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기고] 율법적인 신앙생활과 복음적인 신앙생활 (3)
김승진 목사 (침례신학대학교 명예교수/철학박사)

입력 Nov 30, 2018 10:53 AM KST

편집자 주] 역사적으로 말하면 그리스도인들은 신약성서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다. 이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구약성서를 어떻게 대할 것이며, 특히 구약의 율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죄인의 구원을 위해서 율법은 어떠한 역할을 했는가? 율법, 특히 도덕적 율법들(Moral Laws)은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의무적으로 순종해야 하는 규범(Norm)인가? 십계명과 십일조 헌금 등의 율법들은 복음의 시대에도 계속해서 유효한 것인가? 이 글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제시한다. 글의 내용은 6부로 나누어 전재된다.

IV. 십계명과 예수님의 새 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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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침신대)
▲김승진 교수(침례신학대학교 교회사 명예교수)

우리나라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대체로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서 주신 "십계명"(Ten Commandments, 출 20:3-17, 신 5:7-21)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구약의 십계명을 의무적으로 지켜야 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십계명도 율법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그것의 법적인 효력이 이미 상실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새 계명(요 13:34-35)을 지켜야 하는 자들입니다. 후자를 제대로 지키면 당연히 전자를 지키는 결과가 됩니다. 후자가 전자를 포괄/포용/포함하고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새 계명을 성실하게 지키는 사람이라면,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는 등의 계명들을 지키지 않겠습니까? 예수님의 새 계명이 율법으로서의 십계명에 비해서 훨씬 더 고차원적인 기독교윤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요 13:34-35)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십계명을 엄격하게 문자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면,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는 제4계명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출 20:8-11, 신 5:12-15). 안식교회(제칠일안식일 예수재림교회)의 교인들처럼 안식일인 토요일 날 모여서 예배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십계명 중 아홉가지 계명들은 지키면서 왜 안식일을 준수하라는 제4계명은 안 지킵니까? 어떤 이들은 안식일이 주일로 바뀌었기 때문에 주일을 안식일처럼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고 설명하며 "주일성수"(主日聖守)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안식일이 주일로 바뀌었다고요? 성경 어디에도 그런 말이 없습니다. 안식일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들은 오늘날에도 십계명을 지키기 위해 안식일 날(금요일 해가 질 때부터 토요일 해가 질 때까지)에 일체의 노동을 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쉬고 있습니다.

(출 20:8-11)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일곱째 날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가축이나 네 문 안에 머무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쉬었음이라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제4계명만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열 가지 계명들 모두를 지키지 않습니다. 율법으로서의 십계명이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께서 주신 "새 계명"(요 13:34-35)을 지킵니다. 그리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제대로 실천하기만 하면 결과적으로 열 가지 계명들을 지키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두 가지 새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All the Law and the Prophets)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셨습니다(마 22:37-40). 그리고 사도 바울은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으며, 사랑은 "율법의 완성"(the fulfillment of the law)이라고 역설했습니다(롬 13:8-10). 사도 야고보는 이웃 사랑이 "최고의 법"(the royal law)이라고 말했습니다(약 2:8-9).

(마 22:37-40)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

(롬 13:8-10)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 간음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탐내지 말라 한 것과 그 외에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그 말씀 가운데 다 들었느니라.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

(약 2:8-9) "너희가 만일 성경에 기록된 대로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과 같이 하라' 하신 최고의 법을 지키면 잘 하는 것이거니와, 만일 너희가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면 죄를 짓는 것이니 율법이 너희를 범법자로 정죄하리라."

물론 예수님과 사도 바울과 사도 야고보가 말하고 있는 "사랑"은 아가페(Agape) 사랑입니다. 조건 없는 사랑, 희생적인 사랑, 사랑이신 하나님께서 그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 죄인에게 베푸신 일방적인 사랑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자들에게 "너희 원수를 사랑하라"(눅 6:27-28)고 명하셨습니다. 실제로 그 분은 십자가 상에서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는데 가담했던 사람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아버지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눅 23:34). 그 분은 자신의 새 계명을 입으로만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몸으로 실천하셨습니다.

