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기고] 성경이 말하는 성령뱁티즘(Spirit Baptism) (1)
김승진 목사 (침례신학대학교 역사신학·교회사 명예교수)

입력 Mar 30, 2018 11:33 AM KST

편집자 주] 한국교회에서는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이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는다"는 말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았노라"고 하며 자신의 방언체험에 대해 의기양양해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그렇게 말하는 그리스도인들 앞에서 자신을 "이류 크리스천"인 것처럼 생각하며 스스로 신앙적인 열등감에 빠지기도 한다. 진정 성경이 말하고 있는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는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성령뱁티즘이라는 개념에 대해 혼란을 가져오게 된 역사적인 배경을 검토해 보고, 성경이 말하는 성령뱁티즘의 진정한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I. 들어가는 말

김승진
(Photo : ⓒ 침례교신학대학교)
▲김승진 교수 (침례신학대학교 교회사 명예교수)

우리나라 성경에는 뱁티즘(희랍어 원어 명사 "밥티스마" Baptisma, 동사 "밥티조" Baptizo)이라는 말이 "세례"(洗禮)로 번역이 되어 있기 때문에 뱁티즘의 원래 성경적 의미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뱁티즘의 성서적인 의미는 "씻는 예식"(세례, 洗禮, washing)이 아니라, "물속에 잠그는 예식"(침례, 浸禮, immersion)이다. 진심으로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은 자가 자신의 죄악된 옛 사람을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고(crucifixion), 과거의 더러운 성품과 삶을 물속에 장사지내고(burial),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하심(resurrection)에 동참하여 그 분을 새 주인으로 모시고 새로운 삶을 산다고 하는 신앙고백이 성서가 말하는 뱁티즘의 진정한 의미다(롬 6:3-5, 골 2:12). 기독교는 "씻고 말려주는"(wash and dry) 종교가 아니라 "죽고 다시 사는"(die and live again) 종교다.

목회자가 손에 물을 찍어 뱁티즘 받는 자의 이마에 물을 적셔주거나, 그의 머리 위에 물을 뿌려주거나, 부어주는 방식의 뱁티즘은 신약성경적인 방식이 아니다. 뱁티즘은 죄를 씻어주거나 죄를 사해 주는 의식이 아니다. 죽으신 그리스도와 함께 옛 사람이 죽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새 사람으로 다시 살게 된 자가,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연합(identification)하였다는 자신의 신앙고백을 행동으로 보여 주는 의식이 바로 성서적인 물뱁티즘(Water Baptism)인 것이다. 이 글에서 필자는 세례(Washing) 혹은 살수례(Sprinkling) 혹은 관수례(Affusion) 혹은 침수례(Immersion) 등 뱁티즘의 방식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단어인 "뱁티즘"이라는 영어단어를 쓰기로 한다.

그런데 신약성경에는 물로 베푸는 뱁티즘(Water Baptism, 물뱁티즘)뿐만 아니라 성령으로 베푸는 뱁티즘(Spirit Baptism, 성령뱁티즘)에 관한 표현이 나와 있다. 성령뱁티즘도 성령세례라고 번역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의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성령으로 씻음받는다"는 그릇된 선입관을 갖도록 하고 있다. 뱁티즘의 원래 의미는 물 속에 잠기는 침수례이기 때문에 성령뱁티즘은 "성령으로 혹은 성령의 강물 속으로 풍덩 빠뜨려진다"는 의미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실 신약성경에는 명사형으로 "성령뱁티즘"이라는 말이 사용된 적이 없다. "(예수님께서-필자 주) 성령으로 뱁티즘을 베푸시리라" 혹은 "(너희가-필자 주)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으리라"고 동사형으로만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교회에서는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이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는다"는 말 그리고 "성령뱁티즘"이라는 말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았노라"고 하며 자신의 방언체험에 대해 의기양양해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그렇게 말하는 그리스도인들 앞에서 자신은 "이류의 크리스천"(The Second Class Christian)인 것처럼 생각하며 스스로 신앙적인 열등감에 빠지기도 한다. 진정 성경이 말하고 있는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는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성령뱁티즘이라는 개념에 대해 혼란을 가져오게 된 역사적인 배경을 검토해 보고,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는다"는 말이 사용된 성경본문들을 하나 하나 검토해 보면서, 성경이 말하는 성령뱁티즘(Spirit Baptism, "Being Baptized with/by/in the Holy Spirit")의 진정한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II. 오순절주의와 성령뱁티즘

