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종차별과 싸우기 전에 할 일

리사 하퍼
(Photo : ⓒ lisasharonharper.com)
▲<자유의 길> 창설자 리사 샤론 하퍼는 미국과 전 세계에서 인종차별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역사를 재점검하고 현재 상황을 분석한 뒤 법률을 바꾸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의 길> 창설자 리사 샤론 하퍼는 미국과 전 세계에서 인종차별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역사를 재점검하고 현재 상황을 분석한 뒤 법률을 바꾸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공동체가 정의로운 세계를 건설할 역량을 향상시키도록 지원하는 자문기구이다. 그녀는 4월 5일(목)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행동과 옹호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미국교회협의회가 개최한 '인종차별 종식을 위한 행동' 대회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하퍼는 "인종"이란 정치적으로 구성된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인종이란 말은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 성경에는 민족이라는 용어가 나올 뿐이다. 그것은 기원을 암시하지만 인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종이란 용어는 기원전 380년 경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와의 대화록 『공화국』에서 처음 언급했다. 정의로운 도시국가의 질서 및 특성과 관련하여 그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플라톤은 인종을 금속 종류로 표시된 사람들에 비유했다. 어떤 사람은 금으로 만들어졌고, 누구는 동으로, 누구는 철로 만들어졌다. 이 때 인종은 위계질서를 반드시 전제하지는 않은 개념이었다. 그러나 특정 집단이 전체 대중에게 어떻게 복무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점차로 인종의 개념이 형성되었다."

<누가 완전한 인간인가?>

하퍼는 1450년대로 비약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을 이어갔다: "인종적 위계질서가 생긴 데에는 교회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로마교황 니콜라스 5세가 1454년 포르투갈 왕 알퐁소 5세에게 내린 교서에서 유럽의 기독교 군주국가들이 비기독교 원주민들을 정복하고 지배할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이로 인해 당시 15세기부터 그 이후로 계속 유럽의 국가들은 이 권한을 행사했고, 그러한 역사의 과정에서 인종차별의 개념이 생겨나게 되었다. 즉, 돌로 포장되지 않은 땅이나 그 지역 주민을 만나게 되면 그것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고 그 주민을 노예로 부릴 수 있었던 것이다."

18세기로 질러가서 하퍼는 스웨덴 과학자 카를 린네를 언급했다. 그는 생물을 계(kingdoms), 강(classes), 목(orders), 종(species) 등으로 분류했다. "그는 매우 탁월한 생각을 해냈다. 이 분류법이 동물 세계에 적용된다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었다. 사실상 린네는 '인종'으로 개념화될 만한 기준의 분류법을 최초로 개발한 과학자로 간주되고 있다. 그는 유로파에우스 알부스(유럽 백인), 아메리카누스루베스켄스(미국 원주민), 아시아티쿠스 푸스쿠스(아시아 황인), 아프리카누스 니게르(아프리카 흑인) 등으로 인류를 분류했다. 궁극적으로 이 분류법은 지배집단이던 유럽 백인과 비교하여 '타자'를 구별하고자 한 사람들이나 집단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됐다."

41년 뒤에 그 분류법은 하위인간을 규정하는 시도를 파생시킨다. 1787년 미국 헌법제정의회에서 주 대표들 간에 합의된 '5분의 3 타협'이 바로 그것이다. 입법의원들은 하원 구성과 과세의 목적으로 각 주의 전체 인구를 산정할 때 노예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타협안은 소유 노예의 5분의 3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아프리카 흑인의 후예를 '5분의 3' 인간으로 평가했다. 노예는 인간이 되기에는 모자라다고 본 것이다."

<중대한 영적 거짓말>

3년 뒤인 1790년 미국의 인구조사 때는 오로지 한 인종만 존재했다: 백인. 하퍼는 "이것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겠는가?"라고 물었다. "이것이 백인들에게 '모든 인종이 당신을 우르러고 있다. 우리가 창조한, 인종이라는 구성 개념의 중심에 당신이 있다'라고 말하지 않는가?"

1790년 이래 매번 시행된 인구조사에서 인종의 범주는 백인을 제외하고는 계속 바뀌어 왔다. "아일랜드계 미국인 혹은 스웨덴계 미국인이라는 항목은 없다. 그냥 백인이라는 항목만 있다. 왜 그런가? 왜냐하면 인종이란 어떻게 정치 체제가 함께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정치적 구성 개념이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인종의 개념은 결정됐고 미국에서는 입법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백인이 지배자이다. "1790년에 귀화법은 성품이 좋은 자유 백인만 시민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귀화가 왜 중요한가? 귀화를 하게 되면 지배권을 행사하고 꿈을 꾸며 땅을 개발하고 사회에 질서를 부여할 권리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권리가 성품이 좋은 자유 백인에게만 허용되어 있는 것이다. 그 권리를 그들의 아내와 자녀들도 누리게 된다."

본질적으로 그 당시의 입법은 백인만을 완전한 인간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그것은 "만사에 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영적 거짓말에 해당한다. 비록 창세기에서 모든 인류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고 말하고는 있어도 우리는 바로 그 중대한 영적 거짓말에 대해 수 세기 동안 싸워왔다."

사람들의 반응을 측정한 연구에서 전 세계의 75퍼센트가 백인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들은 왜 편견을 갖지 않으면 안 되나? 그것은 그들이 유색인종에 대해 명시적이거나 암시적인 편견에 의해 형성된 체계적이자 구조적인 결과를 산출하는 정치적 구성 개념을 흡수해왔기 때문이다.

하퍼는 명시적이거나 암시적인 편견의 사례들을 언급했다. "사적 처벌(린치)이 명시적 편견이다. 오늘날 사형제도에는 암시적 편견이 서려 있다. 명시적 편견은 공공연히 멕시코 사람들을 강간범이자 마약거래상으로 규정하고 장벽을 건설한다. 국경보안의 구상은 암시적 편견에 해당한다. 명시적 편견은 학교에서 인종차별을 인정한 짐 크로우 법이었다. 암시적 편견은 2007년에 학교에서 사실상 인종분리 정책을 인정한 입법이다."

인종에 대한 이러한 거짓말을 해체하기 위해서 우리는 역사를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가 그 거짓말을 어떻게 여전히 실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법률과 국민의 행동 둘 다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진리를 실천하고 진리를 법제화해야 한다. 우리는 세상에 대해서 청지기로서의 사명을 실행할 능력을 부여받았다. 지금이 바로 그 능력을 사용할 때이다."

기사출처: https://www.oikoumene.org/en/press-centre/news/the-work-ahead-in-combatting-racism-relearning-history-changing-behaviors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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