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특별기고] '평화의 집'에서 만난 남북 정상
안중식 목사 (뉴욕 롱아일랜드한인교회 담임 역임)

입력 May 17, 2018 02:22 AM KST

편집자 주] 안중식 목사는 1972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뉴욕 주의 롱아일랜드한인교회에서 담임 목사로 시무하면서 80년대 미주 한국민주화운동 및 통일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그는 1988년부터 2006년까지 뉴욕신학대학 겸임교수와 이사로 봉사하기도 했다.

안중식
(Photo : ⓒ 안중식)
▲안중식 전 롱아일랜드한인교회 목사

2018년 4월 27일, 하루 종일 울고, 웃고, 박수치고 흥분에 찬 하루였다. 얼마 전만 해도 북한의 핵실험, 대륙간 탄두 미사일 실험이 세계를 긴장시켰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은 육해공군이 한반도로 집결하여 선제공격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우리는 전쟁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TV의 화면은 "평화와 새로운 날"을 선포하고 있다. 무엇이 이러한 놀라운 변화를 만들었느냐 물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신의 축복"이라고. 더 이상의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의 변화가 사람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말을 해야 한다면 다음 몇 가지로 나누고 싶다.

첫째는 만남의 결과이다. 이번의 만남은 만남이 계속되면서 신뢰가 구축되는 새로운 차원의 만남이었다. '7·4 공동성명'이나 '6·15 남북공동선언'도 있었지만 그때와 다른 것은 단순한 정치적 목적이나 남북 간의 이해를 위한 목적에 맞추어 있었기에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만남은 서로의 마음을 여는 대화가 가능하고 이러한 대화의 과정에 소통과 공감을 통해 치유가 일어나기 때문에 남과 북의 만남은 치유가 동반되어야 하는 만남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에서 발표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과 북의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새로운 미래로 가야한다고 선언한 것은 여러 차례의 만남을 통해 현실화되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이란 세계 젊은이들의 축제를 맞이하여 고위급회담, 예술단의 공연을 위한 장소 점검단, 태권도 시범단, 예술인, 응원단 등 각기 다른 역할을 위해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만날 수 있었다.

단일팀 구성과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하는 장면은 세계를 향해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니 우리 한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한걸음 다가섰다. 남북예술단의 공연에서 북한의 손님 김영남 위원장이 눈물을 닦는 모습은 90세의 노정치인이기 전에 같은 겨레임을 깊이 느끼는 순간이었기에 나도 함께 울었다. 오랫동안 적대관계로 6·25까지 겪으면서 지난 70여 년간 이 시대를 이렇게 이끌어간 주역들로서 죄책감과 후회스런 마음으로 젊은 세대들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야 하는 의무감이 가슴깊이 사무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서 온 특사일행을 청와대로 초청했고 귀한 손님으로 맞이했다. 이러한 손님대접이 김정은 위원장으로 하여금 우리의 특사단을 자신의 집무실로 안내했고 신뢰를 갖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초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도보다리'의 산책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장면이었다. 비무장지대 안에 그 누구도 걸어보지 않은 길, 바로 옆 숲속에는 지뢰가 묻혀있고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금단의 지역, 두정상은 다정하게 이 길을 걸어갔다. 아마 그들이 걸어가야만 할 길,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이룩해야 하는 길이 바로 그런 험난한 길, 많은 반대와 적대감이 도사리고 있는 길, 그러나 두 정상이 함께 가야하는 길이다. 많은 사람들은 묻고 있다. 그 길을 걸으면서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을까?

나는 보좌관이나 안내자도 없이 걸어가는 그 순간 그들은 둘만의 대화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이해한다.

"김 위원장 우리 둘뿐입니다. 아니 남과 북만이 군대, 정치, 경제의 힘이 회오리바람처럼 몰아치는 이 광야에 어느 나라가 자기들의 국가이익, 국가안전을 넘어 우리의 생존의 위협, 이산의 아픔, 분단으로 인한 고통을 이해하는 나라가 있습니까?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가 지켜가야 할 숭고한 과업입니다. 우리 한번 목숨 걸고 이 과업을 이루어 보십시다."

이러한 대화가 있어야 했다고 나는 생각했다.

끝으로, '도보다리'의 티테이블(tea table) 회담이다. 이 장소는 도보다리에서 숲 편으로 맨 끝에 자리하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막다른 곳이다. 지금 북한이 처한 위치, 아니 한반도가 자리하고 있는 위치가 세계의 끝자락에 놓여있다. 전쟁의 위험이 가장 많은 곳, 국제의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얽혀있는 곳이다.

북한은 북한대로 막다른 낭떠러지에 자리하고 있다. 남쪽의 경제가 우세하게 보이지만 미국에 의한 FTA 재협상, 철강의 관세문제, 중국에 투자한 기업들이 모두 철수하는 사태, 6자회담 회원국들이 자국의 이익과 안보라는 벽을 넘어 우리의 긴박한 현실(전쟁이 일어나면 우리에게는 이해관계나 안보의 문제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임)을 이해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남과 북은 이 절실한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꿈을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두 정상은 53년생 소나무를 '평화'와 '번영'이란 의미를 담아 백두산과 한라산의 흙, 대동강과 한강의 물을 주어 심었다. 한민족의 미래에 대한 꿈을 함께 심는 순간이었다. 남과 북은 시베리아철도를 연결하고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을 남한의 경제적 힘으로 새로운 한반도 번영의 동력으로 삼는 길이 소나무와 함께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기원한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 남과 북의 가족들이 고속철도를 타고 백두산과 한라산을 관광하는 꿈. 젊은이들이 세계의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려 올림픽 무대에서 최고의 기량을 펼치는 꿈. 어린 소년, 소녀들이 비무장 지대에 위치한 평화공원의 자연에서 자라며 세계평화를 배워가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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