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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불가역적 단계 접어든 남북, 한국교회 좌표는?
화해, 통일은 거스를 수 없어....한국교회 ‘반공’ 집착하다 ‘전도의 문’ 막아

입력 Sep 19, 2018 05:02 PM KST

peace
(Photo : ⓒ 청와대 )
19일 남북 정상은 역사적인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사진은 18일 평양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평양 시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는 장면. 오른쪽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애하는 여러분, 우리의 앞길에는 탄탄대로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가는 앞길에는 생각 못 했던 도전과 난관, 시련도 막아놨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련을 이겨낼수록 우리의 힘은 더 커지고 강해지며 이렇게 다져지고 뭉쳐진 민족의 힘은 하나된 강대한 조국의 기틀이 될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그 어떤 역풍도 두렵지 않습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상시적으로 우리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새로운 남북 시대가 열렸습니다. 너무나 꿈같은 일이지만 우리 눈앞에서 분명히 이행되고 있는 일들입니다.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우리 겨레의 마음은 단 한 순간도 멈춘 적이 없습니다. 빠르게 보이지만 결코 빠른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일들은 오랫동안 바라고 오래도록 준비해 온 끝에 오늘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로 모인 8000만 겨레의 마음이 평화의 길을 열어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이 길을 완전한 비핵화를 완성해 가며 내실 있게 실천해 가야 할 것입니다."

- 문재인 대통령

19일 평양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발표한 평양공동선언 중 한 대목이다.

그 장면을 보면 볼수록, 두 정상의 발표를 들으면 들을 수록 가슴이 벅차오른다. 세계 그 어떤 정상도 이렇게 민족적 감정을 건드리는 성명을 발표할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오늘 이 순간 만큼은 한민족임이 자랑스럽다.

일단 감격은 잠시 접어두고 남북 정상이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을 살펴보자. 남북 정상은 아래 6개 항에 합의했다.

1. 한반도 전쟁위험 제거 - 남북군사공동위 가동, 무력충돌 방지
2. 민족경제 균형 발전 - 연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정상화
3.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 - 금강산 상설면회소 빠른 실일내 개소, 화상상봉·영상편지 교환 우선 해결
4. 다양한 분야 교류협력 적극 추진 - 10월 중 평양예술단 서울 공연 진행,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 유치 협력
5. 한반도 비핵화 평화터전 조성 - 북 동창리 엔진시험장·미사일 발사대 영구폐기, 미 상응조치 따라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등 추가 조치
6.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 - 특별한 사정 없을 시 연내 추진

1~4항, 그리고 6항은 실로 놀랍다. 특히 개성공단 정상화는 의미 있는 성과다.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약속한 점도 큰 진전이다. 이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만 된다면 남북이 하나되는 건 문제없어 보인다. 그러나 5항 비핵화 관련 합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북측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는 폐기하기로 했으나, 영변 핵시설은 끝내 '옵션'으로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미국이 응답할 차례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급진전될 것 같던 북미 관계는 지금 교착상태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의지에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영구 폐기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미국 역시 태도 변화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 정부, 특히 외교부에 당부한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는 지난 2015년 5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손을 내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손을 내민다 하더라도 그 조치에 대해서 박수를 쳐줄 만한 청중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박수 쳐줄 청중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만큼 미국 정부 내 관련 인사들이 대북 강경파 일색이라는 말이다. 미 워싱턴 외교가에 대북 화해정책을 지지해 줄 인사들을 만드는 건 오로지 우리 정부의 몫이다. 이 일에 매진해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불가역에 맞선 한국교회

이 지점에서 한국교회를 돌아본다. 남북 화해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수레바퀴다. 물론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은 전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화해 기조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그러나 이 결과는 파국이었다. 남북 할 것 없이 동시대를 사는 우리 국민들 모두 몸으로 경험한 일들이다. 이에 남북 정상은 두 번에 걸친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은 돌이킬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번 9.19 평양공동선언에도 이 같은 의지가 고스란히 묻어 있다.

남북 정상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남북간 교류는 앞으로 더욱 확대,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종교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보통국가를 추구하는 북한으로서는 종교 분야 교류를 막을 명분이 약하다. 아니, 오히려 장려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경직된 국가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 종교만큼 좋은 분야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다. 목사들이 흔히 하는 말로 '전도의 문'이 열린다는 말이다.

그러나 한국 교회, 특히 보수 개신교는 스스로 전도의 문을 막았다. 2017년 10월부터 2018년 3월 사이 광장을 덮은 촛불에 맞서 태극기를 흔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자 친북정권이 들어섰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3.1절, 광복절 등 국가 주요 절기마다 거리로 쏟아져 나와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분출시켰다. 한 손엔 성서를, 다른 한 손엔 성조기를 들고서 말이다.

남북 정상은 9.19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 서울을 방문한다고 선언했다. 김 위원장 방문을 즈음해 목회자들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반대하는 구국기도회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다시 말하지만 남북 화해는 그야말로 불가역적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 와중에 한국 교회는 시대착오적인 반공 논리에 사로잡혀 헤어나올 줄 모른다. 이대로라면 남북 교류의 물꼬가 계속 트여도 한국 교회는 아무런 역할도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누구를 탓하랴, 자업자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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