에 넣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보수 개신교계가 잠잠하니 이 전 대통령으로서는 더욱 속이 타들어가게 생겼다.

최근 잇달아 불거져 나오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들은 과거 정권이 자행했던 권력형 비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 예로 이 전 대통령이 성명을 발표했던 17일 JTBC뉴스룸은 다스의 사장과 전무였던 김성우, 권아무개씨가 지난 99년과 2000년 두해 동안 제주도에 6만㎡(1만 8000여평)의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이 땅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두 사람이 사들인 땅 가운데에는 해군기지가 건설된 제주 강정동 땅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JTBC뉴스룸은 "강정동 땅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이 본격 착수되면서 가격이 급상승했다"고 전했다.

제주 강정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과정에서 공사를 강행하려는 해군과 경찰, 그리고 이를 막으려는 강정 주민과 종교인, 활동가들은 매일 전쟁을 치르다시피 했다. 그리고 이명박 전 정권은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활동가들을 거침없이 종북으로 매도했다.

만약 JTBC뉴스룸의 의혹 제기가 사실이라면, 즉 강정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면 매일 강정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지는 와중에 이 전 대통령은 종북몰이를 하며 제 잇속을 챙긴 셈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공분할 일이다. 아닌 게 아니라 JTBC뉴스룸 보도 직후, 강정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했던 활동가들은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분노를 쏟아냈다.

이 전 대통령 같은 위인이 보수 대형교회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대통령에 오른 건 교회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불행한 일이다. 따라서 보수 개신교계가 이 전 대통령을 지지한 데 대해 국민과 역사 앞에 반드시 무릎 꿇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지금의 침묵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히 회개하기 싫다면, 이 전 대통령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그와 운명을 함께 하시라. 어쩌면 이 길이 국민과 역사 앞에 속죄하는 가장 효과적인 길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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