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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밭 칼럼] 플라톤의 동굴비유와 바울의 눈에 덮힌 비늘

김경재(한신대 명예교수/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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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고대로부터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요 밝고 맑은 이성으로서 사건의 진위 판단을 바르게 할 수 있는 존재라고 믿어왔다. 고대 헬라사람들의 로고스 이론이나 불교와 유교에서 인간 품성에 대한 신뢰가 그것을 말한다. 그런 입장에 비교하면 기독교는 한편으로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로서 긍정적이면서 다른 한편 '사람은 누구나 다 죄인' 이라고 부정적으로 본다.

'사람은 누구나 다 죄인'이라는 기독교 인간이해의 참 의미를 되새김 해본다. 그 말 뜻은, 도덕적으로 사람은 불완전하고, 하나님의 율법대로 살지 못하며, 탐욕과 교만과 불신앙에 사로잡히기 쉬운 존재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런데 살인 하거나, 도둑질 하거나, 간음 하거나,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는 뜻으로만 생각한다면,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을 '의인'이라고 내세우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사회와 교계는 한민족의 변화기회인 카이로스 곧 '기회와 위기'라는 두 가능성의 시간이 임했는데도 이념적 남남갈등, 보수진보갈등, 경제사회적 양극 갈등으로 인하여 '사회붕괴, 기독교쇠퇴, 동족상잔'의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 위기감을 느낀다. 왜 서로다른 극단적 입장만 난무하고, 대화소통이 아닌 상호비방이 지속하고, 공생이 아닌 공멸의 조짐만을 노정하는 것일까? 독선, 독단, 순교자적 정의투쟁이라고 자만하는 '인간의 근본악'을 해석학적 이해이론의 빛을 조명받아 우리자신을 성찰하고자 한다.

현대 해석학이라는 학문이론에 의하면 "인간실존 그 자체가 해석학적 존재이다"라고 말한다. '해석'은 사람이 성경, 신문, 역사책, 문학작품등 글자로 씌여저 있는 정신적 유산을 바르게 이해하는 '이해의 방법'을 훈련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존적 인간이 사건이나 사물을 대하고 이해하고 반응하는 과정은, 그 사람이 탄생한 이후 그 안에서 양육되고 경험된 '사물과 사건을 보는 마음의 렌즈'를 통해서만 이해하려 든다는 것이다. 고집을 부리거나 독선 독단을 진리인양 큰소리로 주장하는 사람들 그 자체가 나쁜사람 이어서가 아니다.

그러한 '해석학적 실존적 존재'의 한계성과 비극성을 고전적으로 갈파한 대표적 사례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요 사도 바울의 다메색 도상에서의 '눈의 비늘'이 상징하는 진리인 것이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말하려는 것은, 평생 희미하고 다소 어두운 동굴 안에서 탄생하고 자라고 노동하는 노예집단은, 동굴 밖에 햇빛 찬란한 세계가 있다는 정보를 믿지않는다. 어스름한 동굴의 조명도에 눈이 익숙한 환경세계와 삶의 조건을 편안하게 느끼고 동굴에서의 탈출을 '공동체 반역행위'라고 본다.

현대인과 기독교인은 자기가 노예신분이라고 절대 생각않는다. 그러나, 각자 그 안에서 낳고 양육 받고 사회생활하고 종교생활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삶의 이해관계와 고정된 사유체계에 갇히게 되거나 제약되고 만다. 그것이 '현대판 해석학적 동굴'인 것이다. 극단적 진보나 극단적 보수나 모두 자기들이 체험한 상대적 가치와 세상체험을 절대화하고 자기와 다른 견해를 가진 형제자매들을 증오하고 죄악시한다.

다메섹 도상에서 회심을 경험하기 이전의 사울을 생각해 보자. 청년사울의 정신세계는 바리새파에 속한 유대교 정신세계였다. 그것이 그에게는 '동굴'인 셈이다. 청년 사울이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고 날뛴 것이 아니다. 유대민족의 장래를 위해서, 야훼종교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서, 혹세무민하는 '예수도당들'을 다 잡아들여 없애는 것을 거룩한 사명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예수의 십자가 사건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비늘'이 덮혀있었던 것이다. 십자가는 어리석은 일이요 수치스런 일이라고 밖에는 달리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가말리엘 문하에서 최고학부 최고 신학교육 다 받은 엘리트 청년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와 기독교 교계가 왜 이렇게 남남갈등과 양극화로 인해 서민들을 맘 편하게 해주지 못하는가? 특히 기독교는 글자 그대로 절대절망의 위기이다. 몇몇 대형교회나 일부 타락한 교역자들의 비리가 확대해석 되고 기독교 전체가 흙탕물 뒤집어쓴 형국이라고 억울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왜냐하면 교회는 본래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하나의 교회'만이 있기 때문에 거룩한 '하나의 교회'중의 일부분 작은 하나가 타락했더라도 전체가 타락한 것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물론 성실하게 목회하고 아릅답게 섬기는 교회들이 많이 존재한다.

판검사 일부가 타락하거나, 학교 교사비리가 몇 군데서 불거져도 사회민심은 법조계가 썩었고 교육계가 망했다고 준엄한 비판을 가한다. 하물며, 그 타락상과 비리의 질량 면에서 법조계나 교육계보다 더한 것으로서 집계되는 한국 기독교에 대한 세상민심을 야속하다고 해서는 않된다. 오직 '해석학적 자기성찰과 철저한 회개'만이 요구될 뿐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독선, 독단, 광기, 이념편향, 기업교회형태를 지속하면서 '종교동굴'과 '눈에 덮힌 비늘'을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기독교는 망할 것이고 망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작은 새싹이 다시 움틀 것이다. 역사적 기독교 교회들은 유한하고 상대적이지만 복음진리는 영원하기 때문이다. 착각하지 말자. 하나님은 오늘날 유명하다고 자처하는 한국 기독교 신학자, 목사, 장로, 집사들 없어도 '하나님의 긍휼하심과 의로우심' 때문에 복음의 새순을 내실 것이다. 순교자들 피와 성도들의 피땀으로 이룩해온 한국 교회를 오늘날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서 "우리는 선택받은 교회로서 수만명 수십만명 세계 제일 교회들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라고 자기합리화 하지 말라. 말없이 성실하게 교회에 다니는 신자들을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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