20세기가 열리면서 미국의 기독교계에는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듯 새로운 기독교운동이 일어났다. 1901년 1월에 캔자스 주 토피카(Topeka, Kansas)라는 도시에 위치한 챨스 팍스 팔함 성서대학(Charles Fox Parham's Bible College) 내에서 소수의 학생들이 기도 중에 특이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아그네스 오즈만(Agnes Ozman) 자매와 그녀의 신앙동지들이 "방언"(Speaking in Tongues)을 동반한 성령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Chad Owen Brand, ed. Perspectives on Spirit Baptism [Nashville: Broad & Holman Publishers, 2004], 12). 그 후 윌리엄 시무어(William Seymour) 목사가 이끄는 아주사 스트리트교회(Azusa Street Church, Los Angeles, CA)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방언체험을 하였고, 미국은 물론 유럽 여러 나라에서 온 방문객들이 그 현상을 목격하기도 했고 체험하기도 하여 기독교신앙으로 개종하였다. 후대의 사람들은 이러한 새로운 기독교운동을 "오순절주의"(Pentecostalism) 혹은 "오순절신앙운동"(Pentecostal Faith Movement)이라고 명명하였다.

사도행전 2장에서 오순절날에 성령이 마가의 다락방에 강림하여 약 120명의 제자들이 방언체험을 했던 사건이 오늘날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전 세계적인 선교사역과 역동성 있는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성령체험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구원받은 후의 특별한 체험을 "성령으로 뱁티즘 받는다"(Being Baptized with/by/in the Holy Spirit), 즉 성령뱁티즘(Spirit Baptism)이라고 지칭하였다. 구원(칭의, 중생)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받는 것이지만, 구원받은 자가 보다 성화된 삶을 살고 보다 능력 있는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성령을 받든가" 혹은 "성령뱁티즘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오순절운동에서는 초창기에 방언(Speaking in Tongues)의 은사를 매우 강조하여 방언체험을 성령뱁티즘 받은 결정적인 증거라고 주장하였다. 그리스도인이 구원받은 후에 "후속적으로"(subsequently) 이러한 체험을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후속이론"(Subsequent Theory)이라고도 하고, 보다 통속적으로는 "두 번째 축복이론"(The Second Blessing Theory)라고도 불린다. 구원받는 것은 첫 번째의 축복이고, "방언을 동반하는" 성령 받음, 혹은 성령으로 뱁티즘 받음은 두 번째의 축복이라는 의미이다. 다시 말하면 이미 예수 믿어서 구원을 받은 신자가 "구원 후의 체험"(Post-salvation Experience)으로서 능력 혹은 권능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돈 피(Gordon Fee)라는 학자는 오순절 신앙체계에 두 가지 특징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첫째는 후속교리인데, 그리스도인들이 구원받은 체험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그리고 구원 후의 후속적인 체험으로서의 성령뱁티즘(Baptism in the Spirit)이 있고, 둘째로 성령뱁티즘의 일차적인 육체적 증거로서 방언교리가 있다"(Gordon D. Fee, "Hermeneutics and Historical Precedent - A Major Problem in Pentecostal Hermeneutics," Russel P. Spittler, ed., Perspectives on the New Pentestalism [Grand Rapids: Baker, 1976], 123). 프레더릭 브루너(Frederick Dale Brunner)라는 학자는 오순절 신학체계에 관해 언급하면서, "성령께서는 모든 신자들을 그리스도 안으로 뱁티즘을 베푸시는데(the Spirit has baptized every believer into Christ, 개종체험),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신자들을 성령 안으로 뱁티즘을 베푸시지는 않는다(Christ has not baptized every believer into the Spirit, 오순절체험)고 오순절주의자들은 믿는다"고 말하였다(Frederick Dale Brunner, A Theology of the Holy Spirit [Grand Rapids: Eerdmans, 1970], 60). 그는 이어서 오순절 신앙체계의 특징을 이렇게 정의하였다:

성령뱁티즘에 관한 오순절적인 이해의 가장 중요한 특징들은 ...... (1) 성령뱁티즘은 신생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사건이요 후속적인' 사건이며, (2) 그것은 맨 먼저 방언을 말하는 표징으로 입증되는 사건이며, (3) 그것은 "진지하게" 추구되어야 하는 사건이다. (Ibid.)

