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단식농성 박승렬 목사 "노동 인식 바뀌어야 또 다른 노사갈등 없어"

종교계 중재로 파인텍 노사 교섭 시작, 29일 2차 교섭 예정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박준호씨의 고공농성은 28일 412일째를 맞았다. 앞서 고공농성 411일째인 27일 오전 파인텍 노사는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관에서 교섭을 가졌다.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서 만난 건 고공농성 이후 처음이다.

두 노동자는 2017년 11월12일 김세권 스타플렉스 회장과 노동자가 2015년 7월 7일 합의한 고용 보장, 노동조합·단체협약 등 세 가지 승계 이행 등을 요구하며 75m 높이의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라 농성에 들어갔다.

2015년 합의와 관련, 파인텍 모기업인 스타플렉스는 2010년 스타케미칼(구 한국합섬)을 인수했고, 2013년 1월 직원들을 대량 해고했다. 한국합섬 출신인 차광호 현 파인텍 지회장은 스타플렉스의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해 2014년 5월27일 45m 높이의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올라 다음해 7월8일까지 408일 동안 고공 농성을 벌였다. 고공 농성 결과 노사는 합의를 도출해 냈다. 그러나 합의이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홍기탁·박준호씨는 스타플렉스 또 다시 고공농성에 들어갔고, 차 지회장의 기록마저 넘어섰다.

이번 노사 교섭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개신교),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3대 종단이 중재에 나선 결과다. 그러나 노사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사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다.

fine
(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박승렬 목사는 지난 18일 송경동 시인, 인권재단 박래군 소장 등과 함께 "박준호·홍기탁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408일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무기한 단식 농성 중이다.

노사 교섭에 대해 기자는 종교계의 입장을 듣고자 28일 오전 양천구 파인텍 서울사무소 앞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NCCK 인권센터 박승렬 목사가 인터뷰에 응했다. 박 목사는 지난 18일 송경동 시인, 인권재단 박래군 소장 등과 함께 "박준호·홍기탁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408일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바 있다.

박 목사는 사측이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9일 예정된 2차 교섭에서 사측이 보다 성실히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 박 목사의 말이다.

"교섭장엔 파인텍의 모회사인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와 강아무개 경영전무가 나왔다. 그런데 사측은 직접고용엔 난색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종교계에 중재안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건 책임 있는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무엇보다 직접 고용은 문제해결의 열쇠다. 또 종교계에 중재안을 달라는 건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다. 사태해결의 열쇠는 사측이 쥐고 있다고 본다.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고 해도 대화는 지속되어야 한다."

* 농성장에서는 차광호 지회장이 18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차 지회장은 사측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박 목사와 입장을 같이 했다.

박 목사는 이어 경영자는 물론 우리 사회에 노동을 천시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렸다.

"노사 관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만약 노동자들이 약속을 어겼다면 당장 공권력 나서서 이들을 구속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주가 약속을 파기해도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나간다. 이건 노동자들이 사회의 한 주체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노동자는 한 인간이자 주체로서 인정 받아야 한다. 개신교의 경우 노동과 청빈은 기본 정신이다. 그러나 교회마저 노동과 노동자를 천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노동자 역시 하느님의 자녀이고, 따라서 존중 받아야 하는 존재다. 말하자면 기본 인권의 문제라는 말이다.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또 다른 노사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이번 일이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는 풍토를 이루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fine
(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박승렬 목사는 지난 18일 송경동 시인, 인권재단 박래군 소장 등과 함께 "박준호·홍기탁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408일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무기한 단식 농성 중이다. 왼쪽부터 송경동 시인, 박래군 소장, 박승렬 목사, 차광호 지회장.

박 목사는 끝으로 노사 교섭이 타결돼 두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풀 때까지 단식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위원장은 28일 오전 굴뚝 고공 농성 현장과 단식농성장을 차례로 방문했다. 최 위원장은 "412일을 저 높은 곳에서 저렇게 외롭게 놓이는 상황은 더는 한국사회에서 용인되고 수용되고 간과돼선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성장 이끌었던 번영신학, 이제 힘을 잃었다"

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학문적 통찰이 없는 신념은 맹신이 될 수 있지만..."

장공 김재준의 예레미야 해석을 중심으로 예언자의 시심(詩心) 발현과 명징(明徵)한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윤식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이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 "데리다의 환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12일 오후 안암로 소재 기윤실 2층에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좋은사회포럼'을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7] 중세교회 대중들의 신앙생활

중세의 신학은 기본적으로 스콜라주의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스콜라주의 문헌들은 라틴어로 쓰여졌는데, 이것을 읽거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6] 중세 신학의 대략적 지도: 서방의 '스콜라 신학'과 동방의 '비잔틴 신학'

'중세 신학'이라는 용어는 통상 이 시기의 서방 신학을 가리킨다. 지리적으로는 유럽 지역이다. 초대교회 신학은 북아프리카와 소아시아에서 시작해 ...