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NCCK 이홍정 총무, "교회개혁과 민족화해의 십자가를 질 것"

<베리타스> 서광선 회장-NCCK 이홍정 총무 신년특별대담 (2)

편집자 주] 지난 11월 NCCK 제12대 총무로 이홍정 목사가 부임했다. 그는 취임하면서 교회 안으로는 '교회의 일치와 갱신과 변혁,' 밖으로는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와 평화'라는 두 개의 십자가를 지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두 개 과제를 현실화하는 과정 가운데 인간적 욕망의 성취를 위해 선전·선동하지 않고, 소금처럼 빛처럼 자기를 비우는 방식으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에큐메니칼 운동에 헌신해온 <베리타스> 회장 서광선 박사가 이홍정 신임총무를 만났다. 인터뷰는 1월 19일(금) NCCK 총무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인터뷰 기사 2부에서는 이홍정호 NCCK가 표방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방향성에 대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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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와의 신년대담에 참여하고 있는 서광선 박사가 인터뷰 중 횐하게 웃어 보이고 있다.

서광선: 드디어 한국의 에큐메니칼 운동의 일번지로 오셨습니다. 연동교회에서 총무취임감사예배가 있었지요? 거기서 발표하신 취임사를 제가 두어 번 읽었습니다. 취임사에서 두 개의 십자가를 지겠다고 선언하셨어요. 하나는 평화통일을 향한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책임이었습니다. 그 십자가는 그 동안의 선배 총무님들 지고 메고 가다가 쓰러지기도 하셨지요. 그 십자가는 그런대로 또 메셔야 될 것 같군요. 다른 십자가인 교회 일치의 십자가도 힘드실 것 같아요. (하하)

예수님도 재판을 두 번 받으셨잖아요? 한번은 제사장들에 의해서 종교재판을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제사장들은 굉장히 머리가 좋고 비겁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자기들이 직접 처단하지 않고 로마 지배자에게 정치범으로 넘기게 되죠. 예수님은 로마의 정치범으로서도 재판을 받으신 것이지요. 제가 총무님의 취임사를 읽으면서 예수님께서 두 번 재판받으신 것에 참여했구나 싶었습니다. 총무님께서는 정치적인 재판은 준비가 되어있으시고, 그보다 더 어려운 십자가인 종교적인 기득권자들을 상대하는 일에 대해서도 결의가 단단하신 것 같았습니다. 그 십자가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이홍정: 제가 두 개의 십자가를 이야기한 것은 두 개의 십자가가 각각 별개가 아니라 결국은 양면을 지닌 하나의 십자가라는 인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한국교회가 한반도에 존재하는 한 분단과 통일이라는 역사적 운명에 귀속되어 있는 집단이라고 이해를 했지요. 그래서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의 평화통일이라고 하는 십자가를 한국교회가 잘 지고 나가려면 그것 자체가 한국교회에게 내부적 변혁의 과제를 요청하게 된다고 인식했습니다. 교회의 일치와 갱신과 변혁 없이 어떻게 한국교회가 민족공동체를 평화통일의 길로 이끄는 집단이 될 수 있겠습니까? 결국은 한국교회가, 특별히 남한의 교회가 갖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를 벗어나야 합니다. 남한의 교회는 소위 월남한 그리스도인들이 주축이 되고 분단이라는 상황을 거쳐나가면서 친기독교적인 정권의 비호를 받고 성장했으며 또 자본주의의 성장과 길을 같이 하면서 친미, 반공이데올로기를 자신들의 정치학으로 내면화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안에 뿌리 깊은 냉전의식과 분단의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이 결국은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평화통일을 위한 우리의 선결과제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물론 한국교회 전반의 일치와 갱신 및 변혁의 문제에 관심을 갖지만, 저는 그것을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한국교회 안에 내재되어 있는 냉전의식의 해체에서 찾고 있습니다.

서광선: 저는 그 점이 더 힘들 것 같습니다.

이홍정: 네, 그렇습니다. 한국교회 연합운동과 관련해서 저는 1924년을 기원으로 하는 한국교회 연합운동을 재구성하자고 늘 주장했었습니다. 한국교회 최초의 연합기구인 한국교회협의회가 창립된 그 때를 출발점으로 삼아서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발전사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하지요. 분단 체제 하에서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이 어떻게 진보와 보수라는 프레임의 덫에 걸리게 되었고, 그것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면서 우리 안에 불일치가 어떻게 가속화되었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복음의 입장에서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우리는 진보나 보수의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부름받은 교회가 아니라, 복음의 온전성, 그리고 복음의 총체성을 증언하기 위해 부름받은 교회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복음의 이름으로 진보 보수의 프레임을 깨부수고, 우리가 복음의 온전함의 자리로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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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신년대담에 참여하고 있는 서광선 박사(본지 회장·이화여대 명예교수)와 이홍정 NCCK 총무.

