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22개 개신교단체 "예멘 난민들의 도움을 외면하지 말라"

16일 연대 성명 내고 난민 수용 호소....난민 혐오 여론에도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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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YTN 보도화면 갈무리 )
▲ 개신교계 22개 단체는 16일 연대 성명을 내고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을 호소했다.

내전을 피해 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이는 가운데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법률가회(CLF),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등 22개 개신교 단체들은 16일 연대성명을 내고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보호를 호소했다.

22개 단체들은 연대성명에서 정부에 난민에 대한 신속한 심사를 촉구하는 한편 난민법을 적용하는데 관용주의적 태도를 취해줄 것을 호소했다. 또 난민을 테러리스트와 같이 보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는 보수 개신교계를 향해선 "세계 가난한 이웃들과 특히 무슬림에 대해 근거 없는 부정적 여론을 확산해온 일부 개신교인들은 하나님과 세계 앞에 깊이 참회하고, 지금이라도 차별과 배제가 아닌 그리스도의 긍휼과 인애의 정신으로 필요를 살피고, 안식처를 제공하는 등 이웃사랑에 앞장서 줄 것"을 호소했다.

아래는 22개 개신교단체가 낸 연대성명 전문이다.

22개 기독단체 공동성명] 제주의 예멘난민에 대한 호소

선진국이라 불리던 부유한 유럽이 배타성에 기반한 국수주의 정책을 펼치고, 미국국민들이 트럼프를 선택한 후 인종차별 정책이 난무하는 것을 보면서 비웃었던 우리 사회도 지금 500여명의 난민들을 앞에 두고 매우 우려스러운 여론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에 22개 기독단체들은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며, 연대성명을 발표합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 이웃, 난민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금 온 지구촌이 난민문제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말까지 전 세계에 6,850만명의 난민이 있는데, 이는 세계인구 평균 110명중 한사람에 이를 정도로 막대한 숫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난민이 상대적으로 많이 몰리는 유럽 국가들은 난민정책에 따라 정권의 명운이 갈리는 등 여론의 동향은 더욱 민감합니다. 하지만 일찍이 1992년 ‘UN난민협약'에 가입하고 2012년에는 ‘난민법'까지 제정한 우리나라는 그동안 난민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예멘난민 561명이 한꺼번에 제주에 무비자 입국하여 그 중 549명이 난민신청을 함으로써 우리사회에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절박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한 이들의 입국을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이 벌서 6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여론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금 예멘난민과 관련해 떠도는 온갖 반대의 이유들은 대부분 가난한 나라 및 낯선 종교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 그에 따른 막연한 추측과 우려, 게다가 근거 없는 ‘가짜 뉴스'까지 덧입혀지면서 ‘난민괴담'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올바르고 정직한 판단을 위해서 우리는 ‘난민괴담'들을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1. 제 나라 위해 싸우지 왜 도망 왔느냐?
이들이 예멘의 분쟁상황을 피해서 왔다고 하자, 나라를 위해 싸우지 않고 도망 온 사람들을 받아주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멘은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후 친서방적 북예멘과 사회주의 남예멘으로 나뉘어 내전과 통일, 재분단과 재통일을 겪는 등 우리 남북현대사와 많이 닮았습니다. 그러나 2011년 아랍 민주화운동 와중에 독재자 살레를 몰아냈지만, 그 이후에도 내부 분쟁은 진정되지 못하고 결국에는 종족, 종파분쟁에 따른 내전으로 확장되고, 지금은 각 종파를 지원하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개입하면서 복잡한 내전의 양상을 띠게 되었습니다.

이런 복잡한 내전의 상황에서는 싸움의 목적과 대상이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명분을 잃은 전쟁은 대부분 맹목적인 집단 학살의 형태를 띠기 마련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탈출한 난민들을 자국을 위해 싸우지 않고 탈출한 무책임한 이들로 매도하는 것은 가혹한 평가입니다.

