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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루크 불사라, 그리고 프레디 머큐리....그는 난민이었다
[리뷰] 프레디 일대기 그린 <보헤미안 랩소디>, 난민 문제 일깨워

입력 Nov 19, 2018 09:25 A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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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20세기폭스코리아(주))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18일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국 출신의 전설적 록밴드 퀸과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그린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이 영화는 개봉 14일차인 지난 13일 오전 11시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200만 관객을 돌파하더니, 이후 5일만인 18일 오후 12시 50분 기준 누적관객수 300만 명을 넘어섰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영화를 본 소감, 그리고 'Bohemian Rhapsody', 'Radio Ga Ga', 'We are the champions' 등 퀸의 대표작 뮤직비디오가 자주 눈에 띤다.

난 이 영화를 두 번 봤다. 두 번 봤을 때 모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영화 속 프레디 머큐리가 'Radio Ga Ga'를 부를 때 눈물이 흘렀고, 'We are the champions'를 부를 때는 숨이 막혀오는 것 같았다. 또 영화가 재현한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은 실제와 싱크로율 100%다. 끝으로 영화 속 퀸 멤버들은 흡사 실제 멤버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크다. 영화가 프레디 머큐리의 생을 '띄엄띄엄' 그린 것 같아서다. 영화는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가 공항에서 노동자로 일하던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인들은 프레디를 굉장히 비하한다. 이런 차별 때문이었을까? 프레디는 본명인 '파루크 불사라'라는 이름을 버리고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고야 만다.

여기서 잠깐 프레디 머큐리의 출생 배경을 살펴보자. 프레디 머큐리는 탄자니아 잔지바르에서 영국 식민지 관리였던 인도인 부부 가정에서 태어났다.

앞서 적었듯 그의 본명은 파루크 불사라. 그런데 그의 부모는 인도인이지만 조로아스터교를 믿는 페르시아 혈통이었다. 조로아스터교는 선한 생각과 말, 행동, 그리고 인간 자유의지를 통해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종교다. 영화에서도 프레디 머큐리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좋은 생각, 좋은 행동, 좋은 말"을 주문처럼 되뇌인다. 한편 그의 가정은 1964년 잔지바르 인민 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영국계와 인도계 주민 탄압이 횡행하자 영국으로 이주했다.

그런데 영화는 이토록 복잡한 프레디의 출신 배경을 몇 마디 대사로 처리할 뿐이다. 뿐만 아니다. 퀸의 대표곡은 누가 뭐래도 'Bohemian Rhapsody'다. 이 곡엔 방언과 함께 이교적인 노랫말이 섞여 있다. "바알제붑이 나를 위해 악마를 곁에 뒀다"는 대목이 특히 그렇다. 이렇게 이교적 요소들이 뒤섞인 건 그의 복잡한 출생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난 프레디 머큐리가 페르시아 혈통이라는 사실을 대학원 재학 시절인 1998년 즈음에야 알았다. 당시 학교엔 이란 유학생이 있었는데, 이 유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프레디 머큐리 이야기가 나왔다. 이 유학생은 프레디 머큐리가 페르시아계라면서 무척 자랑스러워했다(영화가 흥행가도를 질주하면서 프레디 머큐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란인이 꽤 많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 유학생의 말을 듣고 '아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디 머큐리의 외모는 영국인 하면 얼른 떠오르는 이미지, 즉 키 크고 콧대 높은 백인 남성과는 거리가 멀다. 현대 영국이 워낙 다문화 사회라지만 그럼에도 머큐리의 외모는 유달리 '튄다.' 처음엔 참 이색적으로 생겼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러나 이란 유학생의 말을 듣고 그의 외모가 왜 그토록 튀었는지 느낌이 확 와닿았다.

페르시아 인도인 후손 프레디 머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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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20세기폭스코리아(주))
▲ 퀸의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페르시아 혈통의 인도인이다. 그의 출생 배경은 난민 문제를 새삼 일깨워준다.

이제 프레디 머큐리의 '혈통'에 주목하는 이유를 적을 차례다. 프레디 머큐리는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난민'이다. 그의 아버지를 식민권력 부역자라고 폄하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의 가정은 정치적인 이유로 박해를 받을 위험에 처해 있었고, 그래서 영국 이주를 선택했다. 난민 요건에 충분히 해당하는 셈이다.