서광선: 총무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목회, 하나님의 선교, 하나님의 정치와 바로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목회가 하나님의 선교로, 하나님의 선교가 하나님의 정치로도 이어집니다. 모두가 그 두 개의 십자가와 부합되는 군요.

이홍정: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이지 않습니까? 하나님의 백성에 소속된 구성원 전체가 하나님의 선교와 목회와 정치에 부름을 받았다는 자각이 한국교회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토대로 우리 삶과 생각을 건설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의 선교는 어떤 특정 집단이 프로젝트를 가지고 자기의 영역을 확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 삶의 자리를 선교의 현장으로 이해하고 그곳에서부터 복음과 함께 고난받으면서 복음의 증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그 역사를 위해서 부름을 받았고, 삶의 현장을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언하는 현장으로 가장 가깝게 살아가고 있는 평신도들이 하나님의 선교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목회 역시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 전체가 자기의 은사와 몫을 따라서 자기 삶의 자리를 따라서 참여하도록 부름을 받은 것이지, 어떤 자격증을 가진 신학자와 성직자들에 의해서 독점되고 다스려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목회라는 것은 하나님의 교회가 신학공동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삶과 성서를 상호조명하면서 발생하는 가장 기본적인 신학적 삶을 평신도들이 향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하나님의 정치 역시 마찬가지로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하나님의 정치이어야지, 어떤 교권 정치에 의해 환원되어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도 삶의 자리에서 진행되는 하나님의 정치, 그래서 하나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가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로를 격려하고 연대해내는 공동체의 모습을 저는 상상하고 있습니다.

서광선: 하나님의 정치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정치 쪽으로 이야기를 옮겨봅시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으로 탄생했지요. 총무님께서 보시기에 문재인 정권이 하나님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홍정: 우선 그것보다도 소위 촛불시민혁명을 이해하는 정권의 시각을 저는 상당히 비판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마치 촛불 시민혁명에 참여한 시민들이 문재인 정권 자체를 지지하고 그 정권의 도구나 토대처럼 인식하고 있는 면이 있지 않은가 생각하는 것이지요. 정치인들이 무의식적으로 토해내는 말속에 마치 그 시민들이 자신들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그룹인양 여기는 인식이 녹아 있는데, 저는 그것이 올바른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권재민의 정치사상의 시각에서 보면 문재인 정권 역시 촛불시민혁명을 통해서 우리가 구현하기를 바랬던 공적 가치에 복무하는 정권이어야지, 마치 거기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집단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은 청와대 비서실에서 저희 사무실을 방문했었습니다. 그때 제가 양심수 석방에 대해 요청했습니다. 우리는 양심수 석방을 위한 기도회도 열고 탄원서도 제출했거든요? 찾아온 담당자와 이야기하면서, 만약 양심수 석방을 정치적 고려의 사항으로 생각한다면, 예를 들어, 차기 지방선거를 고려한다든가 한다면 적어도 그것은 촛불시민혁명의 가치가 지향하는 바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저희들의 에큐메니칼적 가치를 공유한다면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명하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저희들로서는 늘 예언자적인 거리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겠다고 일러주었습니다.

서광선: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70년대 민주화운동이나 인권운동을 하던 교회 지도자들이 많이 정부에 등용되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해서 여야를 막론하고 종교인들도 목사가 민주화운동하고 인권운동한 것이 기독교적인 신념에서라기보다는 권력욕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었습니다. 그들이 정권에 참여하면서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예언자로서의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겠는가라는 우려도 섞여 있었지요. NCCK에서도 성명서의 수자가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정권이 제대로 하고 있으니까 줄어들기도 했겠지만, 친여적인 영향이 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혹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일전에 제가 원로 목사들의 모임에 초대되어 갔었습니다. 점심을 같이 한 뒤에 굳이 한마디 하라고 해서 목사들의 정권 참여에 대해 말했습니다. "김대중 정권 때처럼 그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렇게 투쟁해서 일어선 정권이긴 하지만 우리가 그 정권에 참여하면서 교회가 정치권력과 야합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교회는 정치에 대해서 계속하여 예언자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지요. 그런데 말하고 나서 둘러보니 그 자리에 정권과 친한 분들이 앉아 있는 거에요. 실수했구나 싶었지요. 어쨌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바라보는 시선 중에는 그 점을 우려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 목사들이 얼마나 청와대를 드나들면서 기고만장해 할 것인지에 대한 염려가 있습니다. NCCK 총무님으로서, 정치와의 관계,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가 초미의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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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서광선 박사(본지 회장·이화여대 명예교수)와 이홍정 NCCK 총무가 신년대담에 참여하고 있다.