2. 그들은 가뜩이나 부족한 우리 일자리 빼앗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제난과 특히 청년실업난의 고통을 실감하는 가운데, 난민이라는 이름으로 취업을 노리는 외국인들이 대거로 몰려오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난민신청을 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난민지위를 인정받는 경우는 4%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현재 제주시에서 긴급하게 마련해준 일자리만 보더라도 더 이상 우리국민들 중에서는 취업자를 찾기 힘든 3D업종들입니다. 이들 3D 업종은 이미 외국인노동자들을 통해 일자리를 채우고 있으며,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한 되돌아보면 우리나라도 한창 가난하던 1960~80년대, 경제수준이 높은 나라 국민들이 꺼려하던 위험하고 힘든 일자리들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경제성장의 종자돈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젠 다른 시각이 필요합니다.

3. 위험한 범죄 집단, 테러리스트다.
가장 설득력을 얻으며 확산되어 가고 있지만, 가장 근거가 없는 ‘괴담'입니다. 우리는 같은 외국인이라도 서구인이나 백인들에 대해서는 막연한 존경과 선망을 품지만, 가난한 나라 백성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경우가 많으며, 더구나 무슬림들에게는 위험한 테러리스트로 보는 경향까지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실증되고 있듯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실제 범죄율은 우리 국민보다 훨씬 낮고 지금 예멘난민들에게서도 위험한 행동이 보고된 사례는 전혀 없습니다. 더욱 슬픈 것은 이러한 가짜뉴스를 증폭시키는데 우리 개신교인들의 이슬람혐오주의가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주류개신교집단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슬람교(무슬림)=테러=집단개종전략=취업, 결혼, 귀화, 난민 신청' 등의 공식을 유포하며, 한국사회와 교회에 공포심을 자극해 왔습니다. 이번 제주난민에 대한 한국리서치 조사에도 개신교인들의 반대(58%)는 다른 이웃종교인들에 비해 높다는 점도 이러한 사실을 실증하여 주는 사례입니다.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조차 출생 직후 헤롯의 위협을 피하기 위한 난민이 되셨음(마 2:13~15)을 기억하고, 또 다른 난민들을 주님처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4. 그러나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제주의 난민신청 문제는 제주만의 문제로 떠넘겨서는 안 됩니다. 항상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기 원했던 제주민들의 소망과 상관없이 군대, 기지, 관광객을 쏟아내더니 이제는 난민문제까지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어선 안 됩니다.

중앙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서 제정되어 있는 난민법에 따른 신속한 절차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난민에 대해 막연히 불안해하는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더 이상 국민들이 불안해하거나 국론이 분열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의 요청>
1. 대한민국 정부는 난민신청 예멘인들에 대한 심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지원과 보호에 힘써야 합니다.
2. 대한민국 정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제정된 우리의 난민법을 적용하는데 관용주의적 태도를 취해야 하며, 절박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도움을 요청한 이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3. 지금껏 세계시민으로서 지구촌의 가난과 재난 등의 아픔에 함께 해 왔던 우리 국민들은 긴박한 생존의 위협 가운데 탈출한 난민들에 대해서도 연민과 긍휼의 심정으로 그들을 품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4. 세계 가난한 이웃들과 특히 무슬림에 대해 근거 없는 부정적 여론을 확산해온 일부 개신교인들은 하나님과 세계 앞에 깊이 참회하고, 지금이라도 차별과 배제가 아닌 그리스도의 긍휼과 인애의 정신으로 필요를 살피고, 안식처를 제공하는 등 이웃사랑에 앞장서 주기를 호소합니다.

2018년 7월 16일
개척자들, 건강한 침례교회연대, 교회2.0목회자운동,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법률가회(CLF),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기독청년아카데미, 느헤미야교회협의회, 새벽이슬, 생평평화연대, 성서대전, 성서한국, 세인트하우스자문위원회, 실천여성회 판, 예술목회연구원, 좋은교사운동, 평화누리, 한국그리스도교일치포럼,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 희년함께 (이상 22개 단체)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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