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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보수 정치세력과 종교세력의 야합, 결국 '인권'이 희생됐다
충남인권조례 폐지가결, 자유한국당 폭주에 보수 개신교계 맞장구 친 결과

입력 Feb 02, 2018 06:09 P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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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충남인권조례 지키기 제공)
논란이 일었던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이 2일 충남도의회 본회의에서 결국 가결됐다.

"충남도민은 성별, 나이, 외모, 장애, 인종, 종교, 병력, 사상, 신념, 출신 및 거주지역, 결혼여부, 가족구성, 학력, 재산,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국적, 전과, 임신, 출산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충남인권선언' 제1장 제1조 차별금지의 원칙 제1항에 명시된 내용이다. 김종필 의원(서산2) 등 자유한국당 의원 23명과 국민의당 김용필 의원(예산1), 더불어민주당 조치연(계룡) 등 모두 25명이 충남도의원들은 바로 이 점을 문제 삼아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했다.

이들이 문제삼은 대목이 바로 ‘성적 지향'이다. 폐지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이 대목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2일 충남도의회 본회의에서 나온 폐지안 발의 의원들의 주장을 아래 인용한다.

"애초 인권 조례를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충남 인구 등을 고려할 때 동성애를 조장하는 조례안은 폐지하는 것이 맞다." - 자유한국당 송덕빈 의원(논산1)

"동성애가 늘어나면 인구절벽이 온다. 미래 충남을 위해 미풍양속과 인구 절벽을 해치는 인권조례는 폐지돼야 한다." - 국민의당 김용필 의원(예산1)

폐지안을 대표발의한 자유한국당 김종필 의원(서산2)도 지난 1월29일 열린 충남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행자위)엔 충남인권조례 폐지안 심의에서 이 같은 취지의 주장을 이어나간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성적지향이 동성애를 유발한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뒷받침할 실증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했다. 그러나 폐지안을 발의한 의원 중 어느 누구도 이 같은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김종필 의원은 행자위 심의에서 미국 질병관리 본부 홈페이지 화면을 근거로 제시하며 "동성애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의 주경로다. 그런 우려사항을 전달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았으나, 인권조례와 동성애 조장 사이의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

이러자 행자위는 폐지안 심의를 한 번 보류했다. 그러나 이후 폐지안의 상정과 폐기는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1월30일 행자위는 당초 심의 보류 방침을 바꿔 폐지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어 2일 열린 본회의에서 찬성 25, 반대 11, 기권 1표로 폐지안을 가결했다. 표결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압도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인권조례 폐지안이 가결되는 과정은 흡사 중앙정치에서 자유한국당이 보였던 행태와 판박이였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자유한국당은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부터 의회 다수당의 지위를 활용해 민감한 쟁점 법안을 밀어 붙인 전력이 있었다. 자유한국당 충남도당의 행태 역시 비슷했다.

자유한국당 ‘날치기' 본색, 지방정치에서도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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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지난 달 29일 충남도의회 행자위에서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을 대표 발의한 자유한국당 김종필 의원(서산2)이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설득력 없는 답변으로 의장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주도로 인권조례 폐지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충남지역 시민단체는 거세게 반발했다. 이례적으로 국가인권위마저 1월31일 폐지안의 본회의 상정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행자위에서 심의가 보류되자 자유한국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재상정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또 본회의 표결에서는 압도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수적 우위로 쟁점 법안을 밀어붙인 못된 버릇이 지방정치에서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도 책임론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폐지안을 발의한 25명 의원 가운데 23명이 자유한국당이고 나머지 2명은 각각 더민주 조치연 의원(계룡)과 국민의당 김용필(예산1)의원이다.

그런데 조 의원은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3선까지 했다가 올해 1월 탈당해 더민주로 당적을 바꿨다. 이에 자유한국당 충남도당은 "자유한국당의 공천으로 당원들이 합심해 만들어 준 3선 충남도의원과 충남도의회 부의장이란 직함에 대한 감사함과 보은은 온데간데 없이 정치 신의를 저버린 명분없는 탈당을 합리화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더민주 충남도당은 조치연 의원 말고도 자유선진당에 몸담은 전력이 있는 고아무개 전 충남도 의원과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강아무개 전 충남도 의원을 영입했고, 이에 지역 사회로부터 적폐세력을 끌어안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었다. 이런 지역사회의 우려가 인권조례 폐지 결의 과정에서 일정 수준 입증된 셈이다.

