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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말고는 상식적 문제해결 방법 없었다”
인터뷰] 명성교회 관련 소송 한 축 맡았던 김수원 목사

입력 Mar 30, 2018 06:47 AM KST

suwon

(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김수원 목사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한국 교회는 물론, 사회 전반까지 뒤흔드는 주요 의제 중 하나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이 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의 노회장 승계과정에서 불거졌다.

지난 해 10월 서울 마천교회에서는 서울동남노회 제73회 정기노회가 열렸다. 명성교회는 이때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신임 목회자 임명)안을 냈다. 그러면서 당시 부노회장이던 김수원 목사(태봉교회)의 노회장 승계를 막았다. 김 목사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청빙안을 반려한 적이 있었는데, 명성교회가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장로교단의 경우 목회자의 임명, 징계 등은 노회가 결정한다. 따라서 명성교회가 김 목사의 노회장 승계를 막은 건 김하나 목사 임명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서울동남노회에서는 현장 표결로 새 지도부를 꾸렸고, 이 지도부는 김하나 위임청빙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명성교회의 담임목사 대물림은 완성되는 듯 했다.

그러나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목회자들은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를 꾸리고 총회재판국에 선거무효 및 결의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총회재판국은 지난 13일 원고측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향후 사태진전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우선 서울동남노회 재판국은 지난 20일 재판 원고이자 비대위원장을 맡은 김 목사에 면직·출교 처분을 내렸다. 목회자의 면직·출교는 교회 밖으로 몰아낸다는 의미로, 최고 수준의 징계다.

이를 두고 교단 안팎에서는 명성교회 측이 총회재판국 판결에 불복해 김 목사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피고였던 서울동남노회 최아무개 목사는 사회 법원에 총회재판국 판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로 재판에 임했던 김수원 목사에게 그간의 심경, 그리고 명성교회 세습 논란의 해결방안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서면 질의응답으로 이뤄졌다.

-. 일단 선거결의 무효 소송이 인용됐다. 그간 심리가 수차례 있었는데, 심리가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보는가?

‘심리의 공정성'은 심리과정에서 원고 피고 양쪽 모두에게 고루 변론의 기회를 부여하여 각자 자신의 견해를 충분히 밝힐 기회를 주어졌는지에 달려있다고 본다. 원고 입장에서 볼 때, 구두변론뿐 아니라 준비서면을 통해서 재판국에 입장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심리가 공정하게 진행되었다고 본다.

심리의 공정성 못지않게 ‘판결의 공정성' 여부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거무효 소송 초반 재판국 분위기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애초 바람과 달리 불리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심리가 거듭되면서 재판국이 원고와 비대위의 진정성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음을 확신했다. 정치 논리가 아닌, 법리에 따라 판결한다면 승소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 사실 예장통합뿐 아니라 장로교단 전반에 부노회장이 노회장을 승계하는 건 관례였다. 더구나 동남노회는 규칙에 "노회장은 목사 부노회장이 승계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관례가 깨졌다. 이를 두고 교단 안팎에서는 김 목사께서 세습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명성교회가 날렸다(?)'는 말들이 많았다. 이런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감스럽지만 이 같은 시각은 사실로 굳어졌다. 명성교회 측이 아무리 둘러대도 명분 없는 싸움을 지속해왔다는 결론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명성교회 측에서 애초 주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타까울 뿐이다.

-. 선고를 앞두고, 선거무효는 기각되고 결의무효는 인용될 것이란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난무했다. 소송 당사자로서 무척 힘들었지 않았나?

그렇다. 별개의 두 건 소송을 같이 다루려는 과정에서 상호 ‘윈윈'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란 소문이 만연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재판국이) 정치 논리로 문제를 풀어내려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사실, 이런 기계적 공평성은 공정한 재판이 아니지 않는가?

한편 명성교회 당회원 중 누군가가 노회가 열리기 하루 전, 노회에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나를 고소했다. 이로 인해 노회재판국의 권징재판을 받아야 했다. 고소인측이 총회재판에 영향을 미칠 요량으로 노회재판에 사활을 걸고 면직·출교할 것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이런 와중에 아내가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총회재판국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선거무효 소송이 인용됐다. 난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고,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평가해본다. 이제 결의무효 소송이 남았는데 순탄하게 풀려나리라는 확신도 생긴다. 두 소송 간 인과관계가 분명해서다.