이홍정: 작금의 NCC에 대해서 과거와는 달리 존재감이 없어졌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제가 두세 가지로 답변을 한 적이 있습니다. "첫째, 70-80년대 그 엄정한 시대에 NCC가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때에도 NCC 안에는 음양이 존재했다. 민주화운동을 통해서 NCC의 존재감이 드러났지만 그것은 당시 상황에 기반한 존재감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상황이 바뀌었다는 말은, 예를 들어, 촛불시민혁명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그 누구도 NCC를 찾아와서 촛불시민혁명에 대해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 이런 면의 존재감이라면 그런 존재감이 없어진 것이 나에게는 큰 행복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 시민사회가 그만큼 주권재민의 정치의 열매를 얻을 만큼 성숙해져있고 자결할 수 있는 집단으로 성장된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NCC의 존재감을 약화시킨 동인은 그 민주화 운동의 열매를 기반으로 해서 정권에 참여했던 점들이다." 이렇게 말했었지요.

그리고 저는 NCC가 어떤 특정한 정치적 집단의 도구가 되는 일을 용납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종교단체들이 부침을 거듭하지만, NCC는 일관되게 정부와는 예언자적 거리를 두고, 오히려 이 시대 시민사회들과 또 한국의 성도들과 함께 길을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표현이 좀 에두른 느낌이 있지만 이런 정도의 미묘한 관계들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광선: 그렇군요. 그런데 제가 놀란 것은 조선그리스도교도 연맹의 강명철 위원장이 총무님께 축전을 보냈더군요. 구면이시죠? 재작년에 뵈었던가요?

이홍정: 저희가 2013년 WCC 제19차 부산대회를 마치고 2014년에 제네바에서 강명철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강 위원장이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한 때이지요. 그 때 비교적 인상이 좋았습니다. 그 때부터 계속해서 같이 만났지요. 작년 6월 WCRC 라이프치히 총회 때 제가 공항에서 픽업도 하고 갈 때 환송도 했었습니다. 저보다 다섯 살인가 아래로 알고 있습니다. 라이프치히에서 만나서 호텔에서 수속하면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제가 "파주 임진강변 비무장지대 근처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해질 무렵 되면 늘 대남방송 들으면서 사상학습 잘 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더니 강 위원장이 "아 통일이 이제 가까워오네요 하하하" 하더군요. (일동웃음) 이런 농담도 했습니다. 저에 대해서 비교적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광선: 강명철 목사 아버지가 강영섭 목사인데 나하고 동갑입니다. 강영섭 목사 아버지인 강량욱 목사는 저의 아버지와 아는 사이지요. 어쨌든, 강 위원장이 중국 심양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는 아직 없나요?

이홍정: 심양에서의 만남은 이번에 이루지지 못했습니다.

서광선: 평창올림픽에 놀러올 생각은 없는 건가요?

이홍정: 안 그래도 평창에 오는 참가단 중에 참여해서 올 수 있을만한 일이 있으면 오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서광선: 총무님이 마석스키장도 가보시고... (하하) 또 금강산에서 문화행사도 한다고 그러더군요. 종교인들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곳에서 만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서 통일부는 계속해서 과태료를 내라고 해요? [편집자 주: 2017년 2월 중국 심양에서 김영주 NCCK 전 총무 등 5명이 부활절, 8.15공동기도문 협의를 위해서 조선그리스도교연맹 강명철 위원장 등 4명과 만났다. 당시 통일부는 장관의 허락 없이 남북접촉을 할 수 없게 한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이들에게 과태료 2백만 원을 부과했다. 소송 과정에서 과태료가 경감되거나 납부한 사람도 있기도 했지만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홍정: 네. 통일부 입장에서는 법대로 집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남북의 특수관계 입장에서 보면 그 법 자체가 위법일수도 있는데... 그래도 공무원은 법을 따라야 되겠죠.

서광선: 이야기가 점점 더 재밌어 가는 군요. 우리 총무님의 꿈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올해가 <88선언> 30년째 되고, 내년이 3.1절 100주년 기념인데, 어떻습니까? 우리 NCC 평화통일위원회에서 그동안 추진해온 평화협정 캠페인은 결실을 얻을 것 같습니까? 그러니까 올해 7월 27일 휴전협정일에 중국, 미국, 북한, 남한 대표가 판문점에 앉아서 협정에 조인하는 꿈을 좀 꾸셨어요?