프레디는 새로 이주한 영국에서 자랐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음악으로 녹여냈다.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만약 영국이 그의 부모의 입국을 불허했다면, 영국 팝 역사상 불후의 명곡이며 전세계인이 열광하는 'Bohemian Rhapsody'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난민 출신 프레디 머큐리는 팝의 본고장이라는 영국에서 새로운 지평을 개척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영국은 난민 문제에 문을 걸어 잠글 기세다. 영국은 아예 난민을 막고자 '브렉시트', 즉 43년간 함께 했던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선택까지 했다.

영국이 난민을 막는 건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나 종교적 박해 등의 이유로 온 '순수한' 난민이건, 단순히 일자리를 위해서 온 '경제적' 난민이든 영국 땅에서 뿌리 내린 뒤 어떤 열매를 거둘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영국 정부가 이런 식이라면 제2의 프레디 머큐리는 기대 난망이다.

난 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프레디의 복잡한 출신 배경, 그리고 성장과정에서 그가 겪었던 차별의 경험을 집중 재조명 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상상해 본다. 만약 이런 구성이라면 명곡 'Bohemian Rhapsody' 속에 이교적 노랫말이 뒤섞인 이유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났을 것이다. 동시에 더 나아가 오늘날 영국 사회가 안고 있는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거리를 던져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 같은 프레디의 면모를 약간의 대사와 몇 개의 신을 할애하는 데 그친다. <인디와이어> 등 외신에 따르면 연출자인 브라이언 싱어가 불성실한 태도로 해고되고, 영화 후반부는 촬영감독이 맡아 완성했다고 전한다. 이런 상황이니 무얼 더 바랄까?

난민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는 아니다. 올해 7월, 이란 출신 중학생 A군이 2016년 5월 종교적 이유로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가 거부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러자 같은 학교 학생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리는 등 A군을 돕기 위해 발벗고나섰다. 친구들의 도움에 힘입어 A군은 10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연동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회에서는 A군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나와 A군의 사연을 소개했다.

우여곡절 끝에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A군의 사연은 난민에 인색한 대한민국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다. 잠깐 A군의 사연을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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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지유석 기자)
▲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연동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회에서는 A군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나와 A군의 사연을 소개했다.

A군은 7살 때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왔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의 권유로 가톨릭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란에 있는 고모와 전화 통화하던 도중 이를 알렸고, 독실한 무슬림인 고모는 분개했다. 이후 A군과 그의 아버지는 고모가 이란 국가 안전부에 자신들을 고발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렸다. A군이 난민 지위 신청을 한 것도 이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처음엔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나이가 어려 종교적 정체성을 가지기 어렵고, 가톨릭 교회에 다닌다고는 하나 주목할 만한 활동을 한 것이 없어 박해 가능성이 낮다는 게 이유였다. 이러자 A군은 8월 자신이 쓴 편지에서 이 같은 대한민국 정부 기관의 인식이 얼마나 천박한지, 조목조목 비판한다.

"제가 이란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제 신앙을 지키고자 하는 것인데, 이란으로 돌아가 만에 하나라도 제 목숨이 유지될 수 있다면, 그건 반드시 다시 무슬림으로 개종하는 과정을 강요당한 후의 일일 텐데, 그래서 이곳 한국에 남으려 하는 것인데, 이것이 기독교인으로서 정체성을 갖지 못한 사람의 생각이란 말입니까? 도대체 몇 살이 되어야 종교적 정체성을 갖춘 나이가 되는 겁니까? 한국의 모든 청소년 기독교인들에게도 똑같은 잣대로 평가를 내리실 수 있는 말씀입니까? 더구나 심사 인터뷰 내내 기독교의 교리에 대해서는 물어보지도 않으셨잖아요?

주목할 만한 활동이 없어 박해 가능성이 낮다고요? 난민 신청 자체가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중략)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활동이 있든 그렇지 않든 박해 가능성은 언제나 있습니다."

난 난민 지위를 얻은 이 학생이 훗날 한국 사회, 혹은 문화의 지평을 넓혀주기 바란다. 페르시아와 인도인의 피가 함께 흐르고, 본디 이름이 파루크 불사라인 프레디 머큐리가 영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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