그러나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막판 상대(명성교회)측의 공세로 허무맹랑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지 염려스럽다. 정치 논리로 출구전략을 꾸민다면 이는 비단 노회만 아니라 총회 전체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심각하게 우려하는 지점이고, 이에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교단 총회재판국의 저력을 믿는다.

선거무효 인용, 그러나 방심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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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김수원 목사는 재판 초기엔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 비록 선거결의가 인용됐지만, 재판국안에서도 찬반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마침 심리는 공개됐고, 많은 이들이 지켜봤다. 명성교회 측 논리가 허술하다는 반응이 대체적이었다. 이런 이유로 팽팽한 찬반 논란이 오간 데 대해 이해 못하는 분들이 많다. 이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심리과정이 공개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누구든 각자의 소신에 따라 재판에 임할 수는 있으나 누가 봐도 합당치 않은 논리의 근거를 가지고 한쪽 편을 두둔하는 발언으로 일관한 일부 재판국원들의 행태를 보노라면 사실 실망스럽고 우려스럽다. 이번 선거무효 소송은 8대 6으로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한 표의 행방이 판세를 뒤집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6표는 견고한 부동표라고 보는데, 이 부동표가 재판의 공정성을 흐리게 하고 있다. 이분들에게는 레위기 19장 15절 말씀이 필요하다 싶다.

"너희는 재판할 때에 불의를 행하지 말며 가난한 자의 편을 들지 말며 세력 있는 자라고 두둔하지 말고 공의로 사람을 재판할지라"

그럼에도 어느 시대든 불의한 이들보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응답하려고 애쓰는 분들이 있었다. 이 분들에게 힘입어 하나님의 공의의 역사는 든든히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공의로운 분들이 총회재판국에 있는 한, 한국교회는 흔들림 없이 바른 영성을 지탱해 나가리라고 확신한다. 한편 재판이 공개리에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공정재판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 소속 교단인 예장통합 목회자들 사이엔 소송으로 풀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세습 금지는 이미 교단 헌법에 명시돼 있다. 따라서 김하나 목사 위임 청빙은 공교회 역할을 고민하는 담론으로 풀었어야 하지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리 공방으로 흘러 본질이 흐려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드시 소송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보았는지 궁금하다.

소송은 분쟁 해결의 가장 신사적인 방법으로 이미 정착되어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을 요약하면 이렇다. 노회 헌의위원회가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안을 반려했다. 이러자 당사자 교회 당회원이 헌의위원장을 고소했고, 이를 핑계로 정당한 노회장 승계가 무산됐다.

(법정공방 말고) 이 같은 사태를 해결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 원고인 저나 우리 서울동남노회 비대위는 약자들이다. 힘없는 자들이 빼앗긴 권익을 지키고, 잃어버린 노회의 권위를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신사적인 방법으로 ‘총' 대신 ‘소송'을 선택한 것뿐이다. 그들(명성교회 - 편집자 주)의 고백을 곱씹어 볼 때 상대측은 이미 공교회의 담론을 포기하거나 멸시했다고 판단했다. 이런 와중이라 우리로서는 상식선에서 문제를 풀어낼 방법이 없었다.

-. 선거무효가 인용되면서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안도 적잖은 영향을 적잖게 받을 전망이다. 오는 4월 10일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간략하게 말씀해 달라.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제 결의무효 소송이 남았다. 우리 교단이 헌법에 명시한 세습금지법을 거스른 이상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은 수용할 수 없는 일이다. 헌법을 거스른 위임청빙을 결의한 행위 자체가 불법이다. 소송을 제기한 이유도 불법을 방관할 수 없어서다.

해당 안건에 대해 심리는 이미 끝난 상태다. 판결만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다고 본다. 다만, 하나님의 공의가 총회재판국을 통해 드러나기를 기도할 뿐이다.

