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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용서를 강요당했다”....가시지 않은 성폭력 피해 아픔
피해자측 "진상조사 없이 사건 무마 시도" vs 교회측 "더 할말 없다" 맞서

입력 Sep 18, 2018 05:18 PM KST

onnuri

(Photo : ⓒ Pixabay)
지난 7월 온누리교회 정재륜 목사의 부적절한 행위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교회는 문제의 정 목사를 해임하고 사과문을 게시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교회가 여전히 사건을 무마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7월 온누리교회 정재륜 목사가 성도와의 불륜으로 해임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는 목회자의 성적 일탈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이에 대해 온누리교회는 7월 16일 이재훈 담임목사 이름으로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때 이 목사는 정 목사를 해임 조치했다고 알렸다. 이로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정 목사의 상대로 지목된 작가 A씨는 여전히 고통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 기자는 지난 달 31일 서울 서대문 모처에서 A씨를 만났다. A씨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온누리교회 측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A씨는 특히 '불륜'이라는 프레임에 더욱 힘들어했다. A씨의 말이다.

"정 목사를 처음 알게 된 건 2016년 영국에서 돌아와 양재 온누리교회 안에 있는, 영미권에서 돌아온 사람들을 위한 '포인트 파이브' 공동체에 정착했다. 당시 정 목사는 이 공동체를 이끌고 있었다. 처음엔 단지 목사와 성도 사이였다. 다음해인 2017년 7월 개인전을 했었는데, 당시 정 목사가 찾아와 내 작품을 보고 좋아했다. 전시를 본 뒤엔 자신이 집례하는 새신자 예배에 초대하기도 했다."

"그때 정 목사가 설교를 하면 나는 그 내용에 영감을 받아 설교 내용을 즉흥적으로 그림으로 표현했다. 정 목사가 어떤 마음을 품었는지 눈치는 채지 못했다. 다만 미술을 좋아했고, 내 화풍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하고 여겼을 뿐이다. 목회자가 성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그러다 그해 10월 열린 그룹전에 찾아와 식사하자고 제안했다. 그때 정 목사는 한적한 곳으로 이동해서 갑자기 내게 입맞춤을 시도했다. 난 무척 당황해 차밖으로 나왔다. 그날 이후 정 목사는 남성이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났을 때 하는 행동을 보였다." 

A씨의 증언에 따르면 정 목사는 더욱 수위를 높여 접근해 왔다. A씨의 증언을 좀 더 들어보자.

"한 번은 작업실에 축복기도를 해주기 위해 왔다. 그 이후 정 목사는 아무 연락 없이 작업실을 찾아왔다. 사실상 무단침입이었다. 나는 한 번도 정목사에게 먼저 연락한 적이 없다. 소셜 미디어(SNS)를 비롯해 모든 연락망을 차단했음에도 찾아와서는 본인의 결혼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혼하겠다느니, 목회를 그만두고 나와 함께 살겠다는 말까지 했다. 정 목사가 했던 말들로 인한 혼란스러움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목사가 나에게 하는 것이 너무나 부담스러웠지만 감히 목사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경우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할지 몰라 혼자만 끙끙 앓아야 했다."

정 목사의 부적절한 행위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 교계는 물론 일반 매체들까지 이를 잇달아 보도했다. 그런데 이 일을 다룬 기사의 헤드라인엔 '불륜'이라는 키워드가 빠지지 않았다. 포털 검색창에 '정재륜 목사'를 입력하면 "촉망 받던 1.5세 목회자 불륜으로 해임 논란", "온누리교회 정재륜 목사, 교인과 불륜으로 해임", "정재륜 온누리교회 부목사, 불륜으로 교회 떠나" 등의 제목을 단 기사가 눈에 띤다.

그러나 정 목사의 일탈을 ‘불륜'으로 보는 프레임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기독교 여성상담소 채수지 소장은 전형적인 성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채 소장의 말이다.

"정 목사가 A씨에게 시도한 행위는 성추행이다. 우선 A씨가 일방적으로 당했다. 앞서 정 목사는 A씨를 눈여겨보았고,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접근했다. 그리고 두 사람만의 자리를 만들어 A씨를 고립시켰고, 자신에 얽힌 이야기를 했다. 정 목사는 여성을 심리적으로 지배해 성폭력을 가하는 '그루밍 성폭력'의 전형적인 과정을 밟아 나간 셈이다. 이런 이유로 불륜은 잘못된 낱말 사용이다. 정 목사의 행위가 범죄라는 법적 판단이 내려진 상태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일을 불륜이라고 하면, 피해자가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

‘불륜' 프레임, 꼬리짜르기식 대응....피해자만 이중고

결국 A씨는 정 목사의 행태를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A씨는 온누리교회측의 미온적인 태도에 한 번 더 실망했다.

"일단 교회 쪽 B 전도사에게 사실을 알렸다. B 전도사는 교회 측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교회 측이 조사에 나서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지난 7월 13일 교회 쪽 목회기획을 맡고 있는 이아무개 목사와 정 목사, B 전도사 이렇게 서초구 방배동 모처에서 만남을 가졌다. 이 만남도 내가 요청해서 이뤄진 것이다. 이 자리에서 정 목사는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런데 동행했던 이 목사는 마치 진상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냐는 식으로 대했다. 이 목사는 만남 자리에서 '서로 용서와 화해의 자리를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기도했다. 그러나 실상은 용서를 강요당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앞서 언급했듯 온누리교회는 홈페이지에 7월 정 목사의 해임을 알리는 한편 "정 목사가 소속된 미국 교단에 이 사실을 전달해 소속 교단의 엄중한 징벌과 합당한 치리를 받도록 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어 "목회자의 죄악으로 성도들에게 큰 실망과 상처를 끼쳐드려 모든 목회자를 대표해서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사과문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에 대해 A씨는 교회 측이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대응했다고 주장한다.

"우선 불륜이라는 낱말이 부적절했다. 그리고 교회 쪽에서 어떤 내용의 사과문을 올린다고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올렸다. 정 목사도 교회를 떠나기 전 400명에게 사과문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정 목사가 사과를 어떻게 했는지 당사자인 나는 들은 바가 전혀 없다. 단지 목사, 장로 등에게 보냈다는 정도만 전해 들었을 뿐이다. 올해 1월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때 가해자가 안태근 검사임이 드러났고, 그가 온누리교회에서 간증한 영상이 문제가 됐었다. 이때 온누리교회는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교회의 대응방식은 별반 다르지 않다."

A씨의 주장에 대해 교회측 입장을 물었다. 우선 정 목사는 소재파악이 안 되는 상태다. 그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는데 사용하지 않는 번호라는 답변이 왔다. 온누리교회가 미국 교회에 정 목사의 행위를 알리겠다는 약속을 이행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A씨와 만났던 이 목사는 기자에게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A씨는 교회 측 입장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A씨는 18일 오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방침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법적 대응을) 신중하게 고민 중"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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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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