이홍정: 저희가 평화협정 캠페인을 진행해왔고 문재인 정부 자체도 이제는 평화협정에 대한 구상을 밝힐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특별히 북한이 핵보유국가라는 선언을 했기 때문에 실효적 비핵화를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일일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핵을 보유했지만 그 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평화협정의 체결을 선행해야 합니다. 그 일을 위해서 계속해서 노력할 생각입니다.

서광선: <88선언> 30주년 준비는 잘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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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이홍정 NCCK 총무가 2018년 신년대담에서 교회개혁과 민족화해라는 두 개의 십자가를 질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홍정: 저도 선언문을 새로 만드는 작업을 할 때 참석해본 적이 있습니다.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아서 당황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앞으로 두 차례에 걸쳐서 이런저런 집담회를 한다고 하니까 좋아지리라 생각합니다. <88선언> 30주년 선언문이 나오게 되면 그 연장선상에서 3.1운동 백주년 때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한국그리스도인의 선언>이 나올 것입니다. 저는 독립선언문에 담겨있는 평화사상을 오늘날 분단과 냉전의 자리에서 재해석하여 동아시아 곧 동북아시아평화선언문을 별도로 발표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동북아시아 평화시민연대와 같은 운동을 시작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합니다. 왜냐하면 동북아시아는 보통 '아시아 패러독스'라고 부르는 상황 속에 있는데, 공동안보체제가 없지 않습니까? 동북아시아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공동안보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미도 안보입니다. 그래서 동북아의 평화시민들이 동북아 공동안보체제를 다시 제기하고 운동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NCC를 중심으로 한 평화운동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서 평화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전략적으로 더 잘 감당하는 데에 무게중심을 싣고, 평화중재자로서 일정부분 성과를 만들어내는 일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문재인 대통령과 환담하는 시간이 잠깐 있었는데 그 때 NCC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협력해서 WCC와 바티칸을 움직이고, WCC와 바티칸을 중심으로 세계교회의 지도자들이 평양과 서울을 방문하면서 평화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을 드렸었습니다.

서광선: 지난 주간에 중국에서 WCC 70주년 기념식이 있었지요? WCC와 연계해서 그러한 포부를 실현시켜나가시길 기대합니다. 제가 작년 중순에 전남 광주에서 열린 한중일 YMCA 평화포럼에서 설교를 했었는데, 참석한 각국 대표들의 의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국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더군요. 그 포럼은 벌써 일곱 번째인데 중국에서 40명, 일본에서 50명, 한국에서 80명이 참석해서 꽤 큰 행사로 치러졌습니다. 이런 분위기도 참고로 삼아서 총무님의 포부가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담의 클라이막스가 될지 모르겠지만, 명성교회는 어떡하죠?

이홍정: 명성교회와 관련해서 다른 경로로 질문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제 답변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사회의 자본주의적 성장과 궤를 같이 하면서 급성장했는데 그 때에 우리들의 삶의 방식을 규정하는 패러다임은 독점과 사유화였었습니다. 그것은 결국 소유의식으로 연결이 되었고, 그 현상으로 나타나는 많은 일들 중의 한 가지가 대형교회 세습사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교회 세습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사안들을 비판적으로 접근해서 적법하게 처리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대형교회 세습사건 속에 담겨져 있는 독점과 사유화의 삶의 방식이 우리 교회 안에 어떻게 다른 양식으로도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형교회의 세습은 결국 소유의식의 발로이고 그것을 충분히 제어할만한 복음에 대한 자기비움의 인식, 공교회로서의 인식이 턱없이 생략되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인 것입니다.

서광선: '내건데 무슨 잔소리야?'라는 거죠. 내건데, 내가 어떻게 키운 교회인데... 라는 의식이 팽배한 겁니다.

이홍정: '예수 믿고 복 받는다'라는 단순도식이 한 때 우리 사회의 경제발전 과정에 잘 수용되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때 교회가 급성장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너무 값싼 은총에 탐닉해버린 것은 아닌가, 그렇게 해서 예수의 길과 진리와 생명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돈과 권력과 명예라고 하는 맘몬의 길을 좇지 않았나 라는 통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합니다. 그 결과로 저희들이 이제는 복음과 함께 고난받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광선: 장시간 감사합니다.

이홍정: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끝)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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