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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되짚어 보기] 프란치스코 교종 방북이 갖는 상징성
문재인 대통령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방북 제안, 교황 수용

입력 Oct 19, 2018 07:18 A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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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청와대)
바티칸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종을 만난 자리에서 방북을 제안했고, 교종은 수용의사를 밝혔다. 교종의 방북이 성사되면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종이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한 말이다. 바티칸 공식 방문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메시지를 교종에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뜻을 밝힌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계획 대로 김 위원장의 의사를 전달했고, 프란치스코 교종은 공식 초청장을 보내 달라며 방북 의사를 수락한 것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종의 북한 방문은 여러모로 상징성이 큰 사건이다.

바티칸은 남북간 역사적 만남이 있을 때 마다 지대한 관심을 표해왔다. 2000년 고 김대중 대통령이 역사적인 첫 방북 길에 오르자 바티칸은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현 프란치스코 교종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이 임박했던 4월 25일 수요 일반알현에서 정상회담 성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종의 메시지는 이랬다.

"(남과 북) 두 정상의 만남은 투명한 대화를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화해와 되찾은 형제애를 바탕으로, 마침내 한반도의 평화와 전 세계의 평화를 보장하는 구체적인 첫걸음이 될 것이다. 평화를 열망하는 한국인들에게, 저의 개인적인 기도와 함께, 온 교회가 곁에서 동반할 것을 약속한다. 성좌(교황청)는 남북의 만남과 우정으로 이루어지는 발걸음에 함께하며 지지하고 응원한다."

또 한국 대통령이 교황에게 북한 방문을 제안한 것도 처음은 아니다. 가톨릭 신자이기도 했던 고 김대중 대통령(세례명 토마스 모어)은 지난 2000년 바티칸을 공식 방문한 자리에서 고 요한 바오로 2세에게 북한 방문을 제안하기도 했다. 고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북은 성사되지 못했다.

프란치스코 교종 방북, 성사되면 ‘역사적'

현 프란치스코 교종은 착좌 이후 파격적인 행보로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014년 8월 한국을 찾았을 때도 세월호 가족에게 공감과 연민을 표시하며, 방한 기간 내내 세월호 리본을 달고 일정을 소화했다. 그리고 한국을 떠날 때 한국측 관계자가 세월호 리본을 떼어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가르침을 남기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외교에도 남다른 역량을 발휘해, 미국과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중재역할을 맡기도 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은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라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 교황님을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교황의 방북은 북한의 정상국가 이미지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가톨릭 신도이기도 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교황과의 만남을 제안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다. 오랜 기간 북한과 관계개선을 모색해오던 바티칸으로서도 괜찮은 선택이다.

기자는 이미 지난 9월 19일자 시론을 통해 "보통국가를 추구하는 북한으로서는 종교 분야 교류를 막을 명분이 약하다. 아니, 오히려 장려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경직된 국가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 종교만큼 좋은 분야는 없기 때문"이라고 적은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종의 방북이 정말로 성사되면 북한과의 종교 교류는 대폭확대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한반도 평화를 간절히 기원하는 한국 국민으로서 프란치스코 교종의 평양 방문이 꼭 성사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미국-쿠바와 국교정상화를 이끌어 냈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남북·북미간 불신의 골을 해소하는데 기여해 주었으면 좋겠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복이 있나니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고 예수께서는 가르치셨다.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종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하나님의 아들로 기억되기 바란다.

또 하나, 한국 개신교 교회도 북한과 바티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기 바란다. 보수·진보 진영을 초월해 남북 화해의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지 않도록 깨어 기도해야 한다. 특히 보수 교회가 지금처럼 철지난 반공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거리에서 태극기 흔들고 반정부 선동에만 골몰하면, 시대 흐름을 완전히 놓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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