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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리뷰] 세계에서 더 유명한 ‘이단아’ 김기덕 감독 단상
PD수첩 그의 민낯 고발... 가해자의 작품세계는 더 이상 필요 없다

입력 Mar 12, 2018 12:09 A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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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MBC )
▲ 지난 6일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 PD수첩>은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 의혹을 보도했다.

성폭력 행위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의 파장이 전방위적으로 확산 일로에 있다. 문화예술계는 곧장 휘말렸다. 연극계에서는 유명 연출가 이윤택씨가 논란의 중심에 선데 이어 영화계에서는 배우 조민기, 김기덕 감독이 차례로 지목 받았다.

김 감독의 경우 6일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은 피해 여배우들의 증언을 통해 그의 성추행 행각을 고발했다. 증언에서 드러난 김 감독의 성희롱·성추행 행각은 수위가 꽤 높았다. 김 감독은 취재진들에게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고 동의 없이 그 이상의 행위를 한 적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부인했다.

김 감독과 피해 여배우들의 입장이 상반된 터여서 무어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단, 김 감독의 지난 작품은 되짚어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김 감독은 국내 영화계에선 이단아 취급을 받아왔다. 이 같은 평가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데다, 정규교육과정을 밟지 않은 ‘비전공자'라는 사실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오히려 그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건 해외 영화계였다. 지난 2004년 2월 김 감독은 베를린 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 은곰상을, 그리고 11월엔 <빈 집>으로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연거푸 거머쥐었다.

베를린·칸·베니스는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린다. 한 감독이 같은 해 3대 영화제 가운데 두 개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 감독의 승승장구는 2011년 즈음 정점을 찍는다. 그해 열린 칸 국제영화제에서 <아리랑>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한데 이어 다음해인 2012년 <피에타>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인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받은 건 김 감독이 최초였다.

영화계 권력, 타락으로 이끌었나?

이처럼 김 감독의 위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 이상이다. < PD수첩>에 증언한 여배우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 감독의 성희롱·성폭행은 끔찍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피해 여배우들이 침묵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그가 움켜쥔 영화판 권력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이런 맥락에서 여배우 C씨의 증언은 무척 시사적이다.

"제가 그것을(신고하지 않은 이유 - 글쓴이) 알아봤더니, 다들 이 사람들이 가진 힘을 되게 두려워해요. 그 여자 배우들을 오히려 우습게 만들어버릴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영화 촬영은 스태프의 도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따라서 김 감독이 촬영현장에서 성적 발언을 일상적으로 했다면, 현장 스태프들이 다 몰랐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당시 김 감독과 함께 일했던 스태프들은 한사코 증언을 꺼렸다. 이쪽 바닥(?)이 좁은 탓에 매장당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영화계 저변에 깔려 있는 침묵의 카르텔이 김 감독을 괴물로 만드는데 힘을 보탠 셈이다.

그동안 난 작품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함에도 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 편이었다. 그의 '페르소나'(감독이 영화 속에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기 위해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는 특정배우 - 글쓴이) 조재현이 출연한 2002년작 <나쁜 남자>, 그리고 같은 해 내놓은 유해진·장동건 주연의 <해안선>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나쁜 남자>의 경우는 건달이 자신을 모욕한 여대생을 집창촌에 팔아 넘긴다는 내용이어서 여성들의 노여움을 살 여지가 충분했다. 실제 주연배우였던 조재현과 A씨는 여성관객영화상에서 최악의 남녀배우상을 받았었다. < PD수첩> 방송에 따르면 조재현 역시 김 감독의 성폭행 행각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의혹대로라면 조재현은 현실에서 벌어진 성폭력에서도 김 감독의 페르소나 노릇을 한 셈이다.

<해안선>의 경우도 충격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우리사회에 팽배한 남성들의 일그러진 성욕망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것으로 보았다. 또 색채 감각도 남달라 보였다. 김 감독의 성폭력 정황이 드러나기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 PD수첩 - 거장의 민낯> 편을 보고 나니, 그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여성 착취, 그리고 남성의 가학적인 성행위 묘사가 결국 김 감독 내면에 똬리를 틀고 있는 욕망의 표현이라는 느낌이 든다. 참으로 소름끼친다.

김 감독이 한국 영화인으로서는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한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점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정황이 불거지자 그의 SNS 팬클럽 ‘팀스틸버드'는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가해자의 정치철학은 우리에게 더 이상 의미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가해자의 작품세계는 아무 의미 없다. 또 영화인들에게 바란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 가운데 배우를 꿈꾸는 아이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이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키우고, 이뤄가도록 하는 건 공동체의 몫이다. 이런 점에서 김 감독의 행각은 용납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영화인들은 미래의 여배우들을 위해서라도 침묵의 카르텔을 깨야 한다. 사법 당국 역시 김 감독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한때 그의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김 감독에게 진심으로 바란다. 구차한 변명은 그만하기 바란다. 법적 처벌과 별개로 피해 여배우들을 찾아 용서를 빌고, 남은 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기 바란다. 그게 인간된 도리다.

덧붙이는 글]

개신교계에서도 성폭력 가해 목회자들이 상당수라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성폭력 가해자 목사가 새교회를 개척해 목사로서 목회활동을 하고, 그의 설교를 듣기 위해 그가 개척한 교회로 성도들이 대거 이동한 일이 실제로 있었다. 언제쯤 개신교계에서는 "가해자의 설교 따위는 의미 없다"는 선언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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