오순절주의자들 간에도 다양한 주장이 있지만 이 세 가지 요소들에 대해 강조하는 것은 대체로 그들의 공통적인 입장인 것 같다. 20세기 초에 미국에서 시작된 "오순절주의"(Pentecostalism) 운동은 그것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수정과 변혁을 겪게 되었다. 1960년대부터는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인들에게 허락하신 선물인 은사들(charismata, Gifts of God)을 강조하는 "은사운동"(Charismatic Movement)으로 발전하였는데, 어떤 이들은 이것을 "신오순절주의"(Neo-pentecostalism) 운동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1980년대 이후부터는 오순절운동과 은사운동에 이은 세 번째 성령운동으로서 "제3의 물결운동"(The Third Wave Movement)이 일어났다. 이것은 이러한 신앙이 오순절주의나 은사주의 계통의 교회들에만 머물지 않고 교단의 벽을 넘어서서 로마가톨릭교회를 비롯해서 여러 프로테스탄트 교회들로 확산되어 나갔던 현상을 지칭하였다.

그 대표적인 지도자들이 오랄 로버츠(Oral Roberts)를 비롯한 텔레비전 전도자들이나 20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했던 피터 와그너(Peter Wagner)나 존 윔버(John Wimber)같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기적, 신유, 예언, 귀신축출, "능력전도"(power evangelism) 등 초대교회에 일어났었던 기적적인 사건들이 오늘날의 교회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들의 연장선상에서 미국에서 시작된 빈야드운동이나 신사도운동이 한국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오순절운동은 시대를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18세기에 활동했던 감리교운동의 창시자 존 웨슬리(John Wesley, 1703-1791)에게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Merrill F. Unger, The Baptism and Gifts of the Holy Spirit [Chicago: Moody Press, 1974], 8). 그는 중생(regeneration)과 칭의(justification)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분명한 제2의 은혜사역"(a definite second work of grace)을 강조하면서 성화(sanctification) 개념을 설명하였다(Ibid.). 그리스도인들이 죄의 유혹으로부터 완전히 자유하고 아가페 사랑의 삶을 완벽하게 실천하는 "완전성화"(Entire Sanctification, 기독교완전주의 Christian Perfectionism)를 이 지상의 삶에서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웨슬리 자신은 성령뱁티즘의 개념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존 플레처(John W. Fletcher, 1729-1785)와 같은 그의 제자들에 의해 완전성화 개념을 성령뱁티즘과 연결지어서 논리를 전개하였다(Brand, 195-201).

19세기 전반기에 제2차 대각성운동(The Second Great Awakening)을 주도했던 챨스 피니(Charles G. Finney, 1792-1876) 목사는 초창기에 감정적인 부흥운동(emotional revival)을 주도하였는데, 그도 역시 존 웨슬리가 그러했듯이 구원 이후의 신비스러운 영적 체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Unger, 8-9). 피니도 이러한 체험을 성령뱁티즘 개념과 연결지어 설명하였다. 이러한 신앙전통을 따라 19세기 중반에는 미국에서 "성결운동"(Holiness Movement)이 일어나게 되었는데, 중생, 성화, 신유, 재림 등을 강조하며 이것을 사중복음(四重福音)이라고 칭하였다. 감리교운동이나 성결운동이나 은사운동에서는 방언의 은사 그 자체를 성령뱁티즘의 유일한 증거로는 보지 않지만, 구원받은 후에 성화된 삶과 능력 있는 사역을 위해서는 거듭남의 체험과는 차별화된 성령체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상에 언급한 여러 신앙운동들에서는 대체로 중생과 칭의 이후의 특별한 신비스러운 신앙체험(어떤 이들은 이를 "늦은 비" 체험이라고도 한다-필자 주)을 강조하면서 이를 "성령으로 뱁티즘 받는 것"이라 명명하였다. 대체로 이들은 예수님의 약속인 사도행전 1장 8절의 말씀("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에서 권능(power, dunamis)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과 사도행전 2장 4절의 말씀("그들이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에서 약 120명의 제자들이 방언을 말했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구원받은 그리스도인들이 영혼구원과 선교 그리고 풍성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위해 "능력을 받아야 함"(empowerment)을 강조하면서 성령뱁티즘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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