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NCCK 언론위, <5월의 시선> '국가의 보호를 요청하는 여성들' 선정

성 차별
(Photo : ⓒ 지유석 기자)
▲NCCK 언론위원회는 <5월의 시선 2018>로 ‘국가의 보호를 요청하는 여성들’을 선정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위원장 이동춘 목사)는 <5월의 시선 2018>로 '국가의 보호를 요청하는 여성들'을 선정했다.

5월 19일 토요일 오후 대학로에서 여성 1만 2천명이 참가한 가운데 오직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 가능한 시위가 진행됐다. 단일 성별로는 역대 최대 인원이 벌인 시위였다. NCCK 언론위원회는 무엇이 여성들을 모이게 했으며, 무엇에 여성들은 분노하고 있는지 이번 시위를 계기로 주목해 보고자 했다.

아래는 2018년 5월의 시선으로 '국가의 보호를 요청하는 여성들'을 선정한 취지이다.

2018년 5월 19일 토요일 오후, 대학로 혜화역 2번 출구 앞으로 삼삼오오 붉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모여들었다. 오직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 가능한 시위가 예정돼 있었다. 오후 3시가 되자 수많은 여성들이 행사장을 온통 붉은 색 옷으로 물들였다. 주변을 기웃거리거나 휴대폰을 꺼내 촬영을 하려던 남성들은 참가자들의 날카로운 시선이나 고함소리에 물러나야 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사람은 1만 2천명, 모두 여성이었다. 단일 성별로는 역대 최대인원이 벌인 시위였다.

NCCK 언론위원회는 무엇이 여성들을 모이게 했으며, 무엇에 여성들은 분노하고 있는지 이번 시위를 계기로 주목해 보고자 했다. 이에 2018년 5월의 시선으로 '국가의 보호를 요청하는 여성들'을 선정한다.

이날 시위는 홍대에서 벌어졌던 '홍대 몰카 사건'에 대한 경찰의 편파수사에 대한 항의차원이었다. 홍대 미대 누드 크로키 수업 시간에 참여했던 여성 모델이 동료 남성 모델의 나체를 불법촬영해 인터넷에 유포시킨 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 5월 1일이었다. 수사를 의뢰받은 경찰은 1주일만인 11일, 현장에 있던 사람 중 동료 여성 모델을 유력한 용의자로 구속 수감했다.

그런데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의 주장은,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수사했고, 가해자가 여성이어서 이례적으로 '구속'했으며, 심지어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워 언론에 공개했다는 것이었다. 여성이 피해자인 대부분의 불법촬영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 수사는 빠르고 강력하게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즉, 수사과정에 심각한 남녀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건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성차별 없는 수사를 요청하는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랐다. 이 청원은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4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과연 현실은 어땠을까?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경찰청장은 사건이 발생한 수업시간에는 제한된 공간에 20여 명만 있었기 때문에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었으며, 피의자가 휴대전화를 한강에 버리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기 때문에 구속된 것이지 차별 때문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포토라인에 선 것도 경찰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이다 보니 법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불가피하게 노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이러한 설명은 사실이겠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여성들이 '체감'하는 법적 정의에는 다가가지 못하는 설명이기 때문이다.

이번 홍대 사건과는 달리 몰카 피해자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2년간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몰카 범죄 피해자의 94%가 여성이었다. 반면 가해자는 92%가 남성이었다. 하지만 가해자 중 실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5%에 불과했고, 70% 이상이 벌금형을 받았다. 불법촬영 범죄 피해자는 주로 여성인데, 가해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성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여성들의 시위가 사실은 몰카 범죄에 대한 지금까지의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몰카 범죄에 여성들의 피해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몰카 범죄는 지난 2012년 2,462건에서 2016년 5,249건으로 4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인터넷 발달로 피해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홍대 사건으로 여성들의 분노가 끓어오른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시위가 있기 이틀 전인 5월 17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바로 2016년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이유도 없이 살해당한지 2주기 되는 날이었다. 당시 범인은 화장실에 숨어 기다렸다가 생면부지의 피해 여성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 경찰은 범인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묻지마 살인"으로 규정했지만, 평소 여자들이 자신을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범인의 진술 때문에 "여성 혐오 범죄"라는 논란에 싸이기도 했다.

아무튼 범인이 화장실에서 여성을 기다려서 살해했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살해됐다는 점은 분명했다. 당시 강남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의 벽에 가장 많은 글귀는 "여성 혐오는 사회적 문제," "남아 있는 여성들이 더 좋은 세상 만들 게요" 등 여성 혐오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의 쪽지들이었다. 많은 여성들이 "피해자가 단순히 여성이기 때문에 죽었다"며 자신도 언제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볼 것인가 '여성혐오 범죄'로 볼 것인가는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갈렸고, 특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페미니스트 그룹들과 몇몇 남성 그룹들 사이에는 극단적인 의견 차이로 추모 현장에서 마찰이 빚어진 경우도 있었다. 그 흐름은 지금까지도 두 그룹 사이에 심한 상호 혐오와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은 여성들의 사회적 자각을 촉발했고, 이후에 미투운동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는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일어났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여성이 희생당하는 일이 있었고, 여고생 기숙사 몰카 사건도 일어났다. 여성을 상대로 한 성적 폭력, 불법촬영 같은 사건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해 여성이 피해자인 살인이나 성폭력은 총 30,270건으로 2016년보다 10% 더 늘어났다. 치안이 좋다고 외국인들에게 자랑하는 한국이지만 그것은 남성들에게만 해당하지 여성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홍대 사건 이후에도 사건은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이번에는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이다. 스튜디오 운영자가 촬영을 진행하면서 피팅모델로 참여한 여성들에게 노출사진을 강요하고 몸에 손을 대는 등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는 유명 유튜버와 배우 지망생, 미성년자에 이르기까지 밝혀진 것만 6명에 이른다고 한다.

대학로에서 첫 여성시위가 있은 지 1주일 후인 5월 26일 토요일, 청계천 광장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한 두 번째 시위가 열렸다. 여성들은 여전히 차별에 항의하는 뜻으로 붉은 옷을 입고, 신분을 감추기 위해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다. 그들은 여전히 두렵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두고 여성들은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성들에게는 모든 곳이 강남역"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차별 없는 경찰의 수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들이 정작 답답해하는 것은 단순히 경찰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혀 있는 오랜 차별의 습관, 질곡처럼 우리를 옥죄고 있는 기득권의 구조를 향해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성 평등은 민주주의의 척도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기존의 기득권 구조를 깨뜨려 얻어내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성별 권력구조에서의 기득권과 그 기득권의 저항을 깨부술 때 비로소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는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성별 권력구조에서의 기득권과 그 기득권의 저항을 깨부술 때 비로소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는 완성될 수 있기에 그것을 위한 여성들의 분노와 외침을 2018년 5월의 '시선'으로 선정한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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