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논문소개]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선교는 '교회 안으로 데려옴' 이기만 한가?

김선일 교수의 강연문 「탈교회 시대와 한국교회의 미래」

<논문소개> 본 코너에서는 교회 및 여러 모양의 사역 현장에서 함께 생각해볼만한 담론을 제시한 논문들을 짧게 소개합니다.

church_0725
(Photo : ⓒ베리타스 DB)
▲한 교회 예배당에서 성찬 집례를 하는 모습. 본 사진은 해당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선교는 교회 주변부의 사람들을 교회 중심으로 끌어오는 것이기만 한 것일까.

지난 6월 연세대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김선일 교수(웨스터민스터신대원)는 "과거와 같이 교회가 한 지역이나 문화권의 중심에서 주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방식은 지나갔다"며, 탈교회화 되는 이 시대의 교회들은 "사회 속으로 참여하는 형태의 모델을 요청받고 있다"고 밝혔다. 부연하면 "기존의 전통적 교회의 양식에 사람들을 적응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자생적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적 시공간으로 교회가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연세대 신대원 및 연신원이 주최한 '37회 미래교회 컨퍼런스'에서 김선일 교수가 "탈교회 시대와 한국교회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한 내용의 일부이다. 기사는 강연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강연문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본이 아니게 거대한 문명의 전환기에 놓여 있다". 사상적으로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출현으로 전례없이 다양한 다름들이 한꺼번에 공공의 장으로 나와 저마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또 한편으로는 4차산업혁명이 인간 삶의 기반들을 재편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서구사회는 '탈 기독교세계'(post-Christendom)에 진입하였고, 선교 현장은 "탈교회 시대"를 맞고 있다.

강연문은 기독교가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는 서구 사회의 상황에서 새로운 모델의교회들이 일어나고 있는 사례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새로운 모델들의 교회는 보편적이고 정형화된 틀을 탈피하여 지역화되었다는 특색이 있고, 또 기존의 수직적 교단구조가 파생하는 위계질서로부터도 자유롭다.

예를 들어 미국은 최근 20-30년간 초교파교회들의 괄목할만한 출범과 성장이 있었고, 소위 이머징 교회(emerging church)라고 하는 동시다발적이고 자생적인 느슨한 조직의 신앙공동체들이 활성화되었다. 또 미국의 종교인구 조사기관 바나리서치의 2009년 조사에 따르면 전통적 교회의 예배에 참석하지 않은 교인의 28%가 '대안적 형태의 종교 공동체'를 경험하였다고 한다. 대안적 형태의 종교 공동체는 가정교회, 일터교회, 미디어교회 등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전통적 교회 참석자들의 40%만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데 반해 대안적 형태의 종교 공동체 참석자들은 66%가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미국에 비해 세속화와 기독교 교세의 약화가 훨씬 심화된 영국에서는 국교회 차원에서 '교회의 신선한 표현들'(fresh expressions of the church) 운동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이들 교회의 형태는 일터교회, 주중교회, 가정교회, 레저교회 등 상상력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새로운 유형들이다. 영국의 처치아미스리서치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영국 노르위치 주교관구 내에서 유일하게 성장한 교회들이 바로 '신선한 표현들'에 속한 교회들이었다. 이 교회들은 노르위치 주교관구 내 교회들의 약 10%를 점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이같은 새로운 모델을 표방하는 신생 교회들이 생겨나고 있다. 금번 '미래교회 컨퍼런스'에서도 새로운 모델의 교회 목회를 시도하는 3명의 목회자를 초청하여 그들의 목회현장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미래교회 컨퍼런스 주최측 및 초청된 강연자들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등장하는 새로운 모델의 교회들을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es)라고 호칭했다. 선교적 교회를 설명하는 여러가지 정의들이 있는데 한국일 교수(장신대 선교신학)의 설명을 차용하면, "선교적 교회는 교회 존재의 이유와 목적을 선교에 두는데 이들은 선교 개념을 더이상 지리적 공간적 차원에 제한하지 않고 이 세상 전체를 선교 현장으로 본다".

김선일 교수는 강연문에서 탈교회 시대에 교회가 점점 더 세상의 주변부로 밀려가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복음의 위축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 "오히려 형식화된 종교의 틀을 넘어 복음을 새롭게 표현하는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 이 기사에서 다룬 논문은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및 연합신학대학원이 2018년 6월 25-26일 주최한 제37회 미래교회컨퍼런스에서 배부한 자료집 『"탈교회" 시대의 선교적 교회』 146-155쪽에 게재되었고, 글쓴이는 김선일 교수(웨스터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입니다.

이민애 theworld@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학대학 살아남으려면 여성신학 가르쳐야"

신학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성신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백소영 교수(강남대 조교수, 기독교사회윤리학)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과 사람에게 소외 받은 욥은 멜랑콜리커였다"

욥이 슬픔과 우울을 포괄하는 개념인 멜랑콜리아의 덫에 걸렸고 욥기는 멜랑콜리아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지혜서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성장 이끌었던 번영신학, 이제 힘을 잃었다"

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학문적 통찰이 없는 신념은 맹신이 될 수 있지만..."

장공 김재준의 예레미야 해석을 중심으로 예언자의 시심(詩心) 발현과 명징(明徵)한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윤식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이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 "데리다의 환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12일 오후 안암로 소재 기윤실 2층에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좋은사회포럼'을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