짙게 드리운 보수 개신교의 그림자

보수 개신교계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 그간 보수 개신교계는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면 동성애를 인정하는 셈'이라는 논리로 집요하게 폐지 압력을 넣었었다. 이들은 폐지안 상정이 이뤄지자 더욱 조직적으로 행동했다.

1월28일 충남 천안에서 충남 인권조례 폐지를 위한 도민시국 집회 및 기도회를 여는가 하면, 다음 날 폐지안 심의가 열린 충남도의회 행자위 앞을 사실상 점거하다시피 하며 집단행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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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보수 개신교계는 충남인권조례 폐지안 관철을 위해 조직적으로 행동했다. 보수 개신교가 뒤섞인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행자위가 열린 지난 달 29일 행자위 앞 복도를 점거하다시피했다.

이들은 공공연히 자유한국당과의 유착을 드러냈다. 행자위가 폐지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자 이들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는 인사를 건넸다. 반면 행자위 심의에서 김종필 의원에게 반대 질문을 한 더민주 김종문 의원(천안 4)에겐 항의전화를 퍼붓다시피 했다. 이 같은 보수 개신교 측의 성원에 화답이라도 하듯 폐지안을 대표 발의한 김종필 의원은 행자위 심의에서 ‘개신교 목회자들이 우려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요약하면 이번 충남인권조례안 폐지안 가결은 보수 개신교계의 압력에 자유한국당이 ‘인권'을 정치쟁점화하면서 벌어진 사태인 셈이다.

인권조례 폐지안을 찬성하는 측이 펼치는 또 다른 논리는 ‘헌법 등 상위법으로도 성소수자들의 차별은 구제된다'는 것이다.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에도 "충남도민의 인권보호 및 증진에 관한 정책은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처리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판단한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1월22일치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렇게 적었다.

"발의안에는 조례 폐지에 따른 공백이 걱정이 되었는지, 조례가 폐지되더라도 충남 인권정책은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헌법과 법률을 지자체 수준에서 구체화한 인권조례를 굳이 폐지해야 하는 이유는 알 수 없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충남도는 폐지안 가결에 앞서 "(안희정 지사의) 재의 요구에 이어 대법원 제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 측의 입장도 여기서 크게 다르지 않다.

우삼열 충남인권조례 지키기 공동위원장은 2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의회에서는 폐지안을 가결했을 뿐, 이게 완전한 폐지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행정 절차가 남아 있고, 여기서 재의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한 뒤, "재의 과정에서 도의원들이 심각하게 입장을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혐오세력을 활용해 세확장을 하는 유럽 극우정당과 다를 바 없다. 이에 충남지역 시민사회는 인권조례와 인권의 가치를 도민들에게 알려나가는 한편, 국제사회와도 연대를 모색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진보 성향의 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소장 박승렬 목사)도 이날 성명을 통해 "충남 도의회의 다수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인권조례를 폐지하여 차별과 혐오를 방치하고 조장하는 반인권적 행위에 가담하고자 하는가? 인권조례 폐지가 잘못된 결의임을 인정하고 즉시 번안 결의할 것을 촉구한다"며 자유한국당을 규탄하고 나섰다.

향후 사태 추이와 무관하게 충남인권조례 폐지안 가결은 ‘인권'을 '동성애'와 결부시켜 거짓 증거를 일삼은 보수 개신교와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쟁점 거리를 찾는 보수 정치세력의 되먹지 못한 정치놀음에 인간 본연의 가치인 인권이 누더기가 된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다른 지역에서 이와 비슷한 논란이 불거지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보다 현명하게 판단해 인권을 지역 정치논리로 더럽힌 자들을 심판해줄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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