-. 총회재판국 국장인 이만규 목사가 선거무효 소송 직후 사의를 밝혔다.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는 이 목사의 사의를 반려했지만, 이 목사의 사의가 자칫 결의무효 소송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재판국장은 가부 동수일 때 결정권을 행사한다. 말하자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건데, 재판국장이 공석으로 남고 후임을 정하지 못한다면 다른 차원에서 재판국에 혼란이 일 것으로 우려한다.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가 이 목사의 사의를 받아들이고, 보궐선거를 통해 결원을 채운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심리에 참여하지 않은 재판국원은 판결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재판국원 14명이 판결에 참여하게 되는데 가부 동수일 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결국 지(枝)교회(명성교회 - 편집자 주)의 잘못된 선택이 공(公)교회인 노회와 총회를 힘들게 하고 있는 셈이다. 결자해지가 필요한 때이다.

동남노회 면직·출교 처분, 아직 아무런 효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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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김수원 목사는 명성교회 관련 재판 원고로 소송에 임했다.

-. 노회재판국에서는 면직·출교 조치를 취했다. 어떻게 대응할 방침인가?

총회재판국은 원고인 제가 명성교회 청빙안을 반려한 것이 직권남용,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명성교회의 주장에 대해 헌의위원회와 위원장의 행위는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급심인 노회재판국은 총회재판국의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제게 직권남용, 직무유기의 죄과가 있다는 이유로 면직·출교를 판시한 것이다.

이는 하급심은 상급심의 판결을 따른다는 교단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로 항명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노회재판국으로부터 판결문을 받는 대로 상고할 방침이다. 총회재판국에 상고하면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현재의 판결은 아무런 효력이 없다.

-. 향후 노회가 열린다. 그런데 명성교회 측에서 부담을 느낀 나머지 노회를 무력화하려 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온다. 여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선거무효 소송에 대한 총회재판국 판결도 나왔으니 선고 취지에 따라 노회임원을 새로 꾸리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기자의 지적처럼 재판 결과에 불복하고 또 노회를 파행으로 이끌어 사고노회를 만든다면 그것은 더는 용납할 수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며 범죄행위이다. 노회를 두 번 죽이는 꼴이다.

-. 끝으로 향후 노회 정상화 과정에서 비대위가 염두에 둔 정상화는 무엇이며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비대위의 결성 목적은 첫째도, 둘째도 노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함에 있다. 현 노회 집행부도 이런 비대위의 뜻을 십분 헤아려 상호협력 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도 최선을 다해 노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그 과정에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함은 당연하다.

노회의 정상화는 곧 임원구성의 정상화, 각 부서 공천의 정상화로 시작된다고 본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그저 노회규칙과 공천위원회 자체의 공천 규칙을 따라 하면 그만이다. 법질서를 무시하고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특정한 사람들로 특정부서를 채우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파행노회에서 이루어진 법리 부서, 이를테면 재판국이나 기소위원회 등의 공천문제는 노회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명성교회 문제의 해결책이 무엇인가? 우선 문제 해결책의 상당부분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명성교회 자신에게 있다할 것이다. 헌법이 존재하는 한, 법을 지키는 것은 교단 소속 지교회로서는 당연한 임무며 신앙공동체 내 형제교회들에 대한 기본 예의다.

그러나 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의 문제 해결책이 따로 있겠는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일이 객관적이고 가장 공평한 일이다. 이러한 문제해결의 기본 원칙을 지켜내지 못하고 좌고우면하면 총회는 권위를 잃고, 공교회 질서 역시 급속히 무너지게 될 것이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총회가 나서서 풀어야 하는데, 총회는 지교회의 일은 노회 소관이란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난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노회에 상응하는 권위를 줘야한다. 아무런 권위도 없이 총회가 해결 못하는 일을 어떻게 노회가 할 수 있겠는가. 현재 총회재판국에 계류 중인 '결의무효 확인의 소'를 정치 논리가 아닌 법리적인 문제로 속히 정리해 주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 즉 노회 권위 회복에 있다할 것이다.

노회의 권위가 회복되고 정상화 되면, 권위를 가지고 향후 명성교회와 교단 내 이해당사자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 해결책이 있는지 살펴보려한다. 복안이 전혀 없지 않다. 그러나 법의 기본 원칙을 벗어난 이상, 노회 차원에서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어떤 해결책을 내놓아도 총회와 총회에 속한 전국 모든 교회의 동의가 필요한, 제한적인 방안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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