(눅 6:27-28) "그러나 너희 듣는 자에게 내가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눅 23:34)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하시더라. 그들이 그의 옷을 나눠 제비 뽑을새 ..."

예수 그리스도는 아가페 사랑을 실천하심으로 구약의 모든 율법들과 선지자들의 말씀들("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을 성취하셨습니다. 율법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신 것입니다. 그 분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모든 죄가 사함 받았기 때문에 정죄하는 율법이 더 이상 그 가능을 작동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율법의 정죄로부터 자유롭게 되었다고 해서 그리스도인들은 방탕자나 무법자로 살아도 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성령을 모신 자로서 성령 하나님을 근심케 해서는 안 됩니다. 신자들이 죄를 범하거나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면 하나님과의 관계가 불편해집니다. 성령께서 깨닫게 해 주시는 대로 우리는 통회하고 자복하여 우리의 마음과 양심을 항상 깨끗한 상태로 유지해야 합니다.

(요일 1:8-10) "만일 우리가 죄가 없다고 말하면 스스로 속이고 또 진리가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할 것이요,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 만일 우리가 범죄하지 아니하였다 하면 하나님을 거짓말하는 이로 만드는 것이니 또한 그의 말씀이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하니라."

죄사함 받고 구원받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모든 날들이 시간의 주인이신 주님의 날들이지만, 특별히 일주일 중 그 첫날을 주일로 지킵니다. "안식 후 첫날"(막 16:1-2) 즉 토요일의 다음날을 "주의 날"(주일, The Lord's Day, 계 1:10)로 지키고 있습니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신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이지요. "안식일"(Sabbath Day)이 하나님께서 물질적인 질서(Material Order)를 완성한 후 쉬신 일곱째 날이라면, "주일"(Lord's Day)은 영적인 질서(Spiritual Order), 즉 인간구원을 완성하신 첫째 날입니다.

(막 16:1-2) "안식일이 지나매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또 살로메가 가서 예수께 바르기 위하여 향품을 사다 두었다가, 안식 후 첫날 매우 일찍이 해 돋을 때에 그 무덤으로 가며."

(계 1:10) "주의 날(주일, Lord's Day-필자 주)에 내가 성령에 감동되어 내 뒤에서 나는 나팔 소리 같은 큰 음성을 들으니."

어떤 사람들은 주일은 일요일(Sunday), 즉 "태양숭배의 날"이었기 때문에 일요일 날에 예배드리는 것을 우상숭배라며 반대하기도 합니다. 로마제국 당시 불신자들과 이방인들은 태양을 숭배했고 만신전(萬神殿, 판테온, Pantheon)에서 일요일 날 태양신을 향해 제물을 바치며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또한 예수님이 죽음의 권세를 물리치고 다시 사신 날(안식 후 첫날)이기도 했습니다.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 부활하신 날에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써, 태양숭배의 날을 정복해버렸고 기독교적인 신앙으로 그 날의 의미를 바꾸어 버린 것이지요.

그리스도인들은 안식일을 지키는 사람들이 아니라 주일을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안식일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그 분을 진정으로 믿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영원한 안식과 평안이 이미 주어졌기 때문에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날이 안식일입니다"(Everyday is Sabbath Day in Christ). 그 분이 저와 여러분들을 구원하여 영원한 안식을 주시기 위해 주일날 새벽에 부활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주일날 교회당에 모여 찬양과 경배를 드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서로 교제하며 봉사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주일날만" 주의 날이 아니라 "주 중의 모든 날들"도 주의 날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시간과 역사의 주인이 하나님이라고 믿습니다. 하나님은 시간과 역사에 대해 절대주권을 가지신 분입니다. 주일날 교회당에서 거룩하게 예배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주 중에 각자의 삶의 현장, 즉 직장, 사업장, 학교, 가정 등에서 하나님의 자녀로서 거룩하게 살며,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신자들은 "일요일만의 크리스천"(Sunday only Christian)이 아니라 "주 중의 모든 날들의 크리스천"(All the Weekdays Christian)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날들이 안식일임과 동시에 주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주 중에 삶의 현장에서 "거룩하게 사는 것"도 하나님께 드리는 살아 있는 예배이며 복음적인 신앙생활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롬 12:1)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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