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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물꼬튼 남북대화,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이어지기 바란다
남북정상회담 핵실험 중단 약속 등은 최대 성과, 88선언 30주년 더욱 뜻깊다

입력 Mar 07, 2018 11:50 A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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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출처 = 청와대 )
5일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정 실장은 6일 남북정상회담 등 6가지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1. 남과 북은 4월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구체적 실무협의를 진행해나가기로 하였음

2.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간 Hot Line(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하였으며,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첫통화를 실시키로 하였음

3.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음

4.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하였음

5.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하였음. 이와 함께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하였음

6. 북측은 평창올림픽을 위해 조성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을 초청하였음

6일 오후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다녀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발표한 내용이다. 참으로 반갑다. 특히 4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북측이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판문점 평화의집을 제안한 건 무척 파격적이다.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회담을 평양이나 서울에서 개최하면 준비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데 거의 제3의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판문점에서 개최하기로 한 것은 남북정상회담의 형식에 대한 완전히 파격적인 실용주의적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또 있다. 북한이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는 점이다. 북한과 미국이 한때 말폭탄을 주고 받으며 첨예하게 대립한 점을 감안해 볼 때 의미 있는 입장 변화다.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도 반갑기 그지 없다. 지난 과정을 되짚어 보자. 북한은 미국과 맺은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경수로 건설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제네바 합의는 폐기 수순으로 접어 들었다. 부시 행정부는 2003년 우라늄 고농축 의혹을 제기하며 북한을 강도 높게 압박하기 시작했고, 이에 맞서 북한은 핵 활동을 재개해 나갔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하면서 북핵은 통제 불능의 지경까지 치달았다.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란 명분으로 북핵 문제를 수수방관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건, 북한은 대화 국면에서만큼은 핵활동을 중단했다는 '사실'이다. 2005년 핵무기 파기와 핵확산금지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 복귀를 뼈대로 하는 9.19 공동성명 직후, 그리고 2007년 6자 회담 재개 시점에서 북한의 핵활동은 멈춰져 있었다. 뒤집으면 대화가 매끄럽지 않았을 때 북한은 핵 실험을 감행한 셈이다.

따라서 남북 대화의 계기가 조성된 지금 시점에서 북측이 핵실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중단하겠다고 한 건 그다지 새삼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을 역으로 해석하면, 그만큼 대화에 적극 임하겠다는 입장 표명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이다. 그런데 미국 역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로버트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우리는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분명히 그 대화를 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논평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북한과의 대화에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수년 만에 처음으로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세계가 기다리며 지켜보는 와중이다. 헛된 희망일지도 모르지만 미국은 어느 방향으로 가더라도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미국이 남북대화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리라는 전망은 이미 나온 바 있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6일 오전 ‘한국교회 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 특별 강연을 통해 "미국이 (남북) 대화의 문턱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아직 변수는 남아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강경파가 주도해왔다. 일단 국방부와 대통령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지만, 강경파가 제동을 걸 여지는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한국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한국 정부가 미국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에 뒤이은 북미 대화 성사 가능성도 좌우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아래 88선언)을 발표한 지 3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우연의 일치일까? 마침 88선언 3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협의회가 열리고 있는데, 이 와중에 남북정상회담 성사 소식이 전해졌다. 정말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미·북미 이렇게 세 축이 중첩돼 있는 구조다. 어느 한 축이 무너지면 전체가 무너지는 구조였고, 그래서 한반도 문제는 교착상태에 빠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지금은 세 축 모두 무난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운전대론'을 내세우며 활발히 움직인 결과라는 판단이다. 지금의 모멘텀을 잘 살린다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해결이 단초가 됐던 오슬로 협정에 견줄만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으리라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부디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사순절을 보내고 있는 한국교회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합심